사자성어로 본 대구경북 6·3 지방선거

6·3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선전이 예상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줄곧 보수 성향의 시장만 배출한 대구에서 민주당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면서 선거 판세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뛰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공천 내홍을 겪으면서 지리멸렬한 대구시장 선거 현주소를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살펴봤다.
◆ 각자도생(各自圖生)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은 여전히 내홍의 연속이다.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거세게 항의하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양상이 뚜렷하다. 공천 후보가 확정돼도 당내 갈등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아 본선에서 보수 표가 분산될 우려가 크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장동혁 지도부'와 거리를 두고 독자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장 예비후보인 추경호 의원은 지난 15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대구·경북(TK)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제안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경북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이 도지사가 중앙당을 배제하고 독자적인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데에 대해 추 의원도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권토중래(捲土重來)
이러한 빈틈을 노리고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권토중래(捲土重來)에 나섰다. 김 전 총리는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12년 만에 도전장을 내고 귀환했다.
김 전 총리는 "보수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대구가 앞장서 국민의힘을 버려야 한다"며 "그래야 진짜 보수가 살아난다"고 강조하며 이른바 '보수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박정희·박근혜를 끌어안으며 외연확장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엑스코를 박정희 컨벤션센터로,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의사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보수의 상징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힘 있는 여당 후보로서 정부여당 차원의 경제적 지원을 앞세워 33년째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인 대구의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 전거복철(前車覆轍)
관건은 현재의 여론이 실제 표심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실제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후보는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막상 개표 결과는 권영진 55.95%, 김부겸 40.33%로 약 16%포인트 차이로 완패했다. 20~40대에서 앞섰던 여론이 50·60대 보수층의 막판 결집 앞에 무너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지방선거도 막판 보수 결집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구에선 60·70대가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 기반을 형성하고 있고, 이 연령대의 투표율이 전체 결과를 좌우해온 구조가 지금도 온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김 전 총리가 전거복철(前車覆轍,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 자국)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이유다.
◆ 배수지진(背水之陣)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예비후보인 이철우 도지사의 경우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수성의 각오를 천명하고 나섰다. 김 전 총리가 대구시를 위협하고 있는 데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범계 의원 등 중진급 인사들이 경북과 대구의 선거 지원에 전면 나서면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오중기 예비후보와의 대결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방선거를 지원해야 할 중앙당은 여전히 공천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를 수습해야 할 장동혁 당대표는 돌연 미국행으로 자리를 비웠다. 경북마저 내어 준다면 국민의힘은 전패할 수도 있다. 이에 이 도지사는 배수의 진을 치고 보수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통해 반드시 3선 고지를 밟겠다는 각오다.
◆ 건곤일척(乾坤一擲)
김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TK에 대한 파상 공세는 선거가 진행되면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대구·경북 중 한 곳이라도 무너뜨린다면 그 상징성만으로도 역대급 정치적 수확을 거두는 셈이다. 특히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여겨졌던 TK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현 상황은 당의 오랜 숙원인 전국 정당화를 앞당길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로도 볼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TK를 잃게 된다면 당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넘어 경우에 따라 보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보수 재건의 불씨만이라도 지키려는 국민의힘과 전국 정당화란 목표를 눈앞에 둔 민주당 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구경모(세종)기자 chosim34@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