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국제 해양 질서의 근본 변화 의미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6. 4.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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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이란의 통행료 징수권 인정하면 中 등도 유사 요구 가능성
성과 급한 트럼프, 이란이 핵 관련 파격 양보하면 수용 가능성도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이란 전쟁은 이제 휴전이 지속되면서 전선의 폭격 대신 외교 현장에서의 치열한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불만을 품은 이스라엘로 인해 휴전이 깨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의외로 휴전은 잘 지켜지고 있다. 4월18일 전후 제2차 협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를 위한 양측 협상은 많은 험난한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전쟁 이전부터 협상 대상이던 핵물질과 농축뿐만 아니라 이번 전쟁에서 위력을 드러낸 미사일 사거리 제한, 이란을 지원하는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에 대한 지원 중단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과제가 없다. 

호르무즈해협을 보여주는 지도로 2026년 3월26일 촬영된 일러스트다. ⓒREUTERS 연합

'항행의 자유' 80년 만에 종말 맞나

평화협상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호르무즈해협과 관련된 사항이다. 이란은 전쟁 발발 직후 해협 봉쇄를 선언했고 이후 선박 대부분은 운항을 중단했다. 지난 3월에는 전쟁 직전 해협을 빠져나온 유조선과 LNG 선박들이 차례로 목적지에 도착하면서 봉쇄로 인한 영향을 완화시켜줬지만, 4월 들어 중동산 에너지가 대부분 차단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든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해협 통제가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한 이란으로서는 결코 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협상 타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곳으로 가장 좁은 곳의 폭은 21해리(39km)에 불과하다. 얼핏 보면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협을 형성하고 있는 무산담 반도는 오만 영토이기 때문에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오만의 관할이다. 1959년 이란이 12해리 영해를 선포하고, 1972년 오만 역시 12해리 영해를 선포했기 때문에 선박들은 양국 영해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 이란은 통과를 목적으로 영해를 항해하는 모든 선박의 무해통항권을 보장하는 유엔 해양법을 비준하지 않았음을 들어 선박이 이곳을 국제항로로서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에 대한 불만을 그동안 토로해 왔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한 이란은 통행을 위한 비용 징수 방안을 점차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란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상정되어 통과됐으며 이 과정에서 배럴당 1달러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협 전체를 영해로 두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선박들이 이란 영해를 피해 오만 쪽으로 우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란은 오만 영해를 가로지르는 평상시 항로에 기뢰가 부설됐음을 공표하고, 이를 우회해 이란 쪽에 바싹 붙어있는 안전항로를 제시하고 있다. 이란이 설정한 안전항로는 해협에 위치한 이란의 라라크섬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일방통행하도록 되어 있어 라라크섬을 통행료를 받는 거점으로 삼겠다는 이란의 구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이 공언한 대로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받을 경우 이론상 하루 2000만 달러, 연간으로는 73억 달러(약 10조원)의 통행료를 거둬들일 수 있다. 생각보다 많지 않은 돈이다. 물론 LNG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지겠지만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이것으로 이란이 재건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200만 배럴을 싣고 운항하는 초대형유조선(VLCC)을 운영하는 선사들로서는 200만 달러(약 30억원)라는 비용은 얼마든지 운임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빨리 해협이 개통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인정하고,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을 받아들이면 이곳을 통해 원유를 수출하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등은 이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들은 이 구상에 대해 절대 반대하고 있다. 이란이 자의적으로 특정 국가의 원유에 대해 차등 통행료를 부과하거나 심지어 통항 자체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좁은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한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의 외레순해협이 대표적이다. 1429년부터 덴마크는 화물 가치의 1~5%에 해당하는 통행료를 부과했다. 해상무역 규모가 커지면서 한때 국가 전체 수입의 3분의 2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점차 많은 국가가 불만과 이의 제기하고, 이를 우회하는 운하와 철도 개통이 본격화하면서 1857년 통행료 징수를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영국, 러시아, 프로이센, 미국 등이 일시불로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별도 협정이 체결되기도 했다.

'해협의 무기화' 도미노 이어질 수도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하를 제외하고 운항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튀르키예의 보스포루스해협이 유일하다. 지중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튀르키예 당국에 안전 운항을 위한 등대 등 시설 유지 및 구조 서비스 제공 등을 명목으로 톤당 4.42달러를 납부하고 있다. 연간 수입은 약 2억 달러 수준이다. 

튀르키예가 통행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1936년 체결된 몽트뢰 협약 때문이다. 몽트뢰 협약은 보스포루스해협의 통제권이 튀르키예에 있음을 규정하고 이를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일정 비용을 징수할 수 있음을 허용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튀르키예 서쪽 에게해 대부분의 섬들을 튀르키예의 반대에도 그리스 영토로 인정한 데 대한 보상적 성격이었다. 유엔 해양법은 영해를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해양법 제정 이전의 규칙에 대해서는 효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보스포루스해협은 세계 유일의 해상 톨게이트로 남아있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과 통행료 징수권을 인정받는다면 이는 1945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축된 국제 해양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한 미국은 영해를 최소화하고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만약 미국이 이란에 이런 권한을 인정한다면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는 유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평상시 미국이라면 이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전무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이 핵과 관련해 파격적 양보를 할 경우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이러한 논쟁은 기존 국제 질서가 급격히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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