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이민호 목소리"… 세계 1위 감독이 한국 드라마 공부한 이유
청계천 복원 역사 공부, 김치 만들어 먹던 경험 영화에 녹여
편집자주
격변의 시대, 세상은 곳곳에서 뒤바뀌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에서 그 역전의 순간을 포착해 사회·문화적 변화를 짚어 봅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해외로 팔려나가는 한국 수출 핵심 제품 반도체에 붙은 생산지 고지 표기가 아닙니다. 넷플릭스 인도 영화 '다시, 서울에서'의 원제목입니다. 이 영화는 지난달 12일 공개돼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올랐고, 3주 동안 1,350만 건의 시청 수를 기록했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쇼가 3주 동안 1,670만 건의 시청 수를 올린 것을 고려하면, 이 인도 영화도 해외에서 'BTS 광화문 컴백쇼' 못지않은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겁니다.
현빈 없는 '메이드 인 코리아'
'다시, 서울에서'는 100% 해외 자본으로 인도 감독이 기획하고 시나리오도 썼습니다. 인도 영화에 왜 난데없이 '메이드 인 코리아'란 제목이 붙여졌을까요.
인도에 있는 라카르틱 감독과 서면을 두 번 주고받고 나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표면적으론 영화가 만들어지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한국이라는 의미죠. 속뜻은 따로 있습니다. 극 중 여주인공(셴바)은 고난, 고민을 안고 한국으로 옵니다. 인도인으로요. 그런데 서울에 와서 현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낯선 경험을 하면서 서서히 새로운 사람으로 변합니다. 셴바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존재'라고 볼 수 있죠. 오늘날 우린 더 이상 태어난 곳에서만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때론 삶이 다른 곳으로 이끌고, 그 장소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이런 생각을 제목에 담았습니다. 이 영화는 국경을 넘어 사람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라카르틱 감독이 설명했듯 '다시, 서울에서'는 인도에서 남자 친구로부터 배신과 사기를 당한 셴바가 혼자 서울로 와 재기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기둥입니다. 한국에서 알게 된 할머니와 손잡고 식당을 열어 자립하고요.
그 여정은 꼭 '외국인이 찍은 한국 생활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합니다. 셴바는 서울에서 처음엔 요양보호사로 일합니다. 동남아에서 온 상당수의 여성 근로자가 한국에서 간병 일부터 시작해 정착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셴바는 청계천에서 한국 할머니에게 지난 상처를 털어놓고 재기의 계획도 세웁니다. 한강도 아니고 왜 청계천이었을까요. 극 중 인물이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키는 상황이니 그 장면을 복원된 청계천에서 일부러 찍었다는 게 라카르틱 감독의 말이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의 촬영 전 서울을 '공부'했습니다. 사전조사를 위해 인터넷 등을 찾아보며 청계천을 처음 알게 됐고, 이 천의 복원 역사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인도 영화에 '청계천에서 재기를 꿈꾸는 외국 청년'이 등장하게 된 배경입니다. 나아가 2,000년 전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과 인도 출신 허황옥 공주의 혼인 설화도 영화에 녹였습니다. 한국과 인도의 역사적 친밀함을 부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한국 드라마 소리가 배경 음악"
식당을 연 셴바는 직접 김치를 담그고 인도 재료를 섞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팝니다. 알고 보니 모두 라카르틱 감독이 집에서 해 맛본 요리였습니다.
"와이프가 집에서 종종 김치를 만들었거든요. 카레 잎을 넣어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고요."

라카르틱 감독의 아내는 오래전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배우 이민호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아내가 한국 드라마를 정말 좋아해요. 아침 식사를 할 때 이미 거실 TV에 한국 드라마가 틀어져 있었죠. 집중해서 보지 않더라도 늘 배경음악처럼 한국 드라마 소리가 흘렀으니까요. 그렇게 아내가 한국 음식, 생활 방식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아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영화 기획도 사실 집에서 그런 아내를 보며 시작됐죠. 제 고향인 첸나이에 한국 식당이 스무 개 정도 되거든요. 예전엔 단 한 곳뿐이었는데."
라카르틱 감독이 이렇게 한국 문화를 접하기 시작한 건 8년 전. 왜 인도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해 친구로부터 500GB 용량의 한국 드라마 파일을 받아 하나씩 보며 '공부'했다고 합니다. 영화 촬영은 지난해 3, 4월 서울에서 이뤄졌습니다. 여기까지 외국인 청년이 서울에서 성장하고 그 경험을 콘텐츠에 담아 세계로 퍼트리는 한류 3.0 시대를 이끈 인도 영화의 제작 뒷얘기였습니다.


서울 촬영 '핫플'은 지하철 그리고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앞서 17일 '역전' 코너에서 '청계천서 인생 역전… 뉴욕 아닌 서울이 주인공된 이곳'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OTT)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변화를 다뤘습니다. 2025년 기준 해외 드라마와 영화의 서울 촬영은 10년 전과 비교해 약 2배 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그렇다면, 서울의 어느 곳으로 해외 작품의 촬영이 몰렸을까요. 16일 서울영상위원회 촬영지원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과 옛 서울역의 고가차도를 재활용해 공원으로 탈바꿈한 서울로7017로 해외 제작진의 촬영 허가 신청이 많았다고 합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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