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 미디어전시 제작자 "아티스트와 팬 니즈 동시 충족" [나는 K-엔터인 ①]
천윤혜 기자 2026. 4. 18. 09:00
지난 2024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지드래곤(GD) 미디어 전시 'G-DRAGON MEDIA EXHIBITION : Übermensch'는 그야말로 화제였다. VR 기기를 착용하면 지드래곤이 춤을 추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팬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콘서트에 호평을 쏟아냈다.
이는 글로벌 엔터테크 기업 크리에이티브멋이 연출하고 제작한 이벤트였다. 크리에이티브멋은 지난 2020년 설립돼 인공지능(AI), 홀로그램, 가상현실(VR) 등 미디어테크 기술을 K컬처와 결합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회사로, 각종 광고와 팝업스토어, 디지털 영상 콘텐츠 등을 제작하고 있다.
그중 최근 돋보이는 건 단연 K팝을 활용한 미디어 전시. 미디어 전시는 VR, AI, 홀로그램, 대형 미디어 터널 등 기술적 장치를 인터랙티브 기술로 결합해 마치 실제로 눈앞에서 아티스트를 만나고, 이들의 공연을 보는 것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미디어 아트다. 이 행사에서 팬들은 VR 기기를 쓰고 아티스트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고, 아티스트 홀로그램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 홀로그램, VFX, CG 등으로 팬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회사는 지드래곤 외에도 보이넥스트도어, 지창욱, 김준수, 아스트로 등 여러 연예인들과 협업하며 업계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특히 지드래곤 미디어 전시는 전 세계 11개 도시에서 열려 약 25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요즘도 새 아티스트와 협업을 이어가느라 바쁜 김태환 크리에이티브멋 대표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멋 AI 스튜디오 사옥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죤앤룩필름, 브렉퍼스트필름, 사랑합니다필름 등에 재직하며 20년 가까이 CF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온 전문 제작자. 그는 2023년 아이유의 15주년 미디어아트 전시 '순간, (Moment,)'을 통해 K팝 아티스트를 활용한 미디어 전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K팝 IP들이 단순화된 마케팅 방법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프로듀서와 CF 감독으로 20년간 활동을 해오던 저도 단순히 콘텐츠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역할에서 새로움을 찾고 싶었고요. 그래서 아티스트와 만나서 고민을 얘기하다가 (미디어 전시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 제안을 하게 됐죠. 아티스트들이 좋아해서 아이유를 기점으로 (미디어 전시 프로젝트를) 하게 됐어요."
미디어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기기만 있다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고, 수용할 수 있는 팬들의 숫자에도 제한이 없다. 김 대표는 이런 점에 집중했다.
"아시다시피 아티스트의 콘서트나 팬미팅을 간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한정된 사람만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다 보니까요. K팝 IP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시점에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으면 했어요. 그래서 아이유 미디어 전시를 처음 열면서 (아티스트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는 것 같은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게 첫 번째 과제였어요. 이를 통해 글로벌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이벤트로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실제 아티스트의 반응도 상당히 좋다고.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도가 크다고 대신 전했다.
"지드래곤을 예로 들면 콘서트로는 모든 팬을 직접 만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미디어 전시를 통해서 전 세계에서 25만명이 모였어요. 웬만한 아이돌 투어만큼 모은 거죠. 콘서트가 아닌데 많은 팬이 직접 눈앞에서 아티스트를 보는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워해요. 팬들도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는 경험을 해서 좋았다고 하니까, 팬과 아티스트의 니즈가 동시에 충족되는 것 같더라고요."
협업을 늘려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얼마나 깊게 들어가는지다. 그래야 아티스트도 팬도 원하는 전시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저희가 비주얼을 베이스로 경험을 설계하지만, 경험 자체에서 가지고 가는 건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기술은 표면적인 것 같다고 보거든요. 저희는 기술을 만들긴 하지만, 그건 아티스트의 세계관으로 들어가는 티켓 같은 역할 아닐까 싶죠. 지드래곤 전시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이제 팬들은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을 소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잘 만들려고 해요."
특히 최근에는 버추얼 아이돌과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플레이브 팝업스토어를 비롯해 스킨즈 콘텐츠 쇼룸, 오위스 데뷔 팝업∙쇼룸 등을 연이어 진행, 버추얼 아이돌 팬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끄는 중이다.
"이제 실물 아티스트와 버추얼 아티스트의 경계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버추얼 공간이 관객들에게는 이미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이 됐잖아요. 실물 아티스트냐 버추얼 아티스트냐에 포커스를 맞춘다기보다는 특장점을 가진 각기 다른 캐릭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최근 저희가 버추얼 아티스트와 협업을 많이 하는데, 그건 저희가 가진 엔터테크 기술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게 그들과 함께할 때인 것 같아서예요. 그들과 저희의 니즈가 맞기 때문도 있지만, 사실 버추얼 아티스트는 디바이스가 없으면 세상에 나올 수 없잖아요. 휴대폰 안에 갇혀 있던 콘텐츠를 저희가 외부로 끌어내고 팬들과 직접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봐요."
김 대표의 말처럼 버추얼 아티스트들은 크리에이티브멋의 기술을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방식도 다양하다. 스킨즈의 경우 국내 최초로 홀로그램 팬사인회를 진행해 버추얼 팬 경험을 확장했다.
"팬들이 원하는 건 당연히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는 듯한 느낌이에요. 그래서 아티스트가 어디에 있든 시공간을 초월해서 팬들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홀로그램을 활용하면, 아티스트가 어디에 있든 팬들과 직접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면서 사인도 해줄 수 있다고 봤어요. 디바이스에 카메라가 있어서 아티스트도 현장 화면을 볼 수 있으니까 팬들과 소통이 되고요. 아티스트가 자동으로 스캐닝 되는 패드에 사인을 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전송돼서 아티스트가 쓴 그대로 팬들이 사인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었어요."

콘텐츠 제작 능력은 물론 기술까지 갖췄으니 실제로 버추얼 아이돌을 제작해 IP를 직접 보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았을까. 하지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당장은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IP에는 시의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회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유통기한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저희는 그것보다는 새로운 IP와 협업하면 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IP 욕심이 늘 있는 건 맞아요. 장기적으로는 도전해 볼 수도 있겠죠. 버추얼 아이돌을 만들거나 실제 아이돌을 키우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당장은 그것보단 장기적으로 여러 IP의 엔터사들과 협업해서 지속적으로 해보려고요."
대신 크리에이티브멋의 협업은 해외 버추얼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현재 해외 유명 버추얼 아이돌, AI 인플루언서와 국내 매니지먼트 계약 체결을 준비 중이다.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만들고 브랜딩하는 대신 저희는 전 세계에 있는 AI 버추얼 아티스트의 국내 독점 소속사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저희는 그들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고요. 새로운 프로젝트의 모델로 써서 수익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티브멋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본질은 콘텐츠 회사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같은 콘텐츠 기획도 가능한 일. 김 대표도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콘텐츠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저희가 관심있는 건 기술을 잘 만들어진 콘텐츠와 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 회사는 엔터테크를 베이스로 콘텐츠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예요. 콘텐츠에 엔터테크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죠. 콘텐츠가 저희의 힘이자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은 세계관으로 들어가는 입장 티켓이고, 본질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저희가 만든 공간이나 프로젝트를 경험한 뒤 팬들이 느끼는 감정과 태도가 본질이라고 여기고요. 그것들을 더 연구하는 회사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김태환 대표는 2020년 크리에이티브멋을 설립해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이전엔 존앤룩필름, 브렉퍼스트필름, 사랑합니다필름 등에서 조감독 및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수백편의 CF를 제작했다. 크리에이티브멋은 지난 2022년 구찌의 헤리티지를 담은 구찌 가든 영상 '구찌 가든 피렌체 투 서울' 캠페인으로 서울영상광고제에서 아름다운 서울상을 수상했으며, 하나금융그룹과 함께한 '하나뿐인 공항, 성수국제공항'으로 독일 IF디자인 어워드에서 위너를 수상했다. 올 초에는 지드래곤 미디어 전시로 2025 앤어워드에서 디지털 광고 부문 AI 분야 골드와 엔터테인먼트 분야 실버를 수상했다.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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