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장마당 밀어내는 ‘종합봉사소’…“주민에겐 그림의 떡”

KBS 2026. 4. 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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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경제와 주민들 일상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곳, 바로 '장마당'입니다.

그런데 이 '민간 시장' 장마당이 점점 힘을 잃어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영으로 운영되는 종합봉사소, 일종의 복합 쇼핑몰을 잇달아 짓고 있는데요.

유통과 거래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싸고 좋은 물건이 공급되고 있을까요?

주민들의 만족도는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평양시 강동군에 위치한 종합봉사소.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매장이 북적입니다.

지난 2월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이곳을 찾은 방문객만 무려 10만 명이라는데요.

식료품과 가정용품은 물론 의류와 가구까지 100여 종의 상품과 다양한 서비스를 갖춰 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게 북한 당국의 선전입니다.

[강동군종합봉사소 이용객 : "멋진 종합봉사소가 꾸려지다 보니까 정말 멀리 가지도 않고 가까운 곳에서 마음먹은 대로."]

[강동군종합봉사소 이용객 : "우리 강동군 인민들이 다 불편 없이 훌륭한 생활을, 문명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그저 하나같이 부러워하고."]

주목할 점은 이곳이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여가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형 '복합 쇼핑몰'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겁니다.

[강동군종합봉사소 이용객 : "도서관에 너무도 가자고 해서 처음 한 번 따라와 봤는데, 와서 보니까 진짜 희한하게 꾸려졌구만요."]

북한에서는 강동군을 포함해 지난해에만 세 곳의 종합봉사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특히 이 중 두 곳은 함경남도 정평군과 개성시 개풍 구역으로, 평양이 아닌 지방에 들어섰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북한 당국은 이들 봉사소 역시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자랑합니다.

[조선중앙TV : "당의 은정 속에 대중문화 생활 거점으로 훌륭히 일떠선 강동군, 정평군, 개풍구역종합봉사소가 주민들로 연일 흥성이고있는 소식과..."]

이처럼 최근 북한 당국이 평양과 지방 곳곳에 국영으로 운영되는 현대식 복합 쇼핑몰과 종합상점들을 잇따라 건설하고 있는데요.

이는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비공식 시장 경제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모든 유통 체계를 다시 국가 독점 체제로 돌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정창현/평화경제연구소장 : "다양한 유통 구조를 만드는 것을 국가 주도로 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두 가지를 노린 거죠. 하나는 재정 수입도 확대를 하면서 두 번째로는 시장의 규모가 더 확장되는 것을 규제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전체적인 비중을 낮추려고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다양한 상업망들을 도입하기 시작한 거죠. 국영을 복원하는 데 세계적으로 일반화되어 있는 상업망들을 평양에서부터 실험하고 그것을 지방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피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자생적으로 생겨나 시장 역할을 해온 장마당은 점차 북한에서 비공식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우선시하는 북한 당국에게 이런 장마당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래서 이를 어떻게든 억제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정창현/평화경제연구소장 :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 국가 경제의 위기 상황을 넘긴 이후에 다시 사회주의 경제 시스템을 복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경파들은 큰 도매 시장들을 물리력을 동원해서 폐쇄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실패를 하게 됩니다."]

결국 북한 당국은 강제적인 억제 대신 다른 전략을 세웠습니다.

주민 편의를 앞세운 현대적 국영 상점의 건립과 확충으로 장마당의 영향력을 대체하는 데 나선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의 대형 마트에 해당하는 평양의 '광복지구상업중심' 2012년 문을 연 광복지구상업중심은 의류, 가전, 식료품과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대형 상업시설로, 김정일의 사망 전 마지막 현지 지도 장소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광복지구상업중심 판매원 : "정말이지 우리 인민 모두에게 더 좋은 상품을 안겨주신 것이 그리도 기쁘시어 환하게 웃으신 우리 장군님이신데..."]

2014년에는 평양 시내에 편의점 형태를 띤 '황금벌상점'이 첫선을 보였습니다.

[량승진/황금벌무역회사 사장 :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팔아주면서 다른 상점들보다 봉사 시간을 연장하고 가격을 합리적으로 정해주면서 품질을 담보해 주면 인민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보고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층 현대화된 상업 시설을 주문하면서 2015년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대형 쇼핑센터인 창광상점이 들어섰습니다.

[창광상점 이용객 : "오늘 여기 와서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다 사고 미래과학자거리도 이렇게 바라보면서 풍치 수려한 대동강반의 경치를 부감하면서 이렇게 앉아서 청량음료까지 드니까 마음이 둥둥 뜨는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백화점 격인 미래상점까지 개점하면서 평양의 상업 지도는 눈에 띄게 화려해졌습니다.

[리설희/미래상점 층장 : "보시는 것처럼 건물 내부에 기둥들을 이용해서 진열장들을 만들고 거기에 상품들의 특성이 살아나도록 진열했습니다."]

2019년 새 단장을 마친 평양의 대성백화점은 기존의 외국인 대상 영업에서 벗어나 평양 상류층의 소비를 흡수하는 현대식 백화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는 북한 당국의 이런 정책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줬습니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고강도 봉쇄 조치로 장마당 역시 당국의 통제권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겁니다.

지난 2023년 목선을 타고 동해로 귀순한 탈북민 역시 당시 상황이 매우 엄중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지선/가명/2023년 탈북 : "여기가 신포, 여기는 함흥이라고 하면 여기서 여기, 도 소재지 경계점을 못 넘어가게 했어요. 2시부터 5시까지 이렇게 딱 제한된 시간 그 외는 (장마당에) 못 들어가게 딱 출입을 막고 연 다음에는 줄을 쭉 서서 손 소독하고 체온 재고 이렇게 해서 들어가서 앉아 판매하고 그랬거든요."]

[정창현/평화경제연구소장 : "어떻게 보면 북한 당국이 오랫동안 시장을 통제하려고 했으나, 못했던 것이 결국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됐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국영의 종합 상점에 따른 평양의 변화는 훨씬 더 본격적이고 전격적이었습니다.

지난 2023년 낙랑거리에는 대형 호텔과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까지 입점한 복합 쇼핑몰, '류경금빛상업중심'이 화려하게 선을 보였습니다.

또, 스웨덴의 유명 가구 브랜드 '이케아'나 미국의 '스타벅스'를 연상케 하는 매장들이 즐비한 '락랑 애국 금강관'도 평양의 새로운 소비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변화들은 겉으로는 꽤 성공적으로 안착한 듯 보이는데요.

하지만 화려한 외양과 달리, 일반 주민들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다수 주민들에게 이러한 시설의 이용은 어렵다는 겁니다.

[정현옥/가명/2023년 탈북 : "내가 평양에도 나가 있었잖아요. 그리고 평양에 사람들도 말하는 거 보면 장마당을 기본으로 이용하지. (국영 상점) 상품이 굉장히 비싸요. 그전에는 현화(달러)가 좀 있거나 돈 있는 사람들은 이용 가치가 있겠지만 지금 같이 현화(달러) 값이 상승한 상태에서 누가 돈을 내놓고 그 상품을 (사나요.) 그런 상품은 다 현화(달러)로 파는데 현화가 어디에 있어요."]

[김지선/가명/2023년 탈북 : "선전하기 위한 선전용이지 그게 일반 평균 생활 수준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게 아니거든요. 일부는 그런 환경에서 사는지 모르겠지마는 한 80~90%의 사람들은 그런 생활은 꿈도 못 꾸는 생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마당을 축소시키고 국가 유통망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평양의 신도시 화성지구에 들어선 복합 상점들에 큰 만족감을 나타내며 현대적인 유통상점을 지방 도시까지 확대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우리 인민은 더 완벽한 실행에 가슴 벅찬 5년간을 또다시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정창현/평화경제연구소장 : "북한 당국에서는 국영 상업망에서 도매시장이나 해외에서 수입되는 물자 자체를 시장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전통적인 시장에서 거래되는 여러 생필품이나 농산물 이런 품목 자체도 굉장히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자생적인 시장 기능을 억지로 막는 북한 당국의 정책은 결국 실패할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마당 이용을 못 하면 주민들은 더 큰 생계 위기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김지선/가명/2023년 탈북 : "실행은 할 겁니다. 실행은 하죠. 하라니까 해야죠. 하는데 제 생각에는 실패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김정은) 본인 혼자의 욕망과 포부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게 실행되자면 제 생각에는 지금 상황에서 너무 어렵고 먼 거리라고 생각해요."]

[정현옥/가명/2023년 탈북 : "시장이 없으면 안 돼요. 오죽하면 시장 내에 메뚜기라고 몰래몰래 파는 그런 것도 있었겠어요. 그러고도(통제해도) 사람들이 오죽하면 나오겠어요. 백 번 통제해도.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죽으라는 거나 같아요."]

화려한 복합 쇼핑몰을 앞세워 국가 주도의 유통 독점을 꿈꾸는 북한 당국.

하지만 주민들의 생계 수단인 장마당을 억누르는 전략이 과연 체제 유지의 버팀목이 될지, 아니면 보여주기식 선전에 그칠지 북한식 경제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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