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대회 역사상 최초’ 한국 선수 볼 수 없는 부산오픈, 한국 테니스 냉정한 현실 “ITF급 대회 최고 10개로 늘려야” 목소리

이정호 기자 2026. 4. 1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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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픈에 출전한 권순우의 경기 모습. 부산오픈대회조직위원회 제공
부산오픈에 출전한 한국산업은행 강구건. 부산오픈대회조직위원회 제공

남자프로테니스(ATP) 르노 부산오픈 챌린저대회(총상금 22만5000달러)가 열린 지난 16일 부산 금정체육공원 스포원파크 테니스장. 남자 단복식 8강이 진행된 이날 일정에서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앞선 16강부터 한국 선수가 없었다. 딘식 와일드카드로 본선 무대를 밟은 권순우, 정윤성(이상 국군체육부대), 박의성(대구광역시)이 일찌감치 1회전(32강)에서 탈락했다. 대회 예선에도 와일드카드 포함해 8명이 기회를 얻었는데, 전원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대회 관계자는 23년 역사의 부산오픈 역사에서 단복식 1회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모두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냉정히 보면 부산오픈은 현재 우리 선수들 레벨보다 수준이 높은 대회다. 부산오픈은 투어 바로 아래 챌린저 대회로 5개 등급(175·125·100·75·50) 중 두 번째에 해당(125)한다. 세계 100위권 전후 선수들이 출전권을 얻는 만큼 국내에서 열리는 남자 대회 가운데 상금 규모도 가장 크다.

부산오픈 다음 대회인 광주오픈 챌린저까지 여기에서 랭킹포인트를 챙기면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본선 컷오프 통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선수들이 꽤 많이 찾는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도 평가됐던 권순우가 1회전에서 만난 상대는 지난해 US오픈에서 16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대회 8번 시드 레안드로 리에디(스위스)였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테니스가 세계 수준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과 다시 마주했다. 일본, 중국 테니스와도 수준 차이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부산오픈 본선에서도 일본은 7명이 출전해 2명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 선수 윤차오케테 부는 남자 단식 4강에 진출했다.

올해 부산오픈에서는 일본 선수들이 많이 찾았는데,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일본 선수들의 경기력에 놀라워 했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서브든, 스트로크든 받는데 급급했다. 한 테니스인은 “권순우를 제외하곤 시속 200㎞가 넘는 서브를 받을 선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권순우 등 국군체육부대 선수들이 부산오픈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부산오픈대회조직위원회 제공
부산오픈대회조직위원회 제공

한국 테니스가 정체된 상황은 시스템과도 무관하지 않다. 테니스 선진국들은 기본적으로 선수들은 자국 내 국제대회를 통해 경험과 랭킹포인트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챌린저, 투어 등 큰 무대에 도전할 길을 열어준다. 선수들에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투어 도전 부담도 줄여줄 뿐 아니라, 다양한 경쟁 상대를 만나 경쟁력을 쌓을 기회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에겐 기회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다. 한해 일본, 중국은 20~30개 국제테니스연맹(ITF) 남자대회가 열린다. 반면 국내에서는 5월 안동과 김천에서 열리는 3개대회 뿐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지난달에는 일본에서 열린 ITF 남자대회에 4주간 레프리로 참여한 임차훈 국제심판은 “일본이나 중국 대회에 가면 출전 선수 절반 가까이가 자국 선수다. 또 일본 대회에서 중국 선수, 중국 대회에서 도전하는 일본 선수들도 많다”며 “그렇지만 한국 선수들은 많아야 3~4명 정도”라고 했다. 가뜩이나 국내에서 기회도 적은데,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적다는 의미다. 대부분이 자비로 투어 도전을 이어가는 만큼 현실적으로 선수들을 욕할 수도 없다.

한 테니스인은 “초·중·고·대학·실업 등 각 연맹에서 운영하는 방식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선수들을 육성하는데 일관성이 없는게 현실”이라며 “협회 산하 기관들이 긴밀히 협조하도록 협회가 큰 그림을 그리면서 과거 틀을 벗어난 유망주 육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테니스의 내실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이벤트성 투어 대회 유치도 중요하지만, 테니스 유망주의 성장 토대가 될 ITF와 챌린저 등 하위 레벨 대회가 더 늘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이유다. 이진수 르노 부산오픈테니스대회 토너먼트 디렉터도 “우리 선수들이 국내에서 경험을 쌓고, 랭킹 포인트를 딸 수 있도록 ITF 대회가 한 해 최소 10개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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