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개봉은 장항준 덕분?…마동석 흥행신화 뒤엔 명품 시나리오 있었다

라제기 2026. 4.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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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오른쪽부터) 감독이 '기억의 밤'(2017) 촬영장에서 배우 강하늘, 김무열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신이 잘 몰랐던 장항준 감독<3>

장항준 감독은 2009년 서울 상암동 DMC 첨단산업센터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서울시가 영화발전을 위해 마련한 창작공간 ‘디렉터스 존’ 입주자로 선정된 것이다. 1년 동안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서 장 감독은 다음 영화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디렉터스 존 입주자 중에는 김성훈 감독도 있었다. 그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으로 데뷔한 후 절치부심하며 차기작 ‘끝까지 간다’(2014)를 준비 중이었다. 한 살 차이 장 감독과 김 감독은 곧 가까운 사이가 됐다. 장 감독의 아내 김은희 작가도 김 감독과 자연스레 교유하게 됐다.

장 감독은 디렉터스 존에 입주하며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의심스러운 남편의 뒤를 아내가 캐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영화였다. ‘죽지 않는’이라는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좀비물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2020)은 장항준 감독이 2010년대 초반부터 연출하려 했으나 고 신정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더콘텐츠온 제공

장 감독은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연출에 전력을 다했으나 그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우여곡절 끝에 신정원(1974~2021)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됐다. 신 감독은 ‘시실리 2㎞’(2006)와 ‘차우’(2009), ‘점쟁이들’(2012)로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며 서늘한 웃음을 빚어냈던 이였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2020년 9월 29일 개봉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극장가에 선보인 영화라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관객 10만 명 동원에 그쳤다. 장 감독은 신 감독과 함께 각본가로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장 감독은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의 제작 지연에 낙심하지 않았다. 다른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며 기회를 엿봤다. 결국 그는 ‘기억의 밤’(2017)으로 다시 감독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벤트 형식으로 개봉했던 TV영화 ‘전투의 매너’(2009)를 제외하면 ‘불어라 봄바람’(2003) 이후 14년 만이었다. ‘기억의 밤’은 장 감독의 영화 연출 복귀라는 의미를 넘어 의도치 않게 한국 영화 흥행판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게 됐다. ‘범죄도시’(2017) 탄생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기억의 밤’은 장 감독이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은 ‘범죄도시’와 어떻게 연결된 것일까.


‘기억의 밤’ 없었다면 ‘범죄도시’ 없었다?

스릴러 '기억의 밤'은 장항준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웃음기가 빠져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억의 밤’은 물음표 가득한 전개가 눈길을 잡는다. 주인공 진석(강하늘)은 가족이 이사를 한 날 형 유석(김무열)이 납치되는 일을 겪는다. 유석은 19일 만에 집에 무사히 돌아오나 예전과 다르다. 그는 매일 밤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집에 들어오고는 한다. 진석은 그런 유석에게 의문을 품다가 뒤를 밟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온통 거짓임을 깨닫게 된다.

‘기억의 밤’은 이야기가 정교하게 구성된 스릴러다. 단란한 진석의 가족이 알고 보면 어떤 음모를 꾸미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을 준다. 살인사건이 모티프가 된 점도 흥미롭다. 웃음이 스크린 전반에 흐르던 장 감독 이전 영화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기억의 밤’ 시나리오는 투자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라 제작에는 별다른 난관이 없었다. ‘기억의 밤’의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투자배급사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던 시나리오 하나를 추가로 내밀었다. ‘범죄도시’였다. ‘기억의 밤’에 욕심이 있다면 ‘범죄도시’ 배급까지 해달라는 게 장 대표의 입장이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장 대표의 제안을 큰 불만없이 받아들였다.

영화 '범죄도시'는 제작과 개봉 과정에서 '기억의 밤' 덕을 봤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억의 밤’은 2017년 3월 11일 크랭크인했다. ‘범죄도시’는 조금 앞선 2월 27일 촬영에 들어갔다. ‘범죄도시’는 같은 해 10월 3일 개봉해 관객 688만 명을 모았다. 마석도(마동석)라는 기상천외한 형사를 탄생시키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다. ‘범죄도시’ 2~4편은 연달아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영화 자체가 지닌 상업성을 발판 삼았다고 하나 ‘기억의 밤’이 없었다면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 신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2017년 11월 29일 개봉한 ‘기억의 밤’은 극장에서 138만 명을 모았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장 감독의 향후 연출 활동에 디딤돌이 돼 주었으나 흥행 성적은 ‘범죄도시’의 성공에 가릴 수 밖에 없었다.


“아내 드라마 연출하면 이혼할지 몰라”

장항준 감독은 '끝까지 간다'(2014) 각색을 맡으며 오랜만에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쇼박스 제공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화계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흔하다. 장 감독이 수혜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디렉터스 존 시절 장 감독과 함께 ‘루저’라며 자기비하를 했던 김성훈 감독은 상대적으로 일이 잘 풀렸다. 그가 쓴 ‘끝까지 간다’ 시나리오는 영화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로울 수는 없었다. ‘끝까지 간다’를 만들기로 한 영화사 쪽에서 시나리오 수정을 원했다. 블랙코미디 성향이 있는 스릴러 ‘끝까지 간다’의 유머가 좀 더 강해지길 바랐던 거다.

영화사는 장 감독을 각색자로 영입했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와 ‘불어라 봄바람’(2003) 등을 통해 남다른 유머 감각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감독은 디렉터스 존에서 알게 된 장 감독과 뜻하지 않게 공동 작업을 하게 되며 친해졌다. 당시 방송쪽으로 활동의 추가 많이 기울어져 있던 장 감독으로서는 ‘끝까지 간다’ 각색으로 영화계와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김성훈(오른쪽) 감독이 드라마 '킹덤' 촬영장에서 배우 김상호에게 촬영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김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장 감독 ‘덕’을 봤다. 김 감독은 디렉터스 존에서 장 감독과 더불어 김은희 작가와 종종 어울렸다. 친분은 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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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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