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이슈] 창고형약국 논란은 확산 중

감성균 기자 2026. 4. 1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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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약국, 약국 본연의 역할‧기능 훼손"
약국 현장 체감 피해 뚜렷…환자안전 저해·시장 왜곡 우려
한 주 동안 쏟아지는 보건의료·약업계 이슈를 일일이 따라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약사공론이 새롭게 선보이는 <위클리이슈>는 한 주간의 주요 쟁점을 선별해 보도 내용을 압축적으로 재구성한 종합 정리 코너입니다. 지난 한 주의 흐름을 다시 짚으며 사실 관계는 물론,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 방향까지 입체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단순한 뉴스 요약을 넘어, 이슈의 의미와 향후 흐름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 : AI 생성 이미지

약사 10명 중 8명 문제 심각 인식

창고형 약국 확산을 둘러싼 약사사회의 위기감이 단순한 인식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대한약사회 설문조사에서 약사 10명 중 8명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데 이어, 현장에서는 환자 안전 저해와 약국 기능 훼손, 시장 왜곡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여기에 일반의약품 대량 구매가 가능한 '구매 거점'으로서의 역할까지 부각되면서 제도적 대응 요구는 더욱 거세지는 양상이다.

대한약사회가 창고형 약국 인근 535개 약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1.6%가 해당 문제를 '심각하다'고 인식했으며, 이 가운데 46.0%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단순한 경쟁 구도를 넘어 약국의 본질적 역할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것이다.

특히 피해는 상담 기반 품목에서 두드러졌다. 영양제(72.8%), 상비약(53.3%), 건강기능식품(41.5%) 등에서 매출 감소가 집중되며, 가격 중심 판매 구조가 약사의 복약지도와 상담 기능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86.1%는 창고형 약국이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인식했으며, 방문 고객 감소(65.5%), 가격 불만 증가(55.8%) 등으로 이어지면서 약국이 '가격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경영적 충격 역시 현실화되고 있다. 매출 감소 폭은 10% 미만이 41%로 가장 많았지만, 10~19% 감소가 31.8%, 20% 이상 감소도 27.2%에 달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40~50%에 달하는 급격한 매출 하락도 나타났다. 창고형 약국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피해가 컸다는 점도 확인됐다. 500m 이내 약국의 경우 매출 20% 이상 감소 응답이 44.8%에 달한 반면, 5km 이상 떨어진 경우는 21.9%로 격차가 뚜렷했다.

이 같은 위기 인식은 제도 개선 요구로 직결되고 있다. 응답 약국의 62.1%는 '약국 개설 사전심사제 도입 등 규제 법안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 비약사·법인 개입 및 우회 개설 차단을 위한 지분·자본 출처 공개 강화(23.0%), 이중가격표시·과장광고 등 불법행위 단속 강화(5.4%) 등이 뒤를 이었다.

약사사회 내부에서는 창고형 약국 확산을 단순 시장 문제로 보기보다 제도적 공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자료 : 대한약사회

창고형약국, 약물 과다복용 '구매 거점' 여전

대용량 일반의약품 손쉽게 확보 가능…온라인서 정보공유도

현장의 우려는 환자 안전 문제로도 확장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창고형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여러 개씩 구매할 수 있다는 경험담이 공유되면서, 특정 약국이 이른바 '성지'로 지목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러 통을 한 번에 살 수 있다", "복용량 안내를 듣고도 다량 구매했다"는 식의 게시물이 반복적으로 확산되며 구매 방법과 제품 정보까지 구체적으로 공유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보는 청소년에게도 그대로 노출되며 재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댓글을 통해 특정 약국 위치나 구매 요령을 묻는 경우도 이어지면서, 창고형 약국이 사실상 일반의약품 대량 확보가 가능한 거점처럼 인식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약사사회는 이러한 현상이 약국 간 판매 대응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 약국에서는 진통제나 수면유도제 등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에 대해 수량을 제한하거나 복용 목적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응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 보니 '많이 살 수 있는 약국' 정보가 온라인에서 확산된다는 것이다.

과거 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이 불법 제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판매 수량 제한 협조가 내려졌고, 관련 사안으로 처벌 사례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창고형 약국을 중심으로 한 대량 구매 구조는 오남용 관리 측면에서도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 독자 제보

대한약사회, 대응체계 정비...TF 명칭 변경 등 진행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대한약사회는 대응 체계 정비에도 나섰다.

기존 '기형적 약국 대응 TF' 명칭을 '창고형 약국 대응 TF'로 변경하며 정책 대상과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기형적'이라는 표현이 추상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크다는 비판을 수용해, 문제의 본질을 보다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용어를 정비한 것이다.

이번 명칭 변경은 단순한 표현 수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책 대상의 명확화를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신뢰도를 높이고, 창고형 약국 문제를 특정 정책 이슈로 구체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는 향후 입법 대응과 제도 개선 논의에서도 일관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네트워크 약국 금지법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지만, 약국 개설 심의위원회 설치, 광고 심의 강화, 특수관계자 거래 제한 등 추가적인 제도 개선 과제는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처럼 창고형 약국 논란은 단순한 유통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약국의 정체성과 역할, 그리고 의약품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가격 경쟁 중심 구조가 약사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까지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사회는 물론 정책 당국의 보다 정교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