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픔 없도록”…대통령도 약속한 법, 5년간 제자리걸음인 이유
■ 떠나보낸 지 12년…여전히 유가족은 거리로
단란했던 일상이 깨진 지 12년,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김순길 씨는 여전히 국회 앞 농성장을 찾습니다.
아이가 왜 구조되지 못했는지, 왜 세상을 떠나야 했는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구조하지 않았다는 것은 밝혀졌지만,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는 밝히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위직 공무원들을 처벌하지 못했잖아요.
거리에서 지금 12년을 이렇게 있잖아요. 피해자들의 권리로서 당연히 저희가 진상 규명을 요구할 수 있어야 된다…"
- 김순길, 고 진윤희 학생 엄마
세월호 참사 이후 2022년까지 모두 세 차례의 독립된 조사위원회가 가동됐습니다.
첫 번째 조사위는 특별법 제정에 따른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참사 한 달 만에 발표된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조사 결과에 '외압'과 '부실 수사' 논란이 일자, 유가족이 직접 발품을 팔아 참사 206일 만에 통과시킨 법이었습니다.
이후 '선체조사위원회'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 두 번의 사고 조사위가 더 꾸려졌습니다.
그러나 제한된 인력·권한과 한정된 활동 기간으로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과 침몰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무안공항 참사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같은 문제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때 유족들이 국과수에 다시 재수사를 강력 요구해서, 대구시가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유족 손으로 직접 16점의 유해와 140여 점의 유품을 발굴한 적이 있습니다…이태원 참사 때,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청이 할 일은 다 했다'고 했습니다."
-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장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토부에 굉장히 큰 책임이 있음에도, 국토부 소속 '항공사고철도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했습니다."
- 황필규, 변호사·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
이 때문에 유족들은, 독립적인 사고 조사 기구를 만드는 '생명안전 기본법' 제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부처 자체 조사나 수사기관의 수사, 한계가 뚜렷한 특별조사위원회 문제로 여야가 충돌하는 일 없도록, 참사가 '정치화'되지 않도록, 전문 조직을 만들자는 겁니다.

■ 법안 발의 5년째…아직도 상임위조차 통과 못해
법안의 핵심은 ▲사고 원인에 대해 '독립적 기구'의 객관적·공정한 조사 보장 ▲피해자 권리의 구체적 명시 ▲피해자 지원책 마련 과정에 피해자 의견 반영 ▲안전권 명시입니다.
21대 국회에선 논의도 못 해보고 폐기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고, 지난해 의원 77명 명의로 다시 발의됐습니다.
정부는 이번엔 시민단체 의견을 수용해 독립 조사 기구를 설치하되, 기존 정부 부처가 가지고 있는 조사기관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추가로 논의하기로 하는 등, 절충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국회 심사는 거의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1차로 심사해야 할 행안위 '2소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며 "민주당에선 안건을 상정해 논의하려고 했지만, 위원장의 권한인 만큼 국민의힘이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야당을 탓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국민의힘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이번 달 내로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은 법안에 포함된 독립 조사 기구가 기존 부처의 조사기관과 역할이 겹치고, 국가 재난 발생시 시스템 관리와 행정 대응 체계를 규정한 '재난안전법'과 중복된다며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실제 숙의를 위한 논의는, 지난해 12월 한 번의 공청회 이후로는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법안을 대표로 발의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2020년 11월 문재인 정부 당시 법안이 발의됐을 때 민주당이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본다"며 "다른 개혁 법안들은 여당 주도로 강행 처리도 하는데, 어느 법안보다 사회적 합의가 높은 수준에 있는 생명안전기본법을 강행하지 않은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특조위 한계 극복할까?…전문성 확보 관건
전문가들은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되면, 독립적인 조사기구의 안정성과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에서 조사 업무를 맡았던 황필규 변호사는, 위원회 자체가 '임시 기구'인 탓에 직원들의 전문성이나 고용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사 기법도 상당 부분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으로 독립된 조사기구가 있었다면, 무안공항 참사 또한 1년 동안 유가족들의 고통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관건은 '조사 전문성 확보'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배재현 행정안전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법조인 위주로 조사기구가 구성되는데, 해외에선 해당 분야의 기술적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더 많이 발탁한다"며 조사위원의 다양성 확보를 제안했습니다.
또, 조사기구에 고용되는 직원들의 전문성도 확보돼야 한다며 "일반 행정직원들처럼 순환 보직 체계로 운영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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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연 기자 (yeo@kbs.co.kr)
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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