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사실 평일…‘빨간날’도 계급이 있다

김준범 2026. 4.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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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주말입니다. 휴일 잘 보내고 계시나요. 가벼운 질문 하나 드릴게요.

휴일공휴일은 같은 말일까요? 다른 말일까요?

다소 뜬금없을 질문인데요. 이에 대한 답을 끝까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 5월 1일이 부른 나비효과

5월 1일, 영어로는 메이데이(May day). 이날을 뭐라고 부르시나요.

①근로자의 날 ②노동절

사실 매한가지긴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석가탄신일이고, 성탄절이 크리스마스인 거랑 다를 게 없죠.

뭐라 부르건 같은 날이긴 합니다만, 올해 공식 명칭이 달라졌습니다. 법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 있었던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은 폐지됐습니다. 대신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이 새로 제정됐습니다. 올해부터는 노동절이 공식 명칭입니다.

이름만 달라진 게 아닙니다. 업그레이드도 됐습니다. 노동절은 올해부터 법정 공휴일로 '격상'됐습니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 어떤 날이 법정 공휴일인지 일일이 열거하는 법입니다. 지난해까지 근로자의 날은 이 명단에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노동절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부터는 직장인뿐 아니라 공무원, 교사, 택배기사 등 특수 고용직 노동자까지 전 국민이 쉬는 날이 된 이유입니다. 명실상부 흠 없는 '빨간날'이 된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다 쉴 수야 있겠습니까. 사정상 일해야 하는 분들도 부지기수겠죠.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직장인도 그럴 겁니다.

노동절에 출근하면 수당은 어떻게 될까요. 법정 공휴일로 '격상'됐으니, 수당도 더 빵빵해질까요. 아니면 수당은 그대로일까요.

궁금증이 쏟아지자, 고용노동부가 그제(16일) 공식 유권해석을 내놨습니다.

노동절에 일하는 직장인(5인 이상 사업장에 한정)은 시급·일급제는 급여의 2.5배,월급제는 급여의 1.5배를 받아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노동절에 일하는 대신 다른 날에 쉬는 휴일 대체(일명 '대휴')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연관 기사] 노동절 일하면 급여 최대 2.5배…‘대휴’ 적용 안 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537660

정부가 그렇게 정리했다니 그렇게 따르면 되는 거긴 하겠습니다만, 왜 그럴까요?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격상됐지만, 다른 법정 공휴일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휴일이면 다 같은 공휴일이지, 성격이 다른 공휴일은 또 뭘까요.

복잡한 휴일의 세계, 좀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 국경일, 공휴일, 그리고 휴일

달력을 볼까요. 오늘 토요일도 빨간날이고, 내일 일요일도 빨간날이죠.

한 장 더, 5월로 넘겨봅시다. 1일도, 2일도, 3일도 빨간날. 하루건너 5일도 빨간날. 월초부터 황금연휴입니다.

그런데, 빨간날이라고 다 같은 빨간날이 아닙니다.

어떻게 구분되는 걸까요. 여기서 무려 4개의 법률과 1개의 대통령령이 등장합니다.

· 법률: 「국경일에 관한 법률」, 「공휴일에 관한 법률」,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 「근로기준법」
· 대통령령: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국경일, 공휴일, 휴일…뭐가 이렇게 복잡하나 싶죠.

엎치나 메치나 다 '노는 날'이긴 한데, 법적으로는 조금씩 다른 개념입니다.

구구절절 설명하면 너무 복잡하고,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습니다.

일명, 대한민국 빨간날 지형도입니다.


① 국경일: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 국경일법은 딱 5일만 지정했습니다.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② 공휴일: 국가가 정한 공식 휴무일입니다.
- 공휴일법에 따라 17일입니다. 일단, 모든 국경일은 공휴일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제헌절은 공휴일이 아니었지만, 올해부터는 제헌절도 공휴일입니다. 여기에 1월 1일, 설 연휴(3일), 부처님 오신 날, 노동절,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연휴(3일), 기독탄신일이 추가됩니다.
- 법정 공휴일은 '휴일 대체'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공휴일에 일하는 대신 회사랑 합의해서 다른 평일에 쉬는 게 가능합니다. 근로기준법이 그렇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 다만, 노동절은 그게 안 됩니다. 왜? 유일하게 공휴일법이 아니라 노동절법에 따른 특별한 공휴일이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독보적' 공휴일인 셈입니다.

③ 휴일: 근로 의무가 없는 모든 날입니다.
- 대표적인 게 주휴일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을 개근하면, 유급휴일을 하루 주도록 강제하는데 이게 주휴일입니다. 무슨 요일을 주휴일로 할지는 사업장 자율이지만, 대체로 일요일로 정합니다. 직장인이 일요일에 쉴 수 있는 이유입니다.

모든 국경일은 공휴일에 속하고, 모든 공휴일은 휴일에 속합니다. 수학 기호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휴일 ⊃ 공휴일 ⊃ 국경일

휴일과 공휴일은 같은 말? 이냐는 첫 질문에 대한 답도 나오죠. '일부 겹치지만 다른 말'인 겁니다.

■ 토요일이 평일이라고?

여기서 끝일까요. 아니죠. 토요일이 빠졌습니다.

대부분의 달력이 '빨간날'로 표시하는 토요일에 우리는 무슨 근거로 쉬는 걸까요.

일단, 토요일은 (법적인) 휴일이 아닙니다. 위에서 살펴본 4개의 법률과 1개의 대통령령 어디에도 토요일을 휴일로 정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법적 지위로만 보자면, 토요일은 평일입니다.

근데 왜 토요일에 쉬는 걸까요. 휴일이어서가 아니라, 일하면 ‘연장근로’가 되는 날이어서 쉬는 겁니다.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까지만 일하도록 제한하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8시간씩 일하면 40시간이 꽉 차버리죠.

물론 사업주가 연장근로수당을 주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토요일도 직원을 불러 내 일을 시킬 수는 있습니다. 법정 휴일이 아니니까요.

다만, 인건비가 부담되고 워라밸 등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많은 회사가 굳이 일을 안 시키는 관행이 쌓였고, 그러다 보니 토요일은 휴일은 아니지만 일을 안 하는 관행적 휴무일이 된 겁니다.

다 같은 빨간날 같지만, 수면 아래엔 서로 다른 기준이 숨어 있습니다.

이상, '대한민국 빨간날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래픽: 장정원, 손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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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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