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역습?…청년 고용의 사다리가 무너진다

김학재 2026. 4.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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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개발자의 가상 이미지 (해당 이미지는 생성형 AI로 제작되었습니다)


■ ‘바이브’로 코딩하는 시대, 누구나 개발자가 되는 축복인가?

여러분,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고 들어보셨죠?

전문적인 컴퓨터공학 지식이 없어도, 음악에 몸을 맡기듯 그저 일상적인 언어로 명령을 내리면 AI가 알아서 코딩을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이 바이브 코딩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너도나도 쉽게 코딩하는 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코딩의 문턱이 낮아지며 누구나 다양한 업무 보조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혁신적인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 화려한 기술의 발전 뒤에는 차가운 고용 절벽의 현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코딩이 쉬워진 만큼, 역설적으로 코딩을 업으로 삼아온 이들의 자리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는 몇 년 전부터 피비린내 나는 대량 해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습니다. 2025년부터 2026년 사이 메타(3,600명), MS(6,000명)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수만 명의 IT 인력이 짐을 쌌습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부문 등 비핵심 직무는 가차 없는 감축 대상이 되었고, 그 빈자리는 AI가 채우고 있습니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수억 원대 연봉과 파격적인 복지로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했던 개발자들이 이제는 최상위급을 제외하고는 몸값이 예전만 못합니다. 귀한 대접은 옛말이 되었고, 이제 개발자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 AI로 대체되는 청년 일자리
이런 현상은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 수치로도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4월 1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3월 우리나라 고용 현황은 기묘한 양극화를 보였습니다. 전체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지표상으로는 '훈풍'이 부는 듯하지만, 정작 미래 동력인 청년층의 고용률은 전년 대비 0.9%p 하락한 43.6%에 머물렀습니다.

실업률 역시 7.6%로 상승 곡선을 그리며 41개월째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령층 중심의 일자리가 전체 지표를 끌어 올리는 사이, 청년들이 열망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급격히 빙하기로 접어든 모양새로 변해 버렸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청년 일자리의 화수분 역할을 했던 정보통신(IT) 분야의 부진입니다. 과거 정보 통신 분야는 새롭게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층들이 대거 몰렸고, 취업도 잘 되던 산업군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청년 고용을 압박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이 산업 현장의 효율을 높였지만, 역설적으로 신입 사원이 맡아왔던 '저숙련·반복 업무'를 가장 먼저 대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AI 노출도에 따른 연령별 고용 증감을 나타낸 지표.


한국은행도 AI 기술의 도입 및 급속한 확산이 청년층 고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4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층 고용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2022년 11월을 전후해서 지난 4년간 청년층 일자리가 25.5만 개 감소하였는데 이 가운데 AI 노출도 상위 업종에서 25.1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AI 확산이 주로 사회 초년생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AI 확산과 청년 고용 위축 간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분석처럼 AI가 저숙련 일자리를 흡수하고 제조업과 정보통신업의 노동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면서, 청년들이 진입할 '첫 번째 통로'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 AI가 걷어차 버린 사다리
이러한 고용 한파의 실체는 최근 공개된 글로벌 통계 지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 경제 연구소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팀이 분석한 위의 자료를 보면, 우리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 알 수 있습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모든 연령대의 고용은 함께 웃고 함께 울며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시점부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30대 이상의 숙련된 직장인들의 고용은 여전히 탄탄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반면, 22세에서 25세 사이의 '사회 초년생' 고용 지수만 유독 낭떠러지처럼 수직 낙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불과 2년 사이에 이들 초급 인력의 일자리 약 20%가 증발해 버렸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AI가 가장 먼저 가로챈 업무가 바로 이들 저연차가 맡았던 '기초적인 업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프는 더 잔인한 진실을 말해줍니다. 업무 성격이 AI와 겹치면 겹칠수록 고용 감소 폭은 훨씬 더 컸습니다. 과거에는 신입 사원들이 단순한 코딩이나 잡무를 처리하며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경력직'으로 성장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배움의 단계'를 AI가 통째로 삼켜버렸습니다. 청년들이 경력을 쌓아 시니어가 되고 싶어도, 아예 그 입구인 사다리 첫 칸부터 AI가 걷어차 버린 셈입니다.

■'경력직만 찾는' 수시 채용, 가로막힌 신입의 길
청년들을 절망하게 하는 것은 위의 지표들이 보여주듯이 기업들의 냉혹한 채용 문화 변화입니다. 실제로 고용 현장에서는 이미 교육 비용이 발생하는 신입 공채 대신, 즉시 현업에 투입해 실적을 낼 수 있는 '경력직' 우대가 대세로 굳어졌습니다. AI 기술 고도화로 인해 요구되는 숙련도의 진입 장벽은 높아졌는데, 기업들은 이 장벽을 넘을 기회를 신입에게 주지 않는 것입니다. 25~34세 젊은 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과거 90%에서 82% 수준으로 급락한 배경에는, 이처럼 '신입이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박탈당한' 구조적 모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4월 13일 국회에서는 <인공지능 전환과 노동의 미래: 일자리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AI가 미칠 노동시장의 변화와 파급효과에 대해 심도 있는 진단과 해법을 내놨습니다.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던 중, 기자는 청중석에서 손을 들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젊은 세대들도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어쨌든 회사에 입사를 해야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고 윗사람들의 업무 노하우도 어깨너머로 배우며 숙련된 인력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경력직들만을 우대하며 신입사원들을 뽑지 않아 청년들에게 이렇게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들이 저숙련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숙련 ·반복 업무가 대체되는 것은 AI 기술 발달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들에게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돌아온 한 전문가 패널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AI는 일자리를 없애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신기술이 출현할 때면 일자리 양상도 바뀌었습니다. 산업혁명이 그랬고 인터넷 등이 그랬습니다. 이제는 기업에 들어가 경력을 쌓는다는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탈피해 내가 스스로 스타트업 창업부터 시작해 모든 걸 주도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AI시대는 모든 것이 근본부터 바뀌는 일대 혁명적 전환기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도전과 개척 정신이 필요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취업 한파 속에서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치는 청년들에게, "창업하라"는 조언이 얼마나 와닿을 수 있을까요? 물론 AI 시대에 새로운 기회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이브 코딩처럼 기술의 문턱이 낮아진 덕분에, 과거엔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청년들도 분명 등장하고 있습니다. AI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도구로 활용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는, 앞으로 더 빠르게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결국 여기로 돌아옵니다. 사다리의 첫 칸을 AI가 걷어차 버린 세상에서, 그 사다리를 다시 놓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요. 청년 개인의 발상 전환만으로 해결될 문제일까요, 아니면 기업과 사회, 정부가 함께 새로운 사다리를 설계해야 하는 문제일까요.

답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외면하는 사이, 청년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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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재 기자 (curator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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