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이발소 10호점과 골프, 골퍼

이번 주 골프칼럼 제목을 보면 참 생뚱맞다. 이발소 10호점은 뭐고 골프와 골퍼는 또 뭐냔 말이다. 골프숍 10호점도 아니고 참 생뚱맞은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유발될 것이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지 내년이면 40년이 된다. 그동안 많은 사람과 다양한 일들이 있었고 또 그 세월만큼의 골프 추억과 라운드도 했다. 그 가운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그 반대이다.
A라는 분이 있다. 이 분을 평가한다면 '신앙심이 깊고, 반듯하며, 한결같은' 모범생이다. 이분은 참 특유하게도 두 딸이 그의 깊은 신앙심만큼 사위 한 명은 '선교사', 또 다른 사위는 목사 분의 자제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A씨 역시 휴가의 대부분을 선교 활동에 쓰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서울에서 4시간이나 걸리는 개척교회를 매주 아내와 함께 다녀온다. 이제 집 가까운 교회를 다녀도 되지 않느냐고 하면 개척교회 교인들의 눈빛이 밟혀서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번은 필자에게 전화가 와서 서원밸리 골프장에서 진행하는 그린콘서트 때문에 밥을 잘 얻어먹었다면서 '자선금'을 보내온 적이 있다. 딸과 사위가 멀리 발리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데 로컬 식당에 갔을 때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 그렇다고 했더니 딸이 한국 그린콘서트에 갔다 왔는데 너무 좋았다면서 저녁 값을 받지 않아서 그 비용을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A와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자신의 대부분 휴가를 발리에서 봉사했으며 그 진정성에 감명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얼마 전 다시 만나 커피 한 잔을 하다가 다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이야기가 소환되었다. 자선금에 대한 감사를 전하자, A 역시 발리에서 한국 사람이라고 융숭한 대접을 받아 오히려 서원밸리 그린콘서트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A가 발리에서의 선교 중 가장 큰 계획은 '이발소 10호점'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3호점을 냈는데 그 목표가 10호점까지라고 말한다. 발리 주민들에게 이발소를 내주고 이발 기술을 습득시킨다면 스스로 이발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이발소 하나를 내는 데 얼마가 드느냐"는 질문에 "3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필자는 그럼 두 개 점을 개장할 수 있게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A는 아니라고 했지만 함께 하고 싶다고 했고, 그중에 일부를 먼저 보탰다. 혹시 오지랖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지만 역시 필자랑 십시일반 함께해 주는 분들이 있어 2호점 600만 원을 조성해 보려고 한다.

예전에 철강 재벌 카네기 전기를 읽은 내용이 생각난다. 그는 우연히 한 노인 집을 방문했을 때 썰물로 바닥이 드러난 해변에 나룻배 한 척이 쓰러질 듯 놓여 있는 초라한 그림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그림 밑에는 "반드시 밀물 때는 온다. 바로 그날, 나는 바다로 나갈 것이다. (The high tide will come. On that day, I will go out to the sea.)"라는 글귀가 있었다.
희망은 포기하는 순간 절망이 된다. 카네기는 밀물이 들어올 그날을 기다리면서 살았기에 철의 사나이가 되었고, 생애 말년에는 모든 부를 나누는 데 더 행복함을 느꼈던 것이다.
에머슨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우면 반드시 나 자신이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삶의 아름다운 보상 중 하나이다"라고 했다. 조금은 무모하지만 이발소 두 개 점을 약속한 것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이뤄내고 싶다. 아마도 골프와의 40년 인연이 필자에게 깨닫게 해준 것은 바로 '나눔, 그리고 행복'이 아닐까 싶다.
혹여 필자와 이발소 10호점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해준다면 아마도 그 희망이 좀 더 빨라질 것이다. 골프는 단순히 라운드하는 그 이상의 나눔과 배려를 알려준 참 고마운 운동이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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