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도 ‘가성비’ 시대…현대인들은 왜 ‘자발적 고립’을 택했나
‘심리적 가성비’ 추구…“억지로 관계 유지하긴 싫어”
“인위적 연결보다 생활반경 기반 ‘느슨한 연대’ 필요”

최근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는 현대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인간관계에서도 ‘가성비’를 따지는 현대인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연령층일수록 인간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의도적으로 관계의 폭을 줄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엠아이(PMI)가 2025년 전국 19~69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5%가 ‘최근 3개월 내 인간관계로 인해 자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30대와 40대가 각각 47.7%, 44.4%를 보이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이어 20대 42.2%, 50대 36.8% 순으로 나타났다.
‘인간관계에서 어렵다고 느끼는 점’을 묻는 질문에는 ‘관계를 억지로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33.7%로 가장 높았다. 향후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필요한 관계만 남기고 정리하고 싶다’는 응답이 38.6%였으며, ‘관계 자체에 신경 쓰지 않고 싶다’는 응답도 27.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거리두기나 고립을 선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이러한 자발적 고립을 기존의 ‘사회적 고립’과 동일선상에서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쉬었음 청년’이나 ‘은둔형 외톨이’와 달리, 이들은 사회적 역할은 수행하면서도 관계에 있어 ‘효율’과 ‘심리적 가성비’를 중시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과도한 경쟁과 공동체 기반의 약화 등 한국 사회 특유의 불안정성이 인간관계에 필요한 에너지마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대인들은 자신과 타인의 욕구를 조정하고 배려하는 기술을 배울 기회가 줄었을 뿐더러, 피로감을 견뎌내는 능력도 약화된 상태”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지역사회 공간이 ‘자발적 고립’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발적 고립’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느슨한 관계의 회복’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대표적으로는 동네 기반 플랫폼 중심의 소규모 모임이 꼽힌다.
실제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운동·독서 등 명확한 목적의 소모임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찰과 도둑’ 등 어릴 적 술래잡기 놀이를 함께 즐기는 모임도 큰 인기를 끌었다. 수원에서 진행된 모임에는 1천300명이 넘는 인원이, 부천에서 열린 모임에는 900명이 넘는 참여자가 모였다.
수원에서 ‘경찰과 도둑’ 모임에 참여한 이모씨는 “회사나 기존 인간관계는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서 피곤했는데, 이런 모임은 목적이 분명해서 부담이 덜하다”며 “필요할 때 참여하고, 끝나면 깔끔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동네를 기반으로 한 관계 회복은 파편화된 사회를 완화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함께 숨 쉬고 어울릴 수 있는 ‘작은 숲’부터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실유 기자 lsy080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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