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 보여주기 꺼릴 것 같아도 다큐 찍듯 재미있어합니다"

김범수 2026. 4. 1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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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자취남' '유부남' 집 소개 채널 운영하는 정성권씨
편집자주
온라인 플랫폼 등장 이후 온갖 콘텐츠가 엄청난 양과 속도로 생산·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의 주역은 1인 미디어와 독립 채널입니다. 이들이 자본과 기술, 인력을 갖춘 전통적 콘텐츠 생산 구조를 압도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크리에이터들의 창업 이야기와 고민, 애환을 들어보는 인터뷰를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자취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정성권씨는 3월 31일 서울 연희동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영상 채널을 해보고 싶다면 다른 사람 콘텐츠를 보지 말고 스스로 장르가 되려고 노력해야 단단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연 인턴기자

누구나 편하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기대를 갖기 마련이다. 이런 욕구를 잘 포착해 집 공간과 살림살이를 소개하며 구독자 100만을 넘는 인기를 누리는 채널이 있다. 1인 가구의 집을 소개하는 '자취남', 결혼한 사람들의 집을 보여주는 '유부남', 그리고 상업 공간을 탐구하기 위해 최근 만들어진 '공간남'이다. 3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정성권(36)씨를 지난달 31일 서울 연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채널 운영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대학 졸업하고 마케팅 에이전시 회사 다녔다. 4년 근무 동안 3년 정도는 유튜브 채널도 같이 운영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든 계기는.

"부업을 이것저것 해보면서 잘되면 그걸로 본격적인 사업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작은 사업을 조금씩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사서 광고 만들어 올리기도 했고, 해외에서 다이어트 식품을 사서 소분해 브랜드 붙여 파는 일도 잠깐 했다. 그때는 제대로 사업이라는 개념을 갖고 한 게 아니어서 세금 문제라든지 부닥치는 게 많아 접고 유행이 불기 시작한 유튜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8년쯤이다."

-처음부터 1인 가구 소개를 생각하고 시작했나.

"아니다. 내가 자취를 시작하던 때라 자취하면서 알아두면 좋을 노하우 같은 걸 소개하는 영상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채널 이름이 '자취남'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자취하는데 이동식 욕조가 필요한지 같은 걸 알려주는 거다. 음식 만들어 먹는 영상도 올렸다.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은 궁금해하겠지 생각하면서 2, 3년 정도 했다."

-그 영상들 반응은 어땠나.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었지만 시작 단계의 작은 채널은 몇십만 조회수 한 번 터지는 게 중요하더라. 다행히 초반에 그런 영상이 있었다. 그중 제일 잘됐던 것은 복층 오피스텔에 살면 좋을까 콘텐츠였다. 그 이후 잘된 게 별로 없었지만 2, 3년 자격지심이 들면서도 꾸준히 했다."

-1인 가구 인터뷰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영상을 거의 깡으로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다 우연히 친구 집을 찍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집을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이건 뭐야 하고 물어보는 지금과 비슷한 콘셉트였다. 그때만 해도 이런 게 잘되나 싶은 정도지 이걸로 밀고 가야겠다까지는 아니었다."

-채널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계기가 있었나.

"남의 집 소개하기 전까지 채널 구독자가 1만 명 정도였다. 그런데 집 소개 콘텐츠를 하면서 그 숫자가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2년쯤 하다가 코로나19가 터졌다. 그때 사람들이 집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져 채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간 구독자가 평균 잡아 10만 명에서 15만 명 정도로 늘어난 것 같은데 코로나19 때는 그 2배 가까이 됐다.”

-유부남 채널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혼자 사는 사람들 집 소개 영상을 찍고 얼마 지나서 메일로 저는 결혼했는데 영상에 나올 수 없나요 하는 문의들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 다닐 때라 영상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채널을 하나 더 만드느냐, 아니면 계속 회사 다니면서 하던 것만 계속하느냐 갈림길에서 퇴사하고 추가 채널 오픈을 선택한 거다."

-해외 영상도 찍고 있던데.

"지금까지 10개국 정도 찍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일본 도쿄, 오사카,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 홍콩 그리고 유럽 쪽은 프랑스, 영국을 갔다. 해외 사시는 분들이 찍어달라는 요청이 온다. 영상 담기기 원하면 연락달라고 커뮤니티에 공지를 해서 여러 집 둘러보는 스케줄을 짜고 나가서 찍어 온다."

-촬영 요청은 얼마나 들어오나.

"한 달에 평균 30, 40곳 정도를 찍는데 그 서너 배 정도는 들어온다."

-시작할 때부터 촬영 요청이 많았나.

"처음에는 거의 없었다. 일주일이나 2주일에 한 건 정도였다. 그래서 처음 친구 집 찍은 뒤에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두세 편을 더 찍었다. 그렇게 올린 영상에서 우리 집도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났던 것 같다. 영상 밑에 자그맣게 촬영 신청 이런 걸 적어놨는데 그걸 보고 조금씩 연락이 오더라."

-자기 집을 남한테 보여주는 건 보통 꺼리지 않나. 찍어달라는 심리가 궁금하다.

"우선, 재미있다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루틴한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고 싶은 거다. 그리고 자신의 집을 담은 20분짜리 영상으로 내 인생의 다큐멘터리를 누가 만들어준다는 느낌도 갖는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채널의 유튜버랑 만나는 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영상으로 사생활이 노출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나.

"그럴 만한 요소들은 당연히 가려서 만든다. 편집이 완성되면 집주인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문제 될 부분에 대한 검토를 받아서 반영해 최종 업로드한다."

-스태프는 몇 명이며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편집, 업로드하는 과정은.

"모든 영상을 중간에서 관리해 주는 PD가 1명 있고, 편집자가 6명, 채널 마케팅하는 분이 1명 있다. 영상은 일주일에 6편, 20~25분짜리를 거의 매일 올린다. 자취남이 3편, 유부남이 2편, 공간남 채널에 1편이다. 공간남은 호텔 같은 숙박시설, 애슐리 같은 식당 공간 등을 영상에 담으려고 한다. 공간 배치나 인테리어를 왜 이렇게 했는지, 그럴 경우 매출에 변화가 있는지 하는 것들을 일반인의 시선으로 물어보려고 한다. 취재원과 연락, 촬영은 거의 혼자서 한다. 기획을 따로 한다기보다 촬영 요청 중에서 고르는 작업 위주다. 촬영도 휴대폰으로 찍고 있다. 집주인 인터뷰를 10분 그리고 집 촬영은 1시간 정도다. 그 뒤 영상 편집은 편집자들에게 거의 일임한다."

-영상 한 편당 평균 조회수는 어느 정도인가.

"올리고 한 달 기준으로 자취남은 20만 회, 유부남은 10만 회 미만이면 좀 안 나왔다고 받아들인다."

-가장 인기 있었던 동영상은 무엇이고 인기의 이유는.

"지난해 찍은 29.75㎡ 원룸 영상이 500만 회를 넘어 가장 인기가 좋았고 그다음도 역시 4, 5년 전에 찍은 비슷한 크기 원룸 콘텐츠다. 사실 이 영상들을 왜 많이 본 건지는 모르겠다. 콘텐츠의 인기는 운이 70, 80%인 것 같다.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찍었는데 조회수가 낮을 때도 있고 늘 하던 대로 한 건데 잘 나오는 경우도 있다. 유명한 걸로 유명하다라는 말처럼 어떤 이유로 조회수가 조금 잘 나왔는데 그 조회수를 보고 뭘까 하고 보는 심리일 수도 있다."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고 어느 정도인가.

"조회수 수익이 나오고 광고도 받는다. 광고는 주로 집이나 생활과 관련된 것들이다. 영상 취재 내용에 녹여서 보여준다. 예를 들면 최근에 책상 브랜드 광고를 하나 했는데 취재 가기 2, 3주 전에 선물로 보내고 가서 써 본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다."

-조회수 수익과 광고 수익은 어느 쪽이 많나.

"광고와 조회수 수익은 7대 3 정도다. 광고가 너무 많아도 안 되니 한 달에 채널당 2개 이상은 하지 말자는 기준을 갖고 있다."

-새롭게 계획 중인 크리에이터 활동이 있다면.

"채널 운영을 토대로 여러 사업을 시도해보고 있다. 부동산 중개점을 2년 전에 오픈해 2호점까지 냈다가 잘 안 돼서 지금은 하나만 유지하고 있다. 대신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만들 계획으로 투자도 받아서 준비를 하고 있다. 집 소개 영상이 나가면 집주인 연락처 알려달라는 메일이 많이 온다. 집 내부와 그 사람이 말하는 스타일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연락해보고 싶다는 거다. 거기서 착안해 소개팅 앱 같은 것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유튜브 채널 해보고 싶다는 분들께 해줄 조언이 있다면.

"진지하게 하지는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유튜버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다.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주관적이지만 제 나름의 성공 공식을 말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남이 한 것을 보지 말고 스스로 장르가 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단단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취남' 채널 인기 동영상.

김범수 선임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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