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다 [4강의 시선]

2026. 4. 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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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이란 전쟁, 양분된 미국 여론
이란 핵개발 차단이 전쟁 핵심
한국, 북핵 냉정하게 인식해야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이란 전쟁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이 우려 속에서도 한창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주말 파키스탄의 중재로 열린 1차 협상이 결렬되자, 미국은 이란의 주요 자금원인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의 역봉쇄에 나섰다. 이에 대해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협상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내 이란 전쟁에 대한 여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4일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유거브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 성인 응답자는 32%에 그쳤다. 반대 의견은 55%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당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는데,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69%(MAGA 지지층에서 83%)가 전쟁을 지지하는 반면, 민주당은 7%, 무당파 유권자는 22%에 그쳐 여론이 뚜렷하게 분열됐음을 보여줬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CBS 뉴스·유거브 조사에서는, 미국인들이 이란과 관련하여 △호르무즈해협 개방 및 원유 접근성 보장(87%) △이란 국민들의 안전과 자유(81%) △이란의 대외 위협 억제(76%) △이란 핵 프로그램의 영구적 중단(76%)을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반수의 응답자는 이러한 목표들을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여론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는 신속한 종전과 함께 이번 전쟁에서 “승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고, 실제로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은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20년간 중단하고 고농축 우라늄을 국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란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5년으로 낮추고 국외 반출 대신 우라늄 희석을 역제안하면서 1차 협상은 결렬되었지만, 향후 협상에서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가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전쟁이든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또, 이번 이란 전쟁은 전 세계 에너지, 산업 원료, 식량 공급망 등에 갑작스러운 충격을 주며 막대한 부수적 피해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의 시작과 끝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수십 년간의 갈등과 대립을 겪어온 남한과 북한 모두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는 모두 미국의 주요 국가안보 관심 사안이자, 국제 핵비확산 체제에 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다만 1994년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정밀 타격이 실행되지 않은 결과, 다행히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늘날 북한은 사실상 핵무장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선례가 오히려 북한 비핵화에 대해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이란의 핵 개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과 초초함으로 이번 전쟁의 방아쇠를 당기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 비핵화를 원하는 한국은 비록 이란 전쟁으로 많은 부수적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전쟁과 이란 핵 문제를 보다 냉정하고 넓은 시각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엘렌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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