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구 소멸의 섬, 70만 명 찾는 현대미술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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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제련소의 아황산가스로 주변 산들이 민둥산이 돼버린 섬.
미술관에 갇히지 않고, 섬 주변 세토내해의 풍경 속으로 예술을 가져갔다.
섬마을의 버려진 민가들을 활용해 일본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다쓰오와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품은 장소로 만들었다.
베네세의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 지시로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처음엔 저자는 현대미술의 섬에 19세기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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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활용하고 주민들도 제작 참여… 건축-예술 등 미적 체험 공간 탄생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아키모토 유지 지음·지소연 옮김/480쪽·2만5000원·알에이치코리아


이젠 안도 다다오 건축의 성지처럼 여겨지는 나오시마. 책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은 그 변화를 현장에서 이끈 아트 디렉터 아키모토 유지가 쓴 15년의 기록이다.
일본의 교육·출판 기업인 베네세는 사명이 라틴어 ‘Bene Esse(잘 살다)’에서 왔는데, 이런 기업 철학을 나오시마에서 구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기획을 맡은 저자는 나오시마를 되살릴 방안으로 현대미술을 떠올렸다. 예술의 가치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나오시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있는 예술’을 향유하길 기대했다.
첫 번째 시도는 ‘아웃 오브 바운즈’ 전시였다. 미술관에 갇히지 않고, 섬 주변 세토내해의 풍경 속으로 예술을 가져갔다. 예를 들어, 작가는 직접 섬으로 와서 그 장소의 특징을 살린 작품을 만들었다. 나오시마 예술 공동체 안에서 이 땅의 풍토와 역사를 공유하고 더 깊이 파고드는 방식. 저자는 “작품을 전시할 장소가 먼저 정해져 있고, 거기서 자극을 얻어 장소에 알맞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실현되었기에 나오시마는 비로소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집 프로젝트’로도 이어졌다. 섬마을의 버려진 민가들을 활용해 일본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다쓰오와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품은 장소로 만들었다. 특히 미야지마 작가의 발광다이오드(LED) 작품 제작엔 5세부터 95세까지 주민 125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낡디낡은 집이 예술의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서서히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돼 갔다. “현대미술이 일상과 맞닿을 때, 사회와 예술이 교류하며 가치를 공유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저자의 믿음이 현실로 구현된 셈이다.
나오시마 지추(地中)미술관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전시하기 위해 탄생한 공간이다. 베네세의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 지시로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처음엔 저자는 현대미술의 섬에 19세기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고심 끝에 저자는 모네를 현대미술과 연결하려는 시도를 했다. 모네와 공통적인 세계관을 가진 작가로 터렐과 월터 드 마리아를 떠올린 것이다. 여기에 안도 작가의 설계로 세 작가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게 지추미술관이다. 장소와 예술을 함께 만들어온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마침내 도달한 정점이었다.
작가는 나오시마를 건축과 예술을 통해 새로운 미적 체험을 하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들도 자기만의 독립성을 갖고 존재하길 바랐다. 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나오시마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섬으로 재탄생했다.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저자는 때로 기업 경영 논리와 부딪쳤고, 까다로운 예술가들에게 퇴짜를 맞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끝내 놓지 않았던 한 가지는 바로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신념이었다. 그런 열정과 철학이 책 곳곳에 절절히 배어 있다. 쇠락해 가던 섬이 예술의 성지가 된 과정을, 한 예술가가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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