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름값 2000원 돌파…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도 4배 뛰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17일 리터(L)당 2000원대에 진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이 절정에 달했던 2022년 7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기름값뿐 아니라 항공·해운 등 물류비와 건설 자재, 농산물 가격까지 일제히 오르는 ‘비용 인플레’가 산업 전 분야를 흔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2000.00원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이미 상당수 지역이 2000원을 넘어섰다. 서울(2030.60원), 제주(2028.82원)를 비롯해 충북, 경기, 충남, 강원 등 6개 지역에서 평균 가격이 2000원을 웃돌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최고가격제를 통해 상승 폭을 억제하고 있지만, 일선 주유소에서는 저가 재고가 소진되면서 가격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주유 업계 관계자는 “1차 최고가격제 물량이 소진되고 2·3차 가격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자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은 물류 분야부터 직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간 적용되는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를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 기준 kg당 219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달(510원)보다 4배 넘게 오른 가격이다. 이는 화물 운임이 여객 운임보다 유가 변동을 더 빠르게 반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입의 99% 이상을 담당하는 해운 비용도 급등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해상 수출 운송비는 중동행 화물이 전월 대비 42.7%, 미국 서부행 24.3%, 유럽행이 5.8% 올랐다. HMM은 다음 달부터 한국~남중국 노선 해운 유류 할증료를 5배(40피트 컨테이너 기준 40달러→200달러) 인상할 예정이다. 연간 물류비가 3조원에 달하는 포스코 같은 철강사나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자동차·부품 업계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항공 화물 유류 할증료 4배로
물류비 상승은 수출 업체를 포함한 국내 제조업 전체에 비용 압박 요인이다. 해외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들여오고, 생산된 제품을 다시 수출하거나 유통하는 과정에서 항공·해운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항공 운임 급등은 비행기로 수출하는 신선 농산물 농가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국산 딸기 수출의 45%를 차지하는 경남 진주 딸기 농가들이 대표적이다. 딸기 한 파레트(415㎏) 기준 항공 운송비가 지난 15일까지 89만2750원이었다가 16일부터 157만7400원으로 하루 만에 77% 뛰었다. ㎏당 1만5000원에 수출하던 딸기 가격이 2만원을 넘게 됐지만 해외 바이어들은 기존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한 농가 관계자는 “일을 해도 남는 게 없다”며 “5월 말이면 딸기 철이 끝나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물량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항공 물류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는 아직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데다 작고 가벼운 특성 탓에 가격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전력기기 업체들도 중동 수출 물량을 중심으로 물류비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사태 이후 중동 수출 운송비는 약 20% 증가했고, 도착 기간도 5~10일가량 늘어났다”고 했다. 건설 현장도 흔들리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이달 초 페인트·단열재·방수재·도배지·아크릴 등을 납품하는 협력사들로부터 “4월부터 납품 단가를 10~40%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한국무역협회는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제조업 생산자물가가 평균 0.672%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딸기에서 전력기기 수출까지 비용 압박
국내 항공사들은 전체 운영비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이 급등한 데다, 유류할증료도 최고 수준으로 올라 비상이다. 이날 진에어는 LCC(저비용항공사) 중 처음으로 “5월 유류할증료를 편도 기준 최소 42달러(약 6만2000원)~최대 140달러(20만7000원)로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전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유류할증료를 전쟁 전보다 약 6배 올린다고 밝혔다.
유류할증료 부담은 여행 지형도 바꾸고 있다. 참좋은여행에 따르면 최근 유럽·미주 등 장거리 노선 예약은 20~30% 급감한 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단거리 노선 예약은 10%가량 늘었다. 방한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여행사들은 7~8월 성수기를 걱정하고 있다. 지금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전쟁 이전에 항공권을 예매한 이들이지만, 지금 표를 끊어 여름에 오려는 수요는 높아진 항공권 가격 앞에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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