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만에 돌아온 ‘늑구’… 4㎏ 빠지고 위장엔 낚싯바늘

대전/김석모 기자 2026. 4. 18. 00: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물원 2㎞ 떨어진 지점서 생포
외신 “독립의 상징” “인기 스타”

지난 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가 17일 집으로 돌아왔다. 탈출한 지 9일 만이다. 수색 당국은 이날 0시 44분쯤 대전 중구 안영동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IC 인근 수로에서 늑구를 생포했다. 수의사가 약 20m 거리에서 마취총을 쏴 늑구의 뒷다리 부위를 맞혔다. 늑구는 비틀거리며 400~500m를 달아나다 수로에 빠졌다. 수색 대원들이 뛰어들어 늑구를 구조했다.

최진호 야생생물관리협회 전무는 “드론 기사와 마취총을 든 수의사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소통하며 늑구를 추적했다”며 “드론의 열화상 카메라 영상을 보며 늑구의 이동 방향을 예측하고 길목을 지킨 것이 효과를 봤다”고 했다.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가 17일 집으로 돌아왔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포획 직후 건강 검진을 받는 늑구. 꾀죄죄한 모습이다. /대전오월드

마취총을 쏜 진세림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차장(수의사)은 “매복한 길목에서 늑구와 딱 맞닥뜨렸다”면서 “늑구의 목을 향해 한 발 쐈는데 오른쪽 뒷다리 허벅지에 맞았다”고 했다. 진 차장은 지난 14일 수색 당국이 동물원 인근 야산에서 늑구를 발견했을 때 마취총을 쏜 수의사다. 당시엔 맞히지 못해 늑구를 놓쳤다. 진 차장은 “그 날 이후 밤마다 늑구가 꿈에 나왔다”면서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취총을 쐈는데 맞춰서 다행”이라고 했다.

당국은 전날 오후 5시 30분쯤 “중구 침산동 둘레산길 근처에서 늑구를 봤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색에 착수했다. 둘레산길은 이날 늑구를 포획한 안영IC와 약 1㎞ 거리다. 같은 날 오후 11시 45분쯤 안영IC 부근에서 늑구를 발견했다. 당국은 반경 2㎞ 구역에 포위망을 구축하고 포획 작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약 30분 만에 늑구를 생포했다.

들것에 실린 늑구는 마취총에 맞아 몸이 축 늘어졌다. 수로에 빠져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동물원으로 이송된 늑구는 건강 검진을 받았다. 혈액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방사선 검사 결과 위장 깊은 곳에 길이 2.6㎝ 낚싯바늘이 한 개 박혀 있었다. 당국은 늑구를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긴 뒤 내시경으로 바늘을 꺼냈다. 동물원 관계자는 “늑구가 동물원 주변 유등천에서 낚시꾼이 잡은 물고기를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늑구의 몸무게는 35.8㎏으로 평소보다 4㎏가량 줄었다고 한다.

동물원 관계자는 “늑구는 건강하게 회복 중이며 안정을 찾으면 동물원에서 함께 살았던 엄마·아빠·동생과 합사할 것”이라고 했다. 늑구는 2024년 1월 오월드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두 살배기 수컷이다. 탈출 전 동물원 사파리에서 가족 등 늑대 13마리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늑구가 생포된 안영IC는 동물원에서 2㎞쯤 떨어진 곳이다. 전문가들은 “늑구가 집단 생활을 하는 늑대 특유의 귀소 본능 때문에 동물원 인근을 맴돌았던 것 같다”고 했다.

외신도 늑구가 돌아온 소식을 보도했다. 영국 BBC는 ‘한국에서 9일간 도망치던 늑대가 마침내 잡혔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두 살배기 늑대 늑구(Neukgu)가 9일간의 수색 끝에 마침내 잡혔다”고 전했다. 이어 “늑구는 ‘결코 갇혀 있으려 하지 않는 늑대’이자 ‘독립의 상징(symbol of independence)’으로 불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CNN은 “동물원이 재개장하면 늑구는 엄청난 인기 스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대전도시공사 측은 “혼란을 야기하고 시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방사장 내부를 상시 점검하고 외부 울타리를 보강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