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와 전월세, 왜 ‘밀당 관계’일까

2026. 4. 1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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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서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최근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로 인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거비 상승이 돌고 돌아 종국에는 매매가격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보통 전·월세가와 매매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선행과 후행 관계를 형성한다. 바꿔 말하면 손잡고 함께 달리는 예는 드물다는 의미다. 왜 그럴까?

이는 전·월세와 같은 임대차와 매매의 타고난 성격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일단 임대차의 성격은 100% 실거주 즉, 실수요 중심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투자라는 관점이 개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매매는 어떨까. 거주라는 주택의 본질은 물론 투자·투기 등 사람의 욕망이 다양하게 혼재된 시장이다.

정부는 주택 소유욕을 통제하기 위해 집이라는 자산에 대해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부동산 분야에서 활동하며 개인 상담을 진행한 결과 현실적으로 본인 자산의 70~80%(혹은 100% 초과)를 차지하는 내 집 마련에 있어 오직 거주(Live)로만 매입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실수요로 이뤄진 전·월세가는 투자 성격이 가미된 매매가에 대한 선행지표로 보는 게 타당하다. 예를 들어 전·월세가 불안하면 2~4년 주기로 이사해야 하는 무주택자의 스트레스가 커진다. ‘이참에 집 사자’는 심리가 작용해 매매 전환 수요가 누적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금융위기와 같이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치한다.

지난 몇 년간 전세가와 매매가를 2014~2019년, 2020~2021년, 2024~2025년으로 쪼개서 보자. 2014~2015년 당시 전세가가 상승세를 보였고, 이 전세가 상승세는 2019년까지 매매가 상승을 불러왔다. 2020년의 전세가 폭등은 이듬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24년 전세가 상승은 또다시 2025년 매매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보통은 그렇지만, 범위를 더 넓히면 꼭 그렇지 않은 예도 있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가 그렇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유럽 주요국의 재정위기로 연결됐고, 당시 국내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17만 가구나 됐다. 그런데도 당시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택 수요 대부분이 매매를 미루고 임대차시장에 머물렀다.

이 영향으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매매가가 장기간 하락했다. 반면 전세가는 폭등하는 이른바 ‘각각 따로 노는’ 시장이 형성됐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이른바 ‘갭’(매매가와 전세가 편차)을 활용한 갭투자가 성행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전세·매매 관계를 일시적 동행 관계로 변질(?)시킨 대형 이벤트도 발생한다. 2020년 4·15 총선에서 압승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7월 말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등)을 시행한 때다.

특히 기존 계약까지 소급해 적용하면서 2년 단위의 전세계약이 4년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임대인은 신규 계약 때 4년 치 임대료를 몰아서 받으려고 하면서 전세가가 폭등했다. 2020년 전국 전세가는 12~14% 올랐는데, 오름폭 대부분이 하반기에 집중됐다. 이처럼 전세가의 단기 폭주는 즉각적으로 매매가 폭등을 불러오면서 선·후행의 관계가 급작스럽게 동행 관계로 변질하기도 했다. 정치적 이벤트로 인해 시장의 흐름에 왜곡이 생긴 것이다.

급격한 제도변화 후폭풍은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2022년과 2023년 전세가 급락으로 이어졌고, 매매가도 급격한 조정기를 겪었다. 떨어진 전세가 영향으로 전세 사기나 역전세 이슈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가와 매매가는 최근 들어 다시 원래의 선·후행의 관계로 돌아가고 있다.

한편, 실수요 중심의 전·월세가는 당장의 신규 입주 물량에 매우 민감한 특징이 있다. 상대적으로 매매는 입주 물량에 다소 둔감한 편인데, 그 이유는 입주 물량이 많거나 적어도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라면(혹은 초기 분양가가 비싸다면) 매머드급 입주 단지가 되레 지역 가격을 끌어올리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신규 입주 물량은 지난해를 분기점으로 올해와 내년까지 급격히 줄어든다.

특히 서울은 물론 경기·인천 물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월세가 상승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매매가가 전·월세가 추세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 선행지표가 무주택자의 주거비 상승과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 매매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무주택자는 크게 오른 전·월세가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해야 할지 계산기를 꼼꼼히 두드려 봐야 할 때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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