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사장’ vs. ‘빌런 알바’… 동네 카페·편의점이 전쟁터로 변했다

이옥진 기자 2026. 4. 1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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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신뢰 무너진 동네 상권
사장과 알바는 왜 적이 됐나
최근 카페·편의점 등 자영업 현장 곳곳에서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간 충돌이 불거지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이 ‘죽기 살기’로 부딪히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생존이 걸려 있는 점주와 보호받지 못하는 알바생 간 갈등이 굉장히 거칠게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게티이미지뱅크

#1. 경기도 수원의 한 편의점에서 일했던 김모(25)씨는 최근 점주로부터 “횡령죄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사장이 폐기(유통 기한이 지난 상품)는 먹어도 된다고 해서 먹었는데, 일을 그만두면서 그동안 못 받은 주휴 수당을 달라고 하자 이를 문제 삼더라”며 “못 받은 주휴 수당이 150만원 정도인데, 억울하지만 포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 서울 구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지난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가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해당 알바생은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근태가 불량했고, 손님 응대도 소홀했다. 김씨는 “당일에 못 나오겠다는 일이 잦아져 그만 나오라고 했더니, ‘저 부당 해고하시는 거냐. 근로계약서 안 쓰신 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문자가 왔다”며 “일이 커질까 두려워 두 달 치 월급을 주고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청주 빽다방 사건’은 알바생과 업주 간 갈등이 과도한 합의금 요구와 형사 고소로까지 번진 사건으로, 양측의 깊은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실제 카페·식당·편의점 등 동네 상권의 영세 업체들에서 발생한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자영업 현장이 상생의 일터라기보다는, 업주와 알바생이 서로 날을 세우는 ‘전장(戰場)’이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악덕 사장 때문에 우는 알바생

청주 빽다방 사건은 20대 카페 알바생이 업주 A씨의 매장에서 근무할 당시 허락 없이 음료를 마셨다는 등의 이유로 550만원의 합의금을 내놓게 된 데 이어, 다른 지점의 업주 B씨 매장에서 근무하던 중 음료 3잔(1만2800원)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다. A씨가 알바생에게 “본사에서 다 캐내면 절도죄가 성립되고 너 대학도 못 가” “이제 점주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충청도 내에서는 빽다방 근무 못하게 될 것” 등의 발언을 하는 녹취가 공개돼 공분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합의금을 돌려줬고, B씨는 소를 취하했다.

많은 알바생이 A·B씨 같은 사장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껏 5곳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모(27)씨는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장들이 이를 문제 삼으면 오히려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며 “업주들 사이에서 분쟁이 생기면 횡령 고소로 맞서라는 대응 매뉴얼과 특정 알바생의 채용을 배제하라는 ‘블랙리스트’가 도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몇 년 전부터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알바생이 매장 음식을 먹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저장해 놓으라는 조언 글이 공유되고 있다. 해당 글을 작성한 업주는 “항상 USB에 문제가 될 만한 장기 근무자, 야간 근무자들은 횡령 자료를 꼭 만들어 놓는다” “폐기 처분 대상을 먹어도 좋다고 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지 말고 구두로 하라”고 했고, 다른 업주들은 “저도 그런 자료들을 간간이 모아둔다” “잘했다. 알바들 신상에 (전과) 기록을 남겨줘야 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편의점 알바 경험이 있는 지모(21)씨는 “업주가 일하는 시간 내내 CCTV로 나를 감시하는 등 범죄자 취급을 하더라”며 “그만두면서 못 받은 수당을 달라고 하자 ‘내가 고소하면 너 취업 못 해’ ‘몇만 원 더 받으려다 수백만 원 벌금 물고 싶으냐’ 등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휴무일에 두고 온 앞치마를 찾으러 매장에 들어갔던 알바생이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 사건은 고소·고발이 일상이 된 자영업계의 삭막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2024년 알바생 2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6%가 고용주와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갈등 원인으로는 근로시간 위반 등 근로시간 문제(31.1%)가 가장 많았고, 휴게시간 미준수 등 휴식 문제(27.2%), 임금 체불(24.5%), 폭언 등 괴롭힘(24.3%) 등이 뒤를 이었다(복수 응답). 지난해 알바생 245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 48%가 아르바이트 근무 중 혹은 퇴사 후 임금 관련 문제를 겪었다고 답했다.

‘청주 빽다방 사건’은 알바생과 업주 간 갈등이 과도한 합의금 요구와 형사 고소로까지 번진 사건으로, 최근 논란이 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뉴스1

◇무개념 알바 탓에 속 타는 사장들

반대로 사장들은 이른바 ‘빌런 알바’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다. 서울 강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알바생이 당일에 갑자기 못 나온다고 해서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MT 간다고 못 나온다고 하고, 데이트 가야 해서 못 나온다고 한다”며 “지금껏 매장을 비워도 혼낸 적 없고 법에 정해진 수당도 다 줘서 문제 될 게 없지만, 뭘 트집 잡고 신고할 줄 몰라 내보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대학가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도 최근 가게에서 일하던 알바생 2명을 모두 내보냈다. 그는 “‘손님에게 식기를 갖다 줄 때 쾅 내려놓지 말아라’ ‘손님 계실 때는 휴대폰 보지 말아라’ 등 기본적인 서비스 태도와 관련해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지켜지지 않더라”며 “아내와 둘이 가게를 운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알바생들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알바생에 대한 고민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한 달에 두어 번씩 무단결근을 해도 자르지도 못하고 속만 부글부글” “MZ 알바생이 퇴근 시간 단 1분도 늦는 게 싫다네요” “친구들 불러서 결제도 안 하고 음료를 마시네요” “알바가 음식을 마음대로 해먹어요” 등이다. 지난 2월 한 업주는 “알바생은 출근하기로 해놓고 출근 안 해도, 가게 그릇을 깨도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며 “괘씸한 알바들이 너무 많은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글을 남겼다. 여기에는 “알바는 왕” “알바들 쓰며 장사했더니 마음에 병이 날 것 같더라” “가족끼리 하든가, 혼자 하든가 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에서 2024년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매장을 운영하는 업주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그동안 고용했던 알바생 중에 채용을 후회한 직원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지각과 조퇴 등 근태 관리가 미흡한 직원’이 5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 중 스마트폰 사용이 잦은 아르바이트생’(37.5%), ‘지시를 해야만 움직이는 아르바이트생’(30.7%) 등이 뒤를 이었다(복수 응답).

서을 시내의 한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생이 계산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뉴스1

◇“벼랑 끝 자영업, 乙끼리의 전쟁”

일부 악덕 사장이나 무책임한 알바생의 일탈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업주와 알바생 간 갈등이 더 자주, 더 크게 번지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위반 의심 신고는 총 3825건으로, 이는 2018년(645건)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기쁨 기쁨노무사사무소 대표 노무사는 “사업주와 알바생 모두 ‘상대방에게 법적으로 걸 수 있는 걸 다 알려달라’ ‘상대방을 최대한 괴롭히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식의 상담 요청이 많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사소한 감정적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최근 급증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의 심화가 자영업 위기와 청년 일자리 부족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 모두 우리 경제 구조에서 중심부에 있지 못한 취약한 행위자들인데, 경기가 악화하면서 심리적·경제적 여유를 잃은 두 주체 사이에 내재됐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도 “‘을(乙)끼리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업주 입장에서는 시간당 1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인력을 고용하는데, 알바생이 불성실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며 “알바생 입장에서는 잠깐 일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소속감이 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개인주의와 권리의식이 강한 청년 알바생들의 세대적 특징을, 김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부당함을 공론화하고 고발할 수 있게 된 환경의 변화를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병훈 교수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카드 수수료, 임대료 등을 낮춰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며 “동시에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방어적인 태도가 체질화된 알바생들을 위해, 단순 노동을 넘어 직업 훈련 등 건실함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기쁨 노무사는 “업주와 알바생이 서로의 노고를 인정하는 최소한의 예의만 갖춰도, 즉 ‘고생했다’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만 건네도 상당수의 법적 갈등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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