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자주, 가깝게… 해외여행 지도가 바뀐다

김성윤 기자 2026. 4. 1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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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연차 쓰지 않고 주말 이용
다녀오는 여행 패턴 정착
화려한 야경으로 이름난 중국 충칭 ‘훙야둥’ 관광 지구./게티이미지뱅크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하나투어가 5월 초 연휴 기간(1~5일)을 앞두고 기획 여행 상품 예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예약 비중 30%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지난 수년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부동의 1위였던 일본을 끌어내린 것이다. 일본(23%)은 중국에 이어 2위, 베트남(14%)은 3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급부상한 원인을 한국인의 급격한 여행 소비 패턴 변화에서 찾고 있다.

연차 없이 주말 끼고 재충전

과거에는 휴가를 길게 모아 한 번에 떠나는 해외여행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연차를 쓰지 않고 시간을 쪼개 자주 떠나는 패턴이 자리 잡았다. 회사원 최상원(32)씨는 “유럽이나 미국으로 길게 다녀오려면 떠나기 전 처리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정작 여행 가서는 지쳐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다녀와서도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부담이 된다”며 “짧게 자주 다녀오는 여행을 선호한다”고 했다. 업무 공백을 줄이면서도 재충전 빈도를 높이려는 직장인들의 전략적 선택이다.

이에 따라 밤도깨비 여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주말을 활용해 짧고 굵게 해외를 다녀오는 여행 방식으로, 금요일 퇴근 후 공항으로 직행해 주말을 온전히 즐기고 월요일 새벽 귀국하는 48시간 초단기 여행이 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과거 일본 도쿄에 집중되던 밤도깨비 여행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항공사들이 아시아 주요 도시 심야 노선의 신규 취항과 증편에 나서면서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유럽행 하늘길이 좁아진 것도 길게 멀리 떠나는 해외여행을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행사 대표 A씨는 “요즘 유럽 여행 예약 취소가 많아 걱정”이라며 “유럽행 항공 편수가 줄어든 데다 유류 할증료 급등으로 항공권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안전에 대한 걱정까지 겹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전경./인터넷

급부상한 중국·중화권 대도시

비행 시간 4시간 이내면서 보고 먹고 즐길 거리가 많은 근접성과 역동성을 동시에 갖춘 아시아 주요 도시들이 인기 여행지로 부상했다. 특히 중국 도시들은 무비자 입국 조치가 올해 말까지로 연장되면서 경제적·심리적 문턱이 낮아졌다. 가장 ‘핫’한 여행지는 상하이(上海)다. 비행시간이 2시간에 불과해 금요일 밤이면 와이탄의 화려한 야경을 마주할 수 있고, 현대적 마천루와 전통적인 명소가 공존해 짧은 시간 강렬하고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충칭(重慶)은 SNS에서 ‘도파민 성지’로 불린다. 산비탈에 세워진 고층 빌딩과 아파트 옥상을 관통하는 모노레일 등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경관이 압도적이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배경을 연상시키는 관광 지구 훙야둥(洪崖洞) 야경은 “어떻게 찍어도 멋지게 나오는 인스타그램 맛집”으로 소문났다. 젊은 층 입맛을 사로잡은 ‘마라(麻辣·혀가 마비되는 듯 얼얼하게 매운맛)의 본향’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비행시간 1시간 15분 거리의 칭다오(靑島)는 독일 조차지 시절 지어진 유럽풍 건물과 맥주 박물관 등 이색 체험이 가능해 1~2인 소규모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활기 넘치는 야시장과 다채로운 길거리 음식이 발달한 대만 타이베이, 동서양 문화의 용광로이자 세계적 미식 도시 홍콩 등 중화권 도시들도 연차 없이 떠나는 여행지로 주목받는다. 1위 자리는 내줬지만 일본은 여전한 강자다. 특히 항공사들이 인천~오사카 야간 노선을 증편하며 1박 3일 여행이 가능해져 직장인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몰입형 체험 여행으로 진화

연차를 쓰지 않고 짧게 자주 다녀오는 여행 트렌드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항공권·호텔 예약 앱 스카이스캐너가 3월 발표한 ‘2026 K직장인 여행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중 62%가 올해 “짧게 자주 여행하겠다”고 응답했다. 여행업계에서는 “해외여행이 ‘큰맘 먹고 떠나는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환기’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도장 깨기 하듯 다니던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분위기를 깊게 느끼는 ‘몰입형 체험’으로 진화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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