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수익률 보면서, 보석은 왜 그냥 사나”

서정민 2026. 4. 18. 00: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석에 담긴 역사·예술·지질학 등의 이야기를 찾아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는 윤성원 교수. 최기웅 기자
책 『나는 금 대신 보석을 산다』의 제목이 솔깃하다. 주식은 어렵고, 금값은 출렁거릴 때 ‘보석’이라는 대안이 있다고 말하는 주장이 흥미롭다. 필자 윤성원은 현재 한양대 공학대학원 신소재공정학과 겸임교수로 12년째 보석학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보석에 매료돼 뉴욕 GIA에서 공부한 후 보석감정사이자 경영학 박사로 지난 22년간 보석과 사람을 잇는 하이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23년 전 티파니 매장에서 다이아몬드를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작은 물질이 왜 이렇게 비싼 건지 호기심이 생겼고 뉴욕 GIA를 거쳐 지금까지 22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각종 일간지와 잡지 등에 800여 편의 칼럼을 쓰고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움직인 돌』 등 여섯 권의 책을 썼는데 경제 언어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수많은 강연장에서 보석의 생생한 빛과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강조했지만 청중은 고개만 끄덕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어떤 세상도 있구나’ 생각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국에선 보석을 구매하고 소유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일은 사치로 여겨지거나 밀수 또는 음성적 거래라는 편견이 지배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강연에서 ‘이 루비가 10년 전 경매에선 얼마였고 지금은 얼마입니다’라고 가격을 얘기하면 청중의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가격에는 시장의 논리가 있고 사람들이 그 경제적 논리에 호기심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죠.”

풍경이 달라진 것은 불과 몇 년 사이다. 명품 소비의 무게 중심이 가방과 의류에서 서서히 주얼리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에선 베이비붐 세대가 수십 년에 걸쳐 사들인 다이아몬드 주얼리들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중이에요. 업계에선 은퇴자가 몰려 사는 플로리다를 농담 삼아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이라고 부르죠.”(웃음)

윤 교수가 주목한 것은 그 다음 이야기, “무엇이 보석의 가격을 결정하는가”다. “요즘 세대는 결혼할 때 또는 기념일에 주얼리를 선물하거나 선물 받죠. 자기 개성과 자기표현을 위해, 나를 응원하기 위해 스스로 보석을 고르기도 하고. 그런데 주식을 고를 때는 PER(주가수익비율)이라도 찾아보고, 자동차를 고를 때는 제원표라도 비교하지만 보석에는 너무 무지하죠. 주식·부동산·코인·와인·미술품은 전부 공부하면서 보석만 공부의 대상에서 빠져 있어요.”

예를 들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전문가도 맨 눈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과학적으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아서 같은 예산으로 더 큰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다면 랩그로운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죠. 하지만 재판매 시장에선 이야기가 달라져요. 고비율 현미경으로 보면 10억 년 이상 시간의 흔적을 품은 천연 다이아몬드와 내부 성장 흔적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예산 대비 크기를 중시해서 현재의 만족감을 위해서라면 랩그로운 선택이 맞지만, 세대를 거쳐 물려줄 가능성과 자산으로서 재판매까지 염두에 둔다면 천연이 맞죠.”

윤 교수는 보석을 좋아하는 이유를 한 가지만 꼽으라면 “자연과 시간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석에는 지질학적 시간, 인간의 욕망, 권력의 상징, 장인의 기술, 교역로의 역사, 그리고 세대를 넘긴 사랑이 압축돼 있어요. 좋아하는 보석을 찾다 보면 세계사를 비롯해 과학·지질학·인간사를 다 공부하게 되죠.” 윤 교수는 2018년 소더비 프리뷰에서 직원이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천연 진주 펜던트를 건네주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했다. “단두대로 향하기 전 친정 오스트리아로 빼돌린 보석의 일부인데, 그날 손 위의 무게에서 가격과 아름다움 외에 그 보석이 거쳐 온 시간과 서사를 느꼈죠. 이건 유명인과 얽힌 보석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할머니에게서 손녀에게로 물려지는 작은 보석에도 한 사람, 한 시대의 서사가 담기죠.”

그녀는 “무엇보다 보석은 착용할 수 있는 자산이고, 착용할 수 있는 예술”이기에 “그 세계에 빠져들 만한 이유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아트페어에서 50만원짜리 소품을 고르는 건 수익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배우고 일상에서 즐기고 싶어서죠. 보석도 마찬가지입니다. ‘금 대신 보석을 사라’는 건 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미학·희소성의 영역을 보석이라는 실물자산으로 가져보고 공부해보라는 제안이에요.”

서정민 기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