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수익률 보면서, 보석은 왜 그냥 사나”

“23년 전 티파니 매장에서 다이아몬드를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작은 물질이 왜 이렇게 비싼 건지 호기심이 생겼고 뉴욕 GIA를 거쳐 지금까지 22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각종 일간지와 잡지 등에 800여 편의 칼럼을 쓰고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움직인 돌』 등 여섯 권의 책을 썼는데 경제 언어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풍경이 달라진 것은 불과 몇 년 사이다. 명품 소비의 무게 중심이 가방과 의류에서 서서히 주얼리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에선 베이비붐 세대가 수십 년에 걸쳐 사들인 다이아몬드 주얼리들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중이에요. 업계에선 은퇴자가 몰려 사는 플로리다를 농담 삼아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이라고 부르죠.”(웃음)
윤 교수가 주목한 것은 그 다음 이야기, “무엇이 보석의 가격을 결정하는가”다. “요즘 세대는 결혼할 때 또는 기념일에 주얼리를 선물하거나 선물 받죠. 자기 개성과 자기표현을 위해, 나를 응원하기 위해 스스로 보석을 고르기도 하고. 그런데 주식을 고를 때는 PER(주가수익비율)이라도 찾아보고, 자동차를 고를 때는 제원표라도 비교하지만 보석에는 너무 무지하죠. 주식·부동산·코인·와인·미술품은 전부 공부하면서 보석만 공부의 대상에서 빠져 있어요.”
예를 들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전문가도 맨 눈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과학적으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같아서 같은 예산으로 더 큰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다면 랩그로운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죠. 하지만 재판매 시장에선 이야기가 달라져요. 고비율 현미경으로 보면 10억 년 이상 시간의 흔적을 품은 천연 다이아몬드와 내부 성장 흔적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예산 대비 크기를 중시해서 현재의 만족감을 위해서라면 랩그로운 선택이 맞지만, 세대를 거쳐 물려줄 가능성과 자산으로서 재판매까지 염두에 둔다면 천연이 맞죠.”
윤 교수는 보석을 좋아하는 이유를 한 가지만 꼽으라면 “자연과 시간이 응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석에는 지질학적 시간, 인간의 욕망, 권력의 상징, 장인의 기술, 교역로의 역사, 그리고 세대를 넘긴 사랑이 압축돼 있어요. 좋아하는 보석을 찾다 보면 세계사를 비롯해 과학·지질학·인간사를 다 공부하게 되죠.” 윤 교수는 2018년 소더비 프리뷰에서 직원이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천연 진주 펜던트를 건네주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했다. “단두대로 향하기 전 친정 오스트리아로 빼돌린 보석의 일부인데, 그날 손 위의 무게에서 가격과 아름다움 외에 그 보석이 거쳐 온 시간과 서사를 느꼈죠. 이건 유명인과 얽힌 보석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할머니에게서 손녀에게로 물려지는 작은 보석에도 한 사람, 한 시대의 서사가 담기죠.”
그녀는 “무엇보다 보석은 착용할 수 있는 자산이고, 착용할 수 있는 예술”이기에 “그 세계에 빠져들 만한 이유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아트페어에서 50만원짜리 소품을 고르는 건 수익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그림을 배우고 일상에서 즐기고 싶어서죠. 보석도 마찬가지입니다. ‘금 대신 보석을 사라’는 건 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미학·희소성의 영역을 보석이라는 실물자산으로 가져보고 공부해보라는 제안이에요.”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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