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달러에 다 먹혀”…美 스테이블코인 쓰나미 경고등(종합)
테더·서클 거래 4경 돌파, 4년 뒤 8경 넘어 확산
美 연내 스테이블코인법 시행, ‘국제 표준’ 압박
코인거래소 지분 규제 논란, 韓 법안 논의 공회전
“늦을수록 韓 1100만명 손해, 27일 법안 논의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미국발(發) 달러 스테이블코인 법제 논의, 시장 확산이 가속화 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음이 켜졌다. 이대로 가면 원화 가치가 갈수록 추락해 통화 주권이 위협을 받고 시장 잠식 수준까지 갈 것이란 우려다. 글로벌 트렌드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대로 된 입법·발행·유통을 통해 시급히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 민병덕 의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와 한국 디지털자산 입법 과제’(주최 민병덕·박민규·신장식 의원) 세미나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위험은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달러라이제이션은 어떤 나라가 자국 통화 대신 미 달러를 사용하는 현상이다.
민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해) 통화량 관리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은 달러라이제이션”이라며 “달러의 식민지가 돼 우리 원화가 전혀 기능 못하는 게 가장 큰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법은) 장벽을 세우는 게 아니라 이 쓰나미에 올라타고 우리 경제 영토를 넓히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발행·유통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같은 시장 확대는 미국 정부의 스테이블 입법에 기반한 것이다. 지난해 미 정부는 스테이블코인법인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처리했다. 지난 2월 미 통화감독청(OCC)은 지니어스법 관련 규칙제정 예고(NPRM·Notice of Proposed Rulemaking)를 발표했다. 내달 1일자로 OCC의 NPRM에 대한 의견 수렴이 완료되면 위 규칙 제정안은 법적 효력을 갖는다.
디지털자산 전문 연구기관 MRI(Monetary Research & Initiatives)를 이끌고 있는 김종승 x크립톤 대표(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는 이날 세미나에서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법 체계를 설계하면서 자국 규제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미국이 규제 동등성을 직접 심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각국이 법을 만들 때 미국 기준을 의식할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는 “미국에서는 시행규칙 같은 입법예고(OCC가 발표한 NPRM)까지 된 상황”이라며 “올해 11월 또는 내년 1월 지니어스액트가 시행되면 미국에서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우리나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대응책으로서 우리나라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시기적으로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의 움직임은 실물자산을 실시간으로 정산하는 이른바 ‘T+0’ 체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안정적인 결제 레일을 마련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투자 상품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국의 큰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강준현·김현정·민병덕·박민규·안도걸·이강일·이정문·이주희·한민수 의원) 측에서는 오는 27일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어 디지털자산기본법 공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회에는 민병덕·이강일·박상혁 민주당 의원의 디지털자산 종합법안과 안도걸·김현정 민주당 의원 및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스테이블코인 특화 법안, 지난 9일 발의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가상자산기본법 제정안 등 총 7건이 여전히 계류 중이다.
코인베이스가 주도하는 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인 ‘베이스(Base)’의 박혁재 동아시아 총괄은 17일 국회 세미나에서 “미국에서는 JP모건 같은 금융기관들이 ‘JPM 코인’을 통해 다양한 파일럿과 기술 검증(POC) 사례를 축적하며 기술적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법적 근거가 없어 조심스럽게 기술 스터디 정도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논의는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쟁점으로 ‘공회전’ 되는 상태다.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상훈 의원(정무위)은 17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상사판례학회 춘계학술대회(주최 한국상사판례학회·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상훈 의원)에서 “제도화가 시급한 시점에 대주주 지분 제한과 같은 지배구조 이슈가 갑작스럽게 논의의 중심을 차지하며, 정작 법안의 핵심인 시장 안정과 혁신 지원이라는 본질적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분규제의 경우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15%) 수준인 15~20%로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등 국내 모든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50%+1주 은행 중심 컨소시엄 논란이 거센 가운데 작년 12월 갑자기 이슈가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거래소를 공적 인프라로 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성장한 민간 기업의 지분을 추후에 강제 매각하는 조치여서 위헌 논란과 산업 위축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관련해 김상훈 의원은 17일 춘계학술대회에서 “법은 시장에 예측 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사업자에게는 명확한 가이드를, 이용자에게는 실효성 있는 안전판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특정 논란에 매몰되어 입법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1100만 이용자의 안전과 산업 경쟁력 약화로 돌아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상자산 발행·유통·공시·상장 등 전체 생태계를 포괄하는 종합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늦어질수록 규제 공백이 계속되고 ‘제2의 빗썸 사태’가 발생할 우려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정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2단계 입법 관련 거래소의 지분소유 규제 내용이 금융위에 의해 제안됨에 따라 헌법 위반 소지 등 법적 리스크 및 시장 자율성과 경쟁력 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용자 보호, 시장 신뢰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되, 혁신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촉진하는 균형적 규제 체계를 구축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대표 변호사(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는 “스테이블코인은 수수료 비용을 줄이고 빠른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보다도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에 필요한 것”이라며 “거래소 지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을 게 아니라 업태별 규제 세분화를 통한 맞춤형 규제 방안, 보안 리스크 해소 방안, 전금법·자본시장법·외국환거래법 등 기존 법 개정 방안을 비롯한 구체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제정법이기 때문에 뒤에서 논의한다고 해서 쟁점이 풀리지 않는다”며 “27일 법안소위에서 공개 논의를 시작하게 되면 각 입장별 논거를 투명하게 드러내 놓고 논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입법 논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공개 토론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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