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는 무사히 돌아왔지만···9일간의 ‘탈출 소동’이 남긴 동물원 논쟁

대전 중구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17일 새벽 마침내 붙잡혔다. 지난 8일 동물원을 나간 뒤 9일만이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늑구도 조금 수척해졌을 뿐 건강했다.
늑구가 태어난 동물원을 떠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동물원을 이대로 유지해야 하는가’란 논의가 확산됐다. 동물원·수족관 등 ‘동물 전시’에 대한 비판도 다시 제기됐다.
대전시에 따르면 늑구는 17일 오전 0시44분쯤 대전 중구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나들목(IC) 인근 수로에서 구조당국에 붙잡혔다. 늑구는 위에서 낚싯바늘이 발견된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71437001
구조 소식이 알려진 이 날 한 누리꾼은 X(옛 트위터)에 “(늑구를) 안전하게 잘 데려왔으니 앞으로 진짜 늑구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이 뭘지 꼭 같이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다른 누리꾼은 “(늑구가 무사해) 다행”이라면서도 “자유가 그리웠던 걸까, 지금 행복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늑구가 동물원 밖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는 동안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전시 중인 벨루가(흰고래) ‘벨라’의 소식이 알려졌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6일 벨라를 방류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하다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대표의 재판을 열었다. 황 대표 측 법률대리인 구본석 변호사는 법정에서 PPT를 준비해 벨라의 방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구 변호사는 벨루가가 최대 1000m까지 잠수할 수 있고, 최대 6000㎞까지도 헤엄치는 동물인데 벨라가 사는 수조는 턱없이 작다고 지적하며 “롯데월드가 즉각 벨라를 방류해야 한다”고 했다.

17일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찾은 시민들도 전시 동물들을 걱정했다. 김민섭씨(35)는“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커서 보니 (전시동물이) 갇혀있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또 “늑구를 보면서도 안타까웠다”며 “동물원은 이제는 없어져도 될 거 같다”고 했다. 앞서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는 2023년 3월 얼룩말 ‘세로’가 탈출해 주목을 받았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이 20도를 넘어서자 시민들은 더위 속 동물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한 관람객이 전시 중인 재규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재규어가)입을 벌리고 있는 걸 보니 더운 거 같다”고 하자 일행은 “추위를 좋아하는데 진짜 덥겠다”고 했다.

딸과 함께 동물원을 찾은 양희자씨(82)는 “재규어가 빙빙 같은 자리를 돌아 아예 길이 났다”며 “날도 더운데 불쌍하다”고 했다. 양씨는 “사람으로 치면 (동물원이) 쪽방만 한 곳”이라며 “다 갇혀있어 보기가 안쓰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물원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환경이 너무 열악해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물권 단체 동물자유행동은 이날 “열흘 만에 돌아온 늑구가 동물원 존재 이유에 질문을 던졌다”며 성명을 냈다. 동물자유행동은 “(늑구 탈출 사건은)한국 동물전시 산업 시스템의 구조적 파행을 시사한다”며 “(동물원들이)동물을 그저 살아있는 장난감으로 취급”하고 “오락과 호객에 치우쳐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늑구가 던졌을 질문에 우리가 답을 할 차례”라며 “(늑구에 대한)관심이 동물원의 존재 이유까지 바꾸게 만들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안효빈 기자 bee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UAE, 내달 1일 ‘OPEC 탈퇴’···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도 독자적 증산 나서나
- ‘조국 저격수’ 김용남 “먼저 공격 안 해” 혁신당 “민주당 우군 맞냐”···재보선 핫플 ‘
- [속보]이 대통령 “하정우 수석, 큰 결단했다…어디에서든 국가·국민 위해 역할 하길”
- 도이치 주가조작 ‘유죄’ 뒤집힌 김건희, 2심 ‘징역 4년’···“시세 조종 가담, 중대 경제 범
- “오배송 책임 전가” 거센 반발에 결국···쿠팡이츠 ‘라이더가 메뉴 확인’ 하루 만에 중단
- [단독]“생각보다 빡빡한 선거될 수도, 절대 오만해선 안돼”···민주당, 비공개 의총서 ‘내부
- MBC ‘추경호 클로징 멘트’에 국힘 “사과 안 하면 취재 거부”···‘선거 개입’ 주장
- ‘진짜 사나이’ 출연했던 해군 첫 여소대장, 최초 주임원사 역사 썼다
- 30년 넘게 제사 지냈는데…대법 “종손 지위는 양도 불가능”
- 대학 붙어 자취방 구했는데 입학 취소?…농어촌전형 거주요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