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에게만 허락된 ‘비밀의 공간’…챔피언스 로커를 엿보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2026. 4. 17. 18: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3일(현지 시간) 오거스타내셔널GC 라운드를 위해 진입로인 매그놀리아 레인을 통과해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드디어 클럽하우스 2층 챔피언스 로커로 발길을 옮기는 순간, 동반자들의 표정이 얼어붙어버렸다.

챔피언스 로커는 역대 마스터스 챔피언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마스터스 개막 전야 행사인 챔피언스 디너도 챔피언스 로커의 반대편 테이블 공간에서 진행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대 우승자들 쓰는 ‘챔피언스 로커’ 배정받아
한편엔 매킬로이 그린재킷, 초대 챔피언 퍼터 진열
작은문 통해 올라가니 주니어 영감주는 ‘까마귀둥지’
오거스타내셔널GC의 클럽하우스 외관. AP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간) 오거스타내셔널GC 라운드를 위해 진입로인 매그놀리아 레인을 통과해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3층 규모의 클럽하우스 외관은 미국 남부의 평범한 가정집 같다. 1854년 미국 남부에 지어진 최초의 콘크리트 주택으로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1번 티잉 구역과 18번 홀 그린이 이어진다. 내부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건물 면적, 내부 구조, 건설 비용 등이 모두 비공개다. 대회를 취재했던 기간 동안에도 우승 트로피가 진열된 1층의 일부만 돌아볼 수 있었다.

오거스타내셔널GC 클럽하우스 2층의 챔피언스 로커. 역대 마스터스 챔피언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하지만 미디어 로터리에 당첨된 행운아들은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드디어 클럽하우스 2층 챔피언스 로커로 발길을 옮기는 순간, 동반자들의 표정이 얼어붙어버렸다. 모두 입구에 가만히 서서 그곳의 모든 것을 눈에 담고자 집중했다. 챔피언스 로커는 역대 마스터스 챔피언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마스터스 개막 전야 행사인 챔피언스 디너도 챔피언스 로커의 반대편 테이블 공간에서 진행된다. 공간이 협소해 2명 이상이 한 로커를 쓴다. 기자에게 배정된 로커에는 ‘게이 브루어 1967’ ‘앙헬 카브레라 2009’라고 쓰인 명패가 붙어 있었다. 둘 다 마스터스 1승씩 올린 명인이다.

13일(현지 시간) 오거스타내셔널GC 클럽하우스 2층에 클럽 회원이자 전 미국 대통령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골프 관련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클럽하우스 내부는 유서 깊은 골프사 박물관 같았다. 오거스타내셔널 회원이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와 그가 쓰던 클럽들이 전시돼 있었다. 그는 1956년 티샷한 공이 자꾸 나무에 맞는다며 17번 홀의 이 나무를 베어버리라고 골프장에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클럽 회장인 클리퍼드 로버츠는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 나무의 이름은 ‘아이크 트리’다. 100년을 넘게 살다 2014년 눈폭풍에 잘려나갔다.

13일(현지 시간) 오거스타내셔널GC 클럽하우스 2층에 역대 우승자들이 썼던 클럽이 전시돼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다른 한편에는 챔피언스 디너에 쓰인 접시, 오거스타내셔널 공동 창립자인 클리퍼드 로버츠의 가방과 안경·회중시계가 전시돼 있었다. 1989년 닉 팔도가 우승할 때 썼던 퍼터도 있었고 2004년 챔피언 필 미컬슨의 8번 아이언도 볼 수 있었다. 1934년 초대 우승자 호턴 스미스의 퍼터 역시 진열장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스미스가 당시 받은 우승 상금이 1500달러였는데 올해 로리 매킬로이에게 돌아간 우승 상금은 450만 달러다.

13일(현지 시간) 오거스타내셔널GC 클럽하우스 2층에 로리 매킬로이의 그린 재킷과 클럽·스코어카드가 전시돼 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매킬로이는 지난해 17번째 마스터스 출전 만에 첫 우승을 거둬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는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앉아 한참을 흐느꼈다. 그해 시상식에서 입었던 영롱한 그린 재킷이 그가 쓴 클럽 중 한 자루, 스코어카드들과 함께 보존돼 있었다.

마스터스 아마추어 출전자들에게 숙소로 내주는 클럽하우스 3층의 ‘크로즈 네스트’.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도 아마추어 시절 이곳을 썼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챔피언스 로커 뒤편으로 난 작은 문을 여니 가파른 계단이 보였다. 10여 개의 계단을 오르는데 밟을 때마다 고풍스럽게도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멈춘 지점에는 잘 정돈된 기숙사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천장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 속에 노란빛의 스탠드들만 켜져 있었다. 말로만 듣던 ‘크로즈 네스트(The Crow’s Nest)’였다. 이 이름은 지붕의 작은 돔형 구조물을 까마귀 둥지라고 부른 데서 유래됐다. 이곳은 아마추어로 마스터스 출전 티켓을 따낸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숙소다. 싱글 침대 여러 개와 거실 공간, 욕실이 ‘마스터스풍’으로 꾸며져 있었다. 벽에는 역대 마스터스 명장면들이 액자 속 사진으로 영감을 주고 있었다. 아마추어 출신으로 최고의 메이저에 초대받은 선수에 대한 배려와 예우가 전해지는 공간이었다.

오거스타=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