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과 90분간 ‘막걸리 오찬’…홍준표 의미심장 SNS에 입각설 재점화

이재명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17일 막걸리를 곁들인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홍 전 시장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난 뒤 “미국에서 돌아오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밝힌 지 1년 만이다. 홍 전 시장이 회동 전 SNS에 “마지막 인생은 나라를 위한 열정으로 살았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이재명 정부에서 공직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 전 시장은 이날 경향신문에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한 후 “막걸리 한 잔씩 하고 환담했다”고 밝혔다. 회동은 1시간30분가량 진행됐으며 이 대통령은 실제 막걸리를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게 대구·경북(TK) 신공항에 대한 정부 지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한 조치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TK 신공항 건설 사업은 대구 군 공항(K-2)과 대구국제공항을 군위·의성지역으로 옮기는 최초의 민간·군 통합 이전 사업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한 대화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시장은 이후 페이스북에 “제가 오늘 대통령 오찬 때 TK 신공항 국가 지원 요청을 한 것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한 것이고, 전직 대통령 예우 복원을 요청한 것은 99년 워싱턴 낭인 시절 같이 겪었던 정리(情理)와 의리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MB 정권 내내 친이(친이명박)계의 견제로 MB 덕을 본 게 하나도 없지만 요즘처럼 사감과 이욕만 난무하는 정치가 되는 게 안타까워서 한 것이다. 저급한 해석들이 난무하는 건 공부들이 부족한 탓으로 여긴다”고 했다.
이날 오찬은 홍 전 시장이 최근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 지지 의사를 밝힌 직후 청와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특히 오찬 메뉴로 준비된 막걸리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5월12일 페이스북에 미국으로 떠난 홍 전 시장을 향해 “미국에서 돌아오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했던 것을 지킨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날 오찬 회동이 이 대통령의 통합 행보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소속이던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외연 확대를 시도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합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오찬도 그 연장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날 오찬을 계기로 홍 전 시장 역할론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홍 전 시장은 이 대통령 취임 초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홍 전 대표가 이날 이 대통령과의 만남 직전 페이스북을 통해 “붉게 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처럼 내 마지막 인생은 나라를 위한 열정으로 살았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공직에 대한 의지를 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71508001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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