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신고의 대가, 보복범죄···마약 익명 신고했더니 교도소에서 ‘협박 편지’?

17일 오후 10시 KBS1 ‘추적 60분’ 1452회는 ‘신고의 대가, 보복범죄’가 방송된다.
수사·재판 과정에 협조하거나 범죄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가해지는 범죄, 이른바 ‘보복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보복범죄는 형사사법 제도의 기반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일반 범죄와는 그 성격과 의미가 다르다. 특별범죄로 규정해 더 엄중히 다루는 이유다. <추적 60분>은 보복범죄 위협 속에 놓인 이들을 조명하며, 현행 보호 장치의 한계를 진단한다.
■ 수사 협조의 대가, 시작된 도망자의 삶
지난 2023년, 경기도 김포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투약한 마약 범죄 현장이 적발됐다. 파티룸 형태로 은밀하게 이루어진 이 범죄를 밝혀내는 데에는 임동호(가명) 씨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범과 친분이 있던 임 씨는 경찰의 부탁으로 범죄 현장의 주소를 특정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데 협조했다. 당시 수사관은 협조를 망설이던 임 씨에 철저한 익명과 신변 보호를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을 믿고 수사에 협조한 대가는 마약 사건의 주범으로부터의 보복 협박이었다. 임 씨는 수감 중인 피신고자로부터 보복을 다짐하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신고자와 수사 협조자의 이름이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신고자에게 노출된 것이다. 올해 10월 출소를 앞둔 피신고자. 임 씨는 점점 더 커지는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수차례 거주지를 옮기며, 은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현행법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라 보복범죄로부터 신고자를 보호하고 있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를 비롯해 마약, 인신매매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범죄를 신고한 사람과 그 관계인까지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경찰은 신변 보호, 인적 사항 비공개, 가명 사용 등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임 씨는 보복 위험에 노출됐다.
“경찰이 신변 보호해 줄 테니 수사 협조 좀 해달라고 몇 날 며칠을 설득해서 결국에 도와준 건데 익명은커녕, 내가 제보하고 체포에 협조했다는 사실까지 알아버렸잖아요. 출소하면 당연히 저부터 죽이러 오겠죠” - 임동호 (가명) 씨 인터뷰 중
■ 여섯 번의 접근 금지 명령, 끝나지 않는 두려움
배수진 (가명) 씨는 2년째 스토킹과 보복 협박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씨는 10여 년 전 직장 동료 허 씨를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허 씨는 이 씨에게 일자리 소개를 요구해 왔다. 이를 거절하자, 허 씨는 돌변했다. 이 씨 근무지에 찾아와 난동을 부린 것이다. 직장 난동을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고, 그 결과 6천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재판 후 허 씨의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계속되는 접근에 이 씨는 세 번이나 직장을 옮겼고, 현재는 직장을 그만둔 상태다. 허 씨에게는 총 6회에 달하는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미온적인 경찰 대처와 지속적인 위협으로 이 씨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제가 아무리 신고해 봤자 경찰은 실질적으로 해주는 게 없어요. 100m 이내 접근 금지가 무슨 소용이에요. 200m 안에 가해자 직장이 있는데요”
“스트레스로 아랫니가 다 빠지고, 정신과 약도 먹고 있어요. 집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아이들한테도 너무 미안해요. 내가 죽어야 끝나나, 죽기를 바라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 배수진 (가명) 씨 인터뷰 중

■ 예고된 보복, 작동하지 않는 보호
보복 범죄는 형사사법 체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신고와 증언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국가 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범죄다. 전문가들은 보복 범죄가 큰 사건으로 이어지기 전까지 징후가 있다고 말한다. 협박과 같은 위협 발언, 대상을 감시하는 행동, 접근 금지 명령 위반 등 지속적이고, 집요하게 나타나는 행위가 그 예시다. 이런 행동 특성과 위험 신호를 사전에 포착해 더 큰 범죄로 이어지기 전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스토킹, 협박, 명령 위반 등 범죄의 전조 단계에서 가해자의 추가 범죄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인식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법원이 가해자에 내리는 접근 금지 명령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인 유치의 법원 인용률은 30% 대입니다. 3건 중 2건은 법원 단계에서 막힌다는 거예요”
-“제도는 있으나 현장 실무자들의 안일한 인식으로 적용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근거가 마련된 부분만이라도 적극적으로 재량을 발휘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 인터뷰 중
범죄 피해자와 신고자, 증인 등을 향한 보복 범죄의 실태와, 이들을 보호할 제도의 사각지대를 담은 ‘추적 60분’ 1452회, ‘신고의 대가, 보복범죄’ 편은 2026년 4월 17일 금요일 밤 10시에 KBS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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