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당국 몰래 트럼프에 '비밀 편지' 전하려 시도한 쿠바, 왜?
“이란 다음” 위협에 軍작전 준비說도
‘정권 교체 노리나’ 긴장… “전쟁 각오”

쿠바 정권 측 인사가 미국 외교 당국 몰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양국 간 경제 협정 제안 등이 담긴 ‘비밀 편지’를 직접 전달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산주의 국가 쿠바의 정권 교체를 노리는 쿠바계 미국 국무부 장관 마코 루비오를 협상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경제·투자 협정 제안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바 실권자 라울 카스트로의 손자이자 핵심 측근인 라울 로드리게스 카스트로가 최근 민간 사업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하려다가 공항에서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에 의해 저지당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인용한 미국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외교 문서 형식을 갖춘 데다 쿠바 정부의 공식 인장이 찍힌 해당 서한에는 쿠바 정권이 미국의 침공에 대비하고 있다는 경고와 더불어 경제 및 투자 협정 제안, 제재 완화 요청 등이 포함돼 있었다. 백악관이 해당 서한을 수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쿠바 정권이 공식 외교 채널을 건너뛰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려 한 것은 외교 당국 수장인 루비오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쿠바 정권 교체 시도를 주도하는 인물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망명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루비오 장관은 오랫동안 미국 정부가 압력을 가해 공산주의 쿠바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쿠바 백채널’의 공동 저자인 피터 콘블루는 WSJ에 “쿠바는 루비오 장관이 공정한 중재자라고 믿지 않는다. 위기 고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에 의해 포위된 국가

1950년대 혁명으로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뒤 줄곧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쿠바는 지난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해상을 통제해 쿠바에 석유가 수입되지 못하도록 차단해 오던 트럼프 행정부가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뒤 쿠바가 마지막까지 의존하던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수입마저 봉쇄하면서다. 현재 쿠바는 전국 규모 정전 사태가 빈발할 정도로 에너지 위기가 극심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면 쿠바에 잠시 들를 수도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 명령에 대비해 쿠바를 대상으로 한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날 미 USA투데이가 보도하기도 했다.
쿠바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미국의 정권 교체 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처럼 정권 대다수를 그대로 놔두고 친미(親美) 성향을 강화해 경제 협상을 타결하려 할 수 있지만, 정권 교체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강경파 쿠바계 지지층의 저항에 직면할지 모른다고 WSJ가 전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날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 혁명 사회주의 선포 6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쿠바는 (트럼프 대통령 규정처럼) 실패한 국가가 아니라 미국의 경제 전쟁과 에너지 봉쇄에 의해 포위된 상태일 뿐”이라며 미국의 공격 가능성과 관련,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피할 수 없다면 격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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