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족 잡자” 이자 낮췄더니…신용융자 사상 최대

변수연 기자 2026. 4. 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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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천피’ 회복에 레버리지 투자 수요
변동성 줄자 대형 증권사 신용 재개
중소형사도 3%대 금리로 유치 경쟁
신용잔액 33조 8723억으로 증가세
삼전 3.4조 최다…하닉 2.2조 뒤이어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등을 비롯한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4.13포인트(0.55%) 내린 6191.92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7.07포인트(0.61%) 오른 1170.04로 장을 마쳤다.

이란 전쟁 긴장 완화 기대 속에 코스피가 6000선을 회복하며 사상 최고치 재도전에 나서자 ‘빚투(빚내서 투자)’를 의미하는 신용거래 잔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변동성까지 줄어들자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금이 다시 증시로 유입되는 모습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중단했던 신용거래를 재개하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하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선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환경과 증권사 영업 전략이 맞물리면서 레버리지 투자 규모는 추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33조 8723억 원으로 지난달 5일 기록한 33조 6945억 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23조 4259억 원, 코스닥 10조 4464억 원으로 두 시장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3조 4388억 원), SK하이닉스(2조 2305억 원), 현대차(8537억 원), 두산에너빌리티(8432억 원) 순으로 신용 잔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 잔액이 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이번 주 들어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재개 기대감이 반영되며 시장을 짓눌렀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영향이다. 코스피는 한 달여 만에 6000선을 탈환한 뒤 6200선에서 등락을 이어가며 전쟁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올해 2월 26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6307.27) 돌파를 시도하면서 이달 중 ‘칠천피’ 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제시됐다. 이러한 상승 기대가 유지되면서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더 자극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변동성도 함께 완화되면서 대형 증권사들은 중단했던 신용거래를 속속 재개하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은 이달 3일 중단했던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을 재개했고 한국투자증권도 1일 관련 서비스를 다시 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열 저축은행과 제휴해 담보 가치의 최대 300%까지 대출하는 스톡론도 출시했다. KB증권은 고객당 5억 원으로 제한했던 신용융자 매수 한도를 최대 20억 원까지 가능하도록 고객별 약정 한도를 풀었고 하나증권도 신용거래융자를 재개했다.

리테일 비중이 높은 대형 증권사들은 앞서 빚투 규모가 빠르게 늘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신용거래를 수차례 중단했다가 재개하며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시장 반등 흐름이 이어지자 고객 수요를 반영해 다시 거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들이 신용거래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틈을 타 중소형 증권사들은 금리 인하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요 증권사의 신용융자 금리가 통상 연 5~10% 수준인 것과 달리 일부 중소형사는 3%대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4%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최근 한양증권은 6월까지 연 3.65%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창사 이래 첫 금리 인하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연 3.59% 금리 인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빚투족이 몰리면서 조기 종료 가능성이 높다. 우리투자증권(3.9%), DB증권(3.29%), SK증권(3.5%) 등도 신용융자 금리 이벤트를 최근까지 실시했으나 신용공여 잔액이 빠르게 차며 조기 종료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금리 인하 경쟁은 리테일 수익 확대 전략으로 풀이된다. 낮은 금리로 고객을 유입한 뒤 신용 잔액을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이자 수익과 거래 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브로커리지 수익에서 거래 수수료보다 신용융자 이자 비중이 더 크다”며 “금리를 낮춰도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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