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과 ‘이반’ 사이, 청년 박윤수…래퍼 ‘RapDogg’ 돼, 뮤비로 던진 화두[이사람]

강석봉 기자 2026. 4. 17. 17: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치료 대상’에서 창작자로”… 신경다양성 청년, 뮤직비디오로 산업 문 열었다
“창작-유통-영상까지”… 별의친구들, 청년 예술 ‘산업 모델’ 확장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자신은 믿어보자.”
청년 박윤수이자 래퍼 랩독

서울의 한 고가도로 아래, 폐가와 스튜디오를 오가는 거친 장면들 속에서 래퍼 RapDogg(랩독, 본명 박윤수)의 목소리가 울린다. 단순한 뮤직비디오 한 편이 아니다. 그동안 ‘보호’와 ‘치료’의 대상이었던 신경다양성 청년이 스스로를 창작자로 선언하며 카메라 앞에 선 순간이다.

사단법인 별의친구들이 제작한 뮤직비디오 는 박윤수의 첫 공식 EP 앨범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랩독이라는 이름에 담긴 정체성과 분노, 번아웃,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박윤수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힙합을 접했다. 이후 10여 년 넘게 별의친구들의 교육 프로그램 안에서 음악을 이어왔고, 지금은 동료지원활동가(가디언)이자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며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창작자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다.

그의 행보는 최근 더 분명해졌다. 음악 유통 플랫폼 ‘믹스테이프(mixtape.)’의 Label+ 멤버십을 통해 정식 음원을 발매하며, 멜론·벅스·유튜브뮤직 등 주요 플랫폼에 진입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이어지며, 창작–유통–영상 콘텐츠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에 한 발 더 들어섰다.

제작 방식도 기존과 다르다. 대형 기획사나 기관 지원 없이,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약 100명의 시민이 제작비를 모았다. 고가도로 하부 공간, 폐가, 차량 등 다양한 로케이션을 활용한 촬영에는 청년 예술인 기업과 독립 창작자들이 협력했다. ‘도와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별의친구들은 그동안 신경다양성 청년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히 다르다. 치료나 재활이 아니라, 작사·작곡·녹음·공연·유통까지 이어지는 실제 산업 구조 안으로 청년을 진입시키는 것. 이번 뮤직비디오는 그 실험이 더 이상 실험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좋은 사례’로 보지 않는다. 기존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배제돼 온 이들이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박윤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제가 지금을 살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어떻게 들어주시든, 이건 제 길입니다.”

별의친구들 김현수 이사장은 “청년들의 예술은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목소리”라며 “이들이 산업 안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구조를 계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음원 발매에 이어 뮤직비디오까지.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지금까지 이 길은 왜 열려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제, 누가 이 길을 더 넓힐 것인가.

청년 박윤수이자 래퍼 랩독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