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유럽 항공유 6주 뒤 소진"… 항공대란 현실화하나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강민우 기자(binu@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2026. 4. 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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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항공사 비상체제 돌입
루프트한자·KLM 등 운항 감축
스웨덴항공, 이달만 1천편 취소
韓, 항공유 수급 안정적이지만
국내 항공사들 선제대응 나서
유럽行엔 귀국용 연료 더 싣고
LCC는 노선 감편·무급 휴직도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전 세계 항공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17일 시민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촉발한 항공유 고갈 사태로 유럽 하늘길이 멈춰 서며 글로벌 연쇄 '셧다운'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럽 현지 공항의 항공유 수급 불안이 새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항공업계도 전사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유럽에 남은 항공유가 6주 치 정도에 불과하다"며 "대규모 항공편 취소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롤 총장 경고는 이미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로이터통신 등은 16일(현지시간)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네덜란드 항공사 KLM이 항공편 감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루프트한자는 계열사 시티라인이 보유한 항공기 27대를 모두 운항 중단할 계획이다. 시티라인은 유럽 내 공항 간 비즈니스 항공편을 운영해왔다. 루프트한자는 좌석 공급의 5%를 감축하는 비상계획을 수립했다. 틸 슈트라이헤르트 루프트한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정학적 불안전성과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운항 감축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KLM도 다음달 160편에 대해 운항을 감축하기로 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2·3분기 계획 노선의 약 5%를 축소한다고 밝혔고,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4월 한 달에만 항공편 1000편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럽 항공유 가격은 120% 이상 상승했다. 항공유의 75%가량을 중동에서 수입해 타격이 더 큰 유럽연합(EU)은 공급 부족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지만 뛰어난 정제 능력 덕분에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080만t(글로벌 점유율 29%)을 내다 파는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공항의 항공유 재고는 10일 치 수준이며 평시와 큰 차이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해외 현지 공항 항공유 수급에 있다.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려면 항공기가 출발지뿐만 아니라 도착지 공항에서도 급유해야만 돌아올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대국 공항에 항공유가 없으면 운항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장거리 노선은 현지 수급 상황이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폭등한 유가가 불러올 '계약 이행 갈등'도 잠재적 뇌관이다. 항공유는 당일 현물 가격이 아닌 일정 시차를 두고 계약 조건에 따라 공급된다. 유가가 단기 급등하면 과거 계약 단가와 현재 조달 비용 간 괴리가 커지면서 해외 현지 급유업체나 정유사들이 기존 조건대로 항공유를 공급하기 어려워져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국내에서 생산된 항공유라 할지라도 국내 항공사들에 더 저렴하게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과 달러 환율에 연동돼 판매되기 때문에 우리 항공사들 역시 연료비 폭등이라는 타격은 피할 수 없다. 결국 비용 압박과 현지 급유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국내 항공업계는 선제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 범위에서 유가옵션계약·헤지 상품을 활용해 손실 방어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탱커링(초과 탑재)' 기법을 최적화하며 위기에 맞서고 있다. 탱커링은 도착지 공항 항공유 가격이 출발지보다 비싸거나 수급이 불안정할 때 출발 공항에서 돌아올 때 쓸 연료까지 미리 가득 채워 가는 비행 방식이다.

유가 방어력이 취약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생존 몸부림은 더 눈물겹다. 제주항공은 오는 5월 국제선 노선을 주당 12회 감편하기로 결정했고, 티웨이항공은 객실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는 등 전사적으로 비용 감축에 나섰다.

[정지성 기자 / 강민우 기자 / 한상헌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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