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최초’ 부담 뚫고 질주…포디움서 태극기 흔들 것”

정문영 기자 2026. 4.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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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슈퍼GT 풀타임 뛰는 첫 韓선수 이정우
최고 시속 300㎞…2~5시간 경기
데뷔전 21위…타이어 관리력 장점
“올 시즌 우승·포디움 2번 오를 것”
‘꿈의 무대’ 르망24시 출전 목표
“한국 드라이버 속도 증명하겠다”
이정우가 최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 기자

“사실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에 부담감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그 부담감을 뚫고 앞으로 질주해야 진정한 프로 드라이버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서 태극기 한번 흔들어봐야죠.”

드라이버 이정우(31)는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일본 슈퍼 GT에서 한국인 최초로 풀타임 뛰게 돼 영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 무대에 진출한 만큼 개인적인 성공도 좋지만 한국에도 열정 많고 실력 좋은 드라이버가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우승 한번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불가능했다면 애초에 도전하지도 않았다. 한국 드라이버가 빠르다는 걸 꼭 보여주겠다.”

일본 슈퍼 GT는 아시아 최대 GT 레이스로 평가받는다. GT는 양산형 모델을 바탕으로 만든 경주차로 우열을 가리는 레이스를 말한다. 이정우가 참가하는 GT300 클래스는 4월부터 11월까지 총 8차례 레이스를 치른다. GT300 클래스의 레이스카는 최고 시속 300㎞에 달하고, 레이스 평균 200~300㎞ 거리를 달린다. 코너에서는 몸무게의 3배(3G)에 이르는 중력이 어깨를 짓누른다. 시즌 8라운드 경기의 시합 시간은 2시간 반에서 길게는 4~5시간에 달한다. 중장거리 레이스 특성상 1개 팀 당 2명의 드라이버가 번갈아 운전한다.

GT300클래스에 출전하는 팀은 총 29개. 토요타 GR 수프라·닛산 GT-R 니스모 GT3· 렉서스 LC500 등 일본 제조사의 머신을 비롯해 포르쉐 911 GT3R 에보·애스턴 마틴 밴티지 GT3 에보·메르세데스-AMG GT3·페라리 296 GT3 에보·람보르기니 우라칸 GT3 에보2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머신들이 출전한다.

이정우는 아네스트 이와타 가이너 레이싱 소속으로 닛산의 페어레이디 Z GT300 운전대를 잡는다. 소속팀은 산업용 공기압·코팅 장비를 제조하는 일본 회사 아네스트 이와타, 레이싱 팀 가이너가 협력하는 팀이다. 그는 이미 일본 내구 레이스인 슈퍼다이큐 ST-TCR 클래스에서 2년(2024·2025년) 연속 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해 실력을 입증했다. 이정우는 “GT 레이스카는 양산차의 외형을 유지한 채 내부를 레이스 전용으로 개조한 머신으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며 “올 시즌 저를 선택해 준 팀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이정우 드라이버가 레이싱 수트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MIK

이정우는 최근 막을 올린 올 시즌 슈퍼 GT 첫 경기에서는 29개 팀 중 21위에 오르며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최초의 한국인 풀타임 선수’라는 타이틀 덕에 큰 주목을 받았다.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는 “한국 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느낌”이라며 “최정상급 드라이버들과 직접 부딪치며 달리면서 실수도 하고 다시 추월도 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을 했고, 첫 경기였지만 나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우가 운전하고 있는 닛산의 페어레이디 Z GT300 머신. 사진 제공=MIK

일본 슈퍼 GT는 단순히 빨리 달리는 레이스가 아니다. 내구성을 경쟁하면서 속도를 내야하는 경기다. 드라이버가 연료와 타이어의 상태를 느끼면서 효율적인 레이스를 펼쳐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급유하는 순간 1분이 지나가고 타이어를 자주 교체하는 것도 결국 시간 손해로 이어진다. 연료와 타이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레이스 후반에 멈춰서는 차들도 나타난다. 이정우는 “내구 레이스는 연료와 타이어를 아끼면서 오래 달려야 한다”며 “제 강점은 타이어 관리 능력이다. 달리면서 손과 등으로 전해지는 감각으로 타이어 마모를 예측해서 달린다. 온몸이 센서”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올 시즌 우승 한 번, 포디움 2번 이상 오르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드라이버 이정우의 궁극적인 꿈은 ‘내구 레이스의 기원’이라 불리는 르망 24시에서 달리는 것이다. 그는 “1923년 시작된 르망 24시는 드라이버로 살아가는 동안 꼭 한 번은 출전하고 싶다”며 “출발선에 서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런 무대에서 달릴 수 있다면 정말 모든 것을 이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정우에게 올 시즌 포디움 정상에 섰을 때의 소감을 미리 물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더 상위 클래스로 올라갈 겁니다. 그리고 제 실력 봤죠? 한국 드라이버들 결코 느린 사람들 아닙니다. 우리도 빠릅니다.”

드라이버 이정우가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정문영 기자 my.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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