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은 몰렸는데 계약은 줄줄이 이탈···분양시장 ‘옥석 가리기’

김희진 기자 2026. 4. 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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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경쟁률 높아도 계약은 이탈···무순위 청약 ‘속속’
고분양가·대출규제에 자금 조달 부담↑
경기 핵심지에서도 미계약 속출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청약시장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들이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이탈이 발생하며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출 규제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으로 계약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양가 수준에 따라 수요가 선별적으로 움직이며 수도권 내에서도 단지별 온도차가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1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는 청약 경쟁률과 실제 계약 성적 간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의 '안양역 센트럴 아이파크 수자인'은 지난 2월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8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1904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되면서 평균 10.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에서는 이탈이 발생하면서 잔여 세대 28가구에 대해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해당 단지는 분양 당시 만안구 역대 최고 분양가로 주목받았다. 3.3㎡당 분양가는 3700만원을 웃돌며 직전 최고가였던 '안양자이 해리티온'(3391만원)을 넘어섰다. 전용 84㎡ 분양가는 12억6070만원으로 안양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안양역푸르지오더샵'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가 12억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시세 차익 기대가 제한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일반분양 물량 대부분이 전용 43㎡ 소형 평형으로 구성된 점도 실수요층을 좁히며 계약 이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 분양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더샵 분당센트로'도 1순위 청약에서 40가구 모집에 2052명의 신청자가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51.3대 1에 달했고 특별공급도 44가구 모집에 680명이 신청해 1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청약 열기가 높았다. 그러나 당첨자 다수가 계약을 포기해 84가구 중 50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왔다.

경기도 핵심지인 분당임에도 불구하고 당첨자 절반 이상이 계약을 포기한 데에는 고분양가 영향이 컸다. 해당 단지는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21억8000만원으로 인근 무지개마을 3단지 동일 면적의 최근 실거래가가 14억원 후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6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수도권 핵심지임에도 불구하고 미계약 사례가 잇따라 나타난 배경에 높은 분양가와 대출 규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신축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청약 참여는 늘었지만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탓에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는 수요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높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계약 단계에서 심리적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왔다고 해도 실제 계약을 앞두고 자금 계획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게 되고 비슷한 자금이면 개발 기대감이 높은 다른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등이 작용하면서 청약 당첨 이후 이탈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분양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쉽게 완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에서 신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단위면적(㎡)당 평균 분양가격은 지난 3월 말 기준 611만4000원으로 전월 대비 0.71% 상승했다. 서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660만6000원으로 전월 대비 4.29% 올랐다.

이에 따라 청약 단계에서는 수요가 몰리더라도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입지 여건에 따라 수요가 선별되는 '옥석 가리기'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세 대비 가격 메리트가 부족한 단지나 실수요층이 제한적인 평형 구성의 경우 계약 이탈과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청약 경쟁률만으로 분양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청약 단계에서는 여전히 기대감으로 수요가 몰리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자금 조달 가능성과 가격 메리트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제는 청약 경쟁률만으로 분양 성패를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입지와 분양가 경쟁력이 확보된 단지에만 수요가 집중되고, 그렇지 않은 단지는 미계약이나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지는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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