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집에 가자"...동생이 찾은 '죽음의 컨베이어벨트'
-스물셋 베트남 청년 이주노동자 故 뚜안 씨 사망 후 한 달
-사고 현장 찾은 동생 “한국인·외국인 모두 안전하게 일하길”
-사측, 공식 사과·내국인과 차별 없는 배·보상 등 유족과 합의
-제2의 뚜안 막으려면…‘고용허가제’ 개선 등 근본 대책 절실
형, 집에 가자. 내가 형을 집으로 데려다 줄게. 형은 정말 착했고, 효도도 많이 했어. 형,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어.
그곳에서 우리 가족, 그리고 한국 땅의 모든 노동자들을 보살펴 줘."
- 응웬 반 뚜 / 故 뚜안 씨 동생(2026.4.10.)
지난 4월 10일, 경기도 이천의 자갈공장. 한 달 전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고로 숨진 베트남 이주노동자 故 뚜안(23) 씨의 동생이 사고 현장을 찾아 형에게 전한 말이다.
이날은 뚜안 씨의 생일이기도 했다. 형이 살아 있었다면 축하 인사를 건넸을 이날, 동생은 하얀 국화를 들고 형이 숨진 컨베이어벨트 앞에 섰다. 기계 아래 국화 꽃다발을 내려놓고, 향 대신 담배에 불을 붙였다. 형이 숨진 자리를 한참을 바라보다 “형, 편히 쉬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뚜안 씨의 동생 응웬 반 뚜(21) 씨는 지난 9일 한국에 입국했다. 건강한 얼굴로 한국에 갔던 형이 왜 유골로 돌아왔는지, 형이 숨진 일터는 어떤 환경이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뚜 씨는 입국 다음 날 바로 형이 일했던 경기도 이천 호법면의 중앙산업으로 향했다. 뉴스타파가 사고 현장으로 가는 그의 길에 동행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전하는 형의 이야기에는 한국에서 일하는 청년 이주노동자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적당히 일하라" 당부하던 형이 유골로 돌아왔다
동생 뚜 씨 역시 일본에서 2년간 농사일을 해 온 스물한 살의 이주노동자였다. 아픈 부모님과 어린 다섯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장남인 형은 한국으로, 동생은 일본으로 떠났다. 그는 형의 부고를 들은 날 바로 일을 그만두고 베트남으로 귀국해 장남 역할을 이어받았다.
뚜 씨는 "형은 한국이 벚꽃이 예쁘고 임금 수준도 높은 나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형이 한국 취업을 선택했다"며 “형이 일본 근로계약이 끝나면 나중에 한국에서 같이 일하자고 했었는데, 형의 죽음으로 한국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일하던 형제는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었다. 형 뚜안 씨는 통화할 때마다 동생의 건강을 걱정했다. "일주일에 하루는 꼭 쉬면서 일하라", "적당히, 무리하지 말고 일하라"고 당부했다. 자신은 한국에서 ‘삽으로 흙이나 모래를 퍼내는 쉬운 일’을 하고 있다며 동생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뚜안 씨가 실제 한 일은 공장 안에 설치된 대형 컨베이어벨트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2023년 8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한 뚜안 씨는 노동부의 소개로 골재 가공업체인 ‘중앙산업’에 취업했다. 앞서 부산 신발공장에서 일하다가 일감이 줄어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동부가 소개한 일터였지만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노동부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전 직원 15명 남짓인 중앙산업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노동부 근로감독을 받지 않았다.
관련 기사> 국가가 허가한 일터에서 스물셋 청년이 죽었다
이 공장에서 뚜안 씨는 주야간 맞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야간조를 담당했던 지난 3월 10일 새벽,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라는 상사의 지시를 받고 가동 중인 기계 아래 들어갔다가 신체가 끼어 목숨을 잃었다. 위험 작업 시 필수인 2인 1조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오랜 기간 위험 작업을 홀로 해왔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형의 생일날, 동생은 컨베이어벨트 아래 국화를 놓았다
사측은 이날 취재진 출입을 불허한 채, 유족과 유족 대리인단에만 사고 현장을 공개했다. 유족 측이 제공한 공장 내부 영상에 따르면,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에는 안전덮개나 비상정지장치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없었다.


동생 뚜 씨는 형이 숨진 컨베이어벨트를 보자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형, 집에 가자”며 형이 숨진 기계 앞으로 다가갔다. 형이 숨진 자리에 국화를 내려놓고 한참을 앉아 사고 장소를 바라봤다. 이후 베트남에 있는 아버지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사고 현장을 보여줬다. 아들이 숨진 곳을 화면으로 본 아버지는 입을 틀어막은 채 통곡했다.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나온 뚜 씨는 “직접 들어가서 사고 현장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는 안전장치도 없고 CCTV도 없었습니다. 기계가 너무 큰데, (형이 일할 때) 지켜보는 사람이 너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고 현장에 남아 있던 형의 핏자국을 봤습니다.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 응웬 반 뚜 / 故 뚜안 씨 동생(2026.4.10.)
이날 현장에는 김용균 재단의 김미숙 이사장도 함께했다. 그는 7년여 전, 뚜안 씨와 같은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고로 스물넷 나이의 아들을 잃은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였던 고 김용균 씨는 뚜안 씨와 마찬가지로 2인 1조 원칙이 무시된 작업 현장에서 홀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 생각이 너무 많이 날 것 같아서 현장 들어가는 게 사실 겁나기도 했다”며 “나도 아직 이렇게 트라우마가 있고 괴로운데, 뚜안 님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무너질까 생각했다. 동생에게는 ‘꿈이라고 생각하며 살라’는 말을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아들의 죽음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비슷한 죽음이 반복되는 상황에 대해 참담함을 드러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안전하지 않아서 제 자식도 죽고, 뚜안 님도 죽고, 외국 사람들도 많이 죽어나가는데 너무 창피합니다. 여전히 사업주들은 돈벌이에만 급급할 뿐 안전한 환경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 말단 직원이 하던 (위험한) 일이 이제는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권에만 맡겨두지 말고, 중대재해처벌법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미숙 / 김용균 재단 이사장(故 김용균 씨 어머니)
위험의 '이주화'…이주노동자 사망 위험, 내국인의 3배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되던 위험이 이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집중되면서 해마다 수십 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터에서 사고로 사망한 이주노동자는 71명. 전체 사고 사망자(605명)의 11.7%를 차지한다. 전체 취업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이 3.8%인 점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의 사망 위험은 내국인의 3배를 넘는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는 일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중 사업주의 법 위반 사실이 명백한 사고만 집계한 수치다. 법 위반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사고를 감안하면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험의 이주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뉴스타파가 언론보도를 통해 자체 확인한 올해 이주노동자 사망자만 9개국 16명. 뚜안 씨 사망 이후로도 최소 6명이 더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뚜안 씨 죽음 이후…‘고용허가제 개정안’ 국회 발의
뚜안 씨 사망 열흘 뒤인 지난 3월 20일, 국회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자유를 보장하는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사업장 변경 사유 제한’ 조건을 삭제해, 이주노동자의 이동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이직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작업 환경이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일터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같은 고용허가제의 제약 속에서 뚜안 씨를 비롯해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죽고 또 다쳤다.
그동안 고용허가제 개선을 요구해 왔던 이주노동 인권단체들은 개정안 발의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인력 유출을 우려하는 사업주들의 반대가 거세 실제 법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고용허가제 시행 20여 년간 헤아릴 수 없는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해온 것은 이 제도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증거”라며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별도의 정책 지원으로 해결하고, 고용허가제는 보편적인 국제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산업·유족, 공식 사과·내국인과 차별 없는 배·보상 등 합의
동생 뚜 씨가 공장을 방문하고 일주일 뒤인 17일, 그동안 사고 수습에 대한 협의를 미뤄왔던 사측이 유족과 합의했다. 뚜안 씨 사망 38일 만이다. 사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내국인 노동자와 차별 없는 기준으로 배·보상하기로도 약속했다.
유족을 지원해 온 경기이주평등연대는 이번 합의에 대해 "그동안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 배상금은, 남은 비자 기간만 한국 소득을 적용하고 그 이후에는 임금 수준이 낮은 본국 기준으로 산정해 왔다”며 “이번 합의는 이러한 차별적 관행을 뛰어넘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고의 진상규명과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뚜안 씨 사망 후에야 중앙산업에 처음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사측이 안전장치 미설치는 물론 노동자 안전교육조차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수사도 이제 시작 단계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업체 안전관리자 3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법인과 대표이사를 입건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적용 여부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유족과 유족을 대리해 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재차 확인된 것은 정부의 고용허가제 사업장에 대한 점검과 관리 부실”이라며 “정부는 모든 고용허가제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근본적으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생 뚜 씨는 오는 18일 본국으로 돌아간다. 그는 “형의 산업재해로 온 가족이 큰 고통을 겪을 때, 한국의 많은 분이 관심과 도움을 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며 “저희 가족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곁을 지켜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에 마지막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나 한국 사람이나 모두 일하기 좋은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형처럼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을 테니까요."
취재 홍여진 / 영상편집 윤석민 / CG 정동우 / 디자인 이도현 / 출판 임승은 / 영상제공 故 뚜안 유족 대리인단 / 통역 이주민센터 '동행' 원옥금 대표 / 자막 번역 팜티반람(PHAM THI VAN LAM)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