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돌봄로봇 도입률 6%···비용 장벽에 막힌 '노노케어' 해법
돌봄 인력난 로봇 대안 부상
비용 부담에 현장 도입률 6%
수가 연계 등 제도 지원 시급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돌봄기술 확산에 나섰지만 요양시설 도입이 제한적이다. 급증하는 장기요양 수요와 돌봄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돌봄로봇이 제시되지만 현장에서는 비용 부담과 장기요양 수가 미연계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요양보호사 인력이 고령화하는 상황에서 기술 보조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돌봄로봇 도입 비용을 시설이 떠안아야 하는 반면 이를 보전해 주는 제도는 미비해 현장 적용이 더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돌봄로봇 확산의 관건은 기술 개발보다 현장 작동 구조에 있다는 의미다.
커지는 돌봄 수요···대안으로 뜬 AI 로봇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제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AI 돌봄기술 전주기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돌봄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AI·사물인터넷(IoT) 기반 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연구개발부터 실증·사업화·제도 연계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현장 적용과 제도 연계를 병행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가 돌봄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빠르게 증가하는 장기요양 수요와 인력 부족 문제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3년 수준의 장기요양 수요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2043년 장기요양서비스 수요는 2023년보다 2.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근로 요양보호사는 2034년 80만6000명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인력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인력 중 60세 이상 비중은 2023년 63.1%에서 2043년 72.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정부는 재가와 시설을 나눠 기술 도입 방안을 설계했다. 재가 돌봄 가정에는 다양한 기기를 연동한 '스마트홈'을 도입해 건강·안전·정서 지원을 통합 제공하고 이상 징후를 상시 감지하는 24시간 돌봄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장기요양시설에는 '스마트 시설' 모델을 적용해 종사자의 반복적인 기록 업무를 AI가 보조하고 야간 입소자 상태 확인을 위한 순회 점검도 AI·IoT 기반 모니터링으로 일부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동과 돌봄 보조 등 물리적 지원 기능을 갖춘 '피지컬 AI'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기술 성숙도가 높은 AI·IoT 중심 기술을 우선 개발해 3년 내 현장 적용이 가능한 모델을 마련하고 이후 로보틱스와 결합한 기술로 확장할 방침이다. 실제 돌봄 현장에서 기술 효과를 검증하는 '리빙랩' 실증을 거쳐 성과가 입증된 기술부터 단계적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도입률 6% 불과···비용·수가 미보장 발목

도입이 더딘 가장 큰 이유로 비용 문제가 지목된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16일 '노인돌봄서비스 인력의 전망과 정책방향' 발표에서 "돌봄로봇 도입의 비용 문제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돌봄로봇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점 또한 활용이 미미한 원인"이라며 "52%의 요양시설은 비용 보조가 가능한 경우 돌봄로봇을 도입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비용 지원 여부가 현장 확산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돌봄로봇 도입은 장비 구매에 그치지 않고 설치와 유지관리 등 추가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투자 대비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시설이 선뜻 도입을 결정하기 어렵다.
한철수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요양시설에서 돌봄로봇 도입과 관련한 비용 지원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비용 부담이 해소된다면 도입을 검토하는 시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돌봄로봇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직은 주로 기술 개발 단계 지원에 집중돼 있다"며 "현장에서 활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요자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 효과성이 입증된 돌봄기술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이나 장기요양보험 수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기계를 실제로 다룰 인력 구조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년 이상 돌봄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요양시설 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돌봄기술 발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고령의 요양보호사가 실제 기기를 다루고 지속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술 도입 못지않게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젊은 인력과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관련 기사: 노노케어 요양보호사 대안 돌봄 로봇?···"인력 유입부터 고민해야"
또 대면 돌봄을 전면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입소자의 상태를 감지하거나 반복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정서적 교감이나 돌발 상황 대응까지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실제 돌봄로봇은 요양보호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보조 수단으로는 일정 부분 효과가 확인된다. KDI 분석에 따르면 돌봄로봇을 활용하는 주요 이유는 신체적 부담 완화와 돌봄 업무 수행 시간 단축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승 보조나 이동 지원 등 요양보호사의 체력 부담이 큰 업무에서 업무 부담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보고됐다.
한철수 회장은 "돌봄로봇은 기본적으로 보조 역할로 활용될 수 있다"며 "기록 업무나 야간 점검 등 일부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어 현장 부담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위원도 "돌봄로봇 기술이 대면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돌봄 인력 확보를 위한 일자리 질 개선이 돌봄기술 활용과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노케어= '노인(老)이 노인(老)을 돌본다'는 뜻으로, 60~70대의 비교적 건강하고 젊은 노인이 80대 이상의 고령자를 돌보는 현상을 말한다. 돌봄 수요는 급증하지만 이를 감당할 청장년층 인력은 부족해지면서 나타난 고령화 시대의 대표적인 돌봄 형태다.
☞피지컬 AI= 이동 및 돌봄 보조 등 물리적 지원 기능을 갖춰 실제 환경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 기반 인공지능을 뜻한다. 기존 AI가 데이터 처리나 모니터링에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요양보호사의 육체적 노동을 직접 대체하고 보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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