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에 선 KB] '67% 룰' 뛰어 넘는 압도적 지지…연임에 힘 실리는 배경은?

진선령 기자 2026. 4. 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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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중심 지분·정교한 회추위·검증된 성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견제하기 위해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제도의 실질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확인된 높은 찬성률과 지분 구조, 그리고 이사회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작동 방식까지 종합하면, 단순히 의결 기준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회장 연임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정 수준 이상의 주주 지지를 확보한 경영진에게는 연임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최근 주주총회에서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88.0%),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99.3%),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91.9%) 등이 90% 안팎의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는 일반결의(=보통결의: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수)를 넘어 특별결의 요건(▲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 약 67%, ▲찬성한 주식 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의 지분 구조에서는 특별결의 요건을 도입하더라도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제약하는 실질적 장치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올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회장의 연임 여부 역시 이러한 매락 안에서 해석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까지 드러난 지배구조와 주주 구성, 그리고 경영 성과를 감안할 때 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 지분율 75% 웃도는 외국인, 양 회장 지지할 듯 
KB금융 외국인 지분율. 자료 = 한국거래소.

현재 KB금융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약 75%를 웃도는 수준으로,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편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지분율은 8.68%에 그친다.

나머지 지분은 국내 기관(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10개 자산운용사 3.82%), 우리사주(2.48%), 소액주주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 구조는 단순히 '외국인 비중이 높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특정 주주가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보다는 시장 평가와 집단적 의사결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즉, 한 명의 주주가 아닌 다수의 투자자 판단이 합쳐져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개별 주주의 의지보다 '공통된 판단 기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 주주환원 정책, 성장성 등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즉, 정치적 변수나 정책적 메시지보다 수익성과 안정성에 더 높은 비중을 둔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경영진에 대해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를 보내는 특징이 있다.

양 회장 체제가 주목받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순이익 5조8430억원, 사상최대)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아울러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2025년 회계연도 기준 총주주환원율 52.4%, 전년 39.8% 대비 약 12.6%p 이상 상승/ 자사주 소각 1.48조원)도 병행했다.

올해 3월 주총에서 KB금융은 2026년 1차 주주환원 재원으로 총 2조8200억원을 확정했다. 이 중 1조2000억원은 2026년 상반기 내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투입될 예정이다.

분기별로 자본 여력을 확인해 수시로 소각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번에 발표된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1.2조원)는 올해 상반기(1~2분기)에 우선 집행하는 규모다. 하반기 실적과 자본 비율에 따라 추가 소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다.

◆ 국민연금의 역할은?
KB금융 주요주주 구성. 자료 = 금융감독원.

양 회장의 연임에 있어 또 하나 살펴봐야 할 요소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영향력이다. 

국민연금은 KB금융의 최대주주지만 지분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단독으로 의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실제 최근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안건 대부분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영향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공적 성격을 가진 주주'로서 경영적 중요 사안에 대한 평가와 가이드라인을  시장에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국민연금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 보수 체계, 경영 투명성 등 특정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힐 경우 다른 주주들보다 그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신호가 곧바로 의결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가 '참고 요소'가 될 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결국 국민연금은 연임 여부를 좌우하는 주체라기보다, 경영진에게 일정 수준의 긴장과 책임을 요구하는 견제 역할에 가깝다.

◆ 의결권 자문사, 외국인 주주 표심 좌우

외국인 투자자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참고하는 핵심 기준을 제시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세부 사항을 일일이 분석하기보다 이들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기반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ISS, 글래스루이스가 특정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제시하면 외국인 표심이 결집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

현재까지 KB금융에 대한 시장 평가를 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은 비교적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안정적인 실적과 주주환원 정책, 그리고 비교적 체계적인 지배구조 시스템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KB금융의 모든 안건(▲7.5조원 자본준비금 감액 및 비과세 배당,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정책 등)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이는 이번 주총 안건들이 90% 이상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KB금융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안건에 대해서는 '이해상충'을 이유로 매번 반대하며 사실상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일부 지배구조 리스크를 지적한 사례 외엔 대다수 안건에 찬성 권고를 유지하며 경영진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특별결의 도입 여부가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는 67%라는 기준 역시 충분히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독립성·안정성' 결합된 이사회…정교하게 설계된 회추위

KB금융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이사회다.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형식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와 그 산하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사회는 단순한 의결 기구를 넘어 경영진 선임과 평가, 전략 방향 설정 등 핵심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주주총회는 형식적 승인 절차에 가깝고, 실제 후보 선정과 검증은 이사회 내부에서 이뤄진다.

이 구조는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양 회장 체제가 비교적 빠르게 안정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같은 이사회 중심 구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 회추위 활동. 자료 = KB금융지주.

KB금융 지배구조의 정점은 이사회 내 설치된 회추위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며 회장 후보를 선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위원회는 단순히 후보를 추천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후보군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반기 단위로 내부·외부 후보군을 관리하며, 후보자의 역량과 성과를 지속적으로 평가한다.

내부 후보군은 경영진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별도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차기 CEO 후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외부 후보군 역시 헤드헌터 등을 통해 꾸준히 확보된다.

실제 후보 선정 과정에서는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거쳐 단계적으로 후보를 압축하고, 복수의 인터뷰와 평판 조회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최근에는 인터뷰 횟수를 늘리고 외부 평판 조회를 강화하는 등 검증 절차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왔다.

이 같은 시스템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도 기여한다. 즉, 단순히 '누가 회장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회장이 선출되느냐'를 제도화한 구조다.
KB금융 회추위 평가. 자료 = KB금융.

◆ 양종희 체제…경영 성과와 시장 신뢰의 결합

이 모든 구조 위에서 양종희 체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이후 KB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금융지주 가운데 선두권을 유지했고,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해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한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양 회장은 올해 초에도 JP모건이 주선한 해외 투자자 간담회에 직접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IR 활동을 통해 시장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이미지 관리 차원을 넘어 실제 표심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는 경영진의 소통 방식 자체가 의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특별결의의 한계…문턱보다 구조 미래에셋자산운용 케이비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케이씨지아이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엔에이치아문디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 컨텐츠의 보유 수량, 상장주식 내 비중, 운용사 내 비중 값은 최근 분기말에 공시한 공모펀드 보고서 기준/ 보유수량 기준 상위 10위 까지 운용사. 자료=키움증권.

결국 특별결의 도입하더라도 단순히 의결 기준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양 회장 연임에 변수가 되긴 어렵다.

KB금융의 경우 지분이 분산돼 있고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이사회와 회추위를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 구조가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

양 회장처럼 탁월한 성과를 낸 경영진에게는 오히려 안정적인 지지를 획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특별결의는 연임을 저지하는 장치라기보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경영진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