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에 선 KB] 비은행·AI 두 축으로 체질 전환…양종희式 '생산적 금융' 속도
"AI는 금융 판 바꾸는 파도"…AX 기반 미래 경쟁력 강화

KB금융그룹이 양종희 회장의 전략 아래 비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하락 기조 속에서 기업금융과 투자·운용 중심의 '생산적 금융'으로 사업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모습이다.
2023년 11월 취임한 양 회장은 KB금융 최초의 비은행 출신 회장이다. 과거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해 능력을 인정받아 전무, 부행장을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파격 승진했다.
2016년부터는 KB손해보험 대표를 맡아 3연임에 성공하며 해당 회사를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비은행 부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양 회장은 현재 KB금융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 그룹 수익 구조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조8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다. 양 회장 취임 이후 첫 실적이 반영된 2024년에는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원을 돌파했다.
이를 바탕으로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으며, 경쟁사와의 격차도 확대됐다. 신한금융과의 순이익 격차는 2024년 약 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8700억원까지 벌어졌다.
KB금융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10.86%로 개선됐다. 대형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ROE 10%를 넘겼다. CET1(보통주자본비율)은 13.79%를 유지했다. 수익성과 자본 안정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다.
실적 증가는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졌다. KB금융은 연간 현금배당 1조5800억원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2조8200억원 규모의 환원 계획을 제시했다.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은 52.4%다.
KB국민은행, 4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 '탈환'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이자이익 확대와 비이자이익 성장, 건전성 관리 개선을 바탕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4년 간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20~2021년 KB국민은행이 1위를 지켰지만, 2022~2023년에는 하나은행에, 2024년에는 신한은행에 자리를 내줬었다.
KB국민은행의 2025년 연간 당기순이익은 3조86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조달 비용을 감축하고 방카슈랑스, 펀드 등 비이자 수수료 수익을 개선한 점이 실적 증대로 이어졌다. 전년도 주가연계증권(ELS) 충당부채 적립 영향이 소멸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영향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에 그쳤다. 반면 기업대출은 우량 중소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3.9% 늘었다. 규모 확대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한 대출 포트폴리오 운용이 반영된 결과다.
수익성 지표,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2025년 4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75%로, 전 분기 대비 1bp(0.01%p)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의 신한은행(1.58%), 하나은행(1.52%), 우리은행(1.49%) NIM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실채권 비율인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28%로 전년(0.32%) 대비 개선돼 자산건전성과 리스크 부담 수준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은 올해도 수익성 중심 영업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채널 경쟁력을 기반으로 저원가성 예금 비중을 확대하고, 자산부채관리(ALM)를 강화해 NIM 하락을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양종희 "투자·운용 중심 이동 대응"…비은행 강화 본격화
KB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기업금융 확대를 유도하는 이른바 '머니무브'를 추진하면서 금융그룹 전반에 사업 구조 전환 압력이 커진 영향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주요 금융그룹들은 전통적인 이자이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투자·운용, 자산관리(WM), 기업금융 등 비은행 부문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KB금융 역시 이에 발맞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착수했으며, 수익 구조 다변화와 생산적 금융 중심의 사업 모델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리딩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사업 방식의 전환과 고객·시장의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적 금융을 성장 기회로 만들기 위해 사업성 평가 역량을 고도화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도 한층 정교하게 구축하겠다"며 "투자·운용 중심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에 대응해 자문과 상담 기반의 영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 전환은 실제 실적 구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비은행 부문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으면서, 그룹 내 수익 기여도 역시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특히 은행 중심의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증권·보험·자산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KB금융의 지난해 그룹 순이익에 대한 비은행 기여도는 37%다. 이는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은 규모다. 이어 신한금융(29.3%), 우리금융(19.9%), 하나금융(12.1%) 순이다.
특히 KB금융의 작년 4분기 순수수료이익은 1조1459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중 비은행이 약 70%를 견인하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로 수수료이익 기반도 공고해졌다는 평이다.
자본시장 선전 속 보험·카드 부진…비은행 실적 온도차
KB증권은 수탁수수료와 투자은행(IB) 실적 개선에 힘입어 이익이 늘었다. KB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91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늘었고, 당기순이익 역시 6824억원으로 같은 기간 15.6% 증가했다. 이같은 실적은 모두 사상 최대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1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662억원) 대비 약 73.7% 증가해 KB증권과 함께 KB금융 내 자본시장 부문의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다만 양 회장이 몸 담았던 KB손해보험의 수익성 개선은 과제로 남아있다. KB손해보험의 지난해 순이익은 7754억원으로 전년(8359억원)보다 7.2% 감소했다. KB손해보험 측은 "장기·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손익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기본자본 킥스비율(K-ICS) 제도도 부담 요인이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기준 미달 시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80%다. KB손보는 78.4%로 권고치를 밑돌고 있다.
원수보험료는 전년보다 5.9% 상승한 14조3476억원으로 외형 성장세를 보였다. 보험영업수익은 전년보다 8.8% 증가한 11조3884억원, 투자영업수익은 0.7% 상승한 2조3841억원을 기록했다.
KB라이프 또한 지난해 개별 기준 당기순이익은 2440억원으로, 전년 동기(2694억원) 대비 9.4% 감소한 규모다. 다만 KB라이프는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과 국내외 유가증권 시장 호조에 힘입어 주식 처분이익이 확대되는 등 투자영업손익 부분에서 성과를 냈다.
투자영업이익이 2조5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8% 늘어나 총 투자영업손익은 1518억원으로 전년(876억원) 대비 73.3% 증가하며 실적을 방어했다.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은 270.2%로 전년 대비 7.1%포인트 상승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41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4484억원)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2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기본 수입원이 축소된 데다, 카드론이 신용대출 한도 규제에 포함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KB국민카드의 지주 내 순이익 비중도 2024년 7.9%에서 지난해 5.7%로 하락했다.

비은행 부문 내 수익성 편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양 회장은 인공지능(AI) 기반 전환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양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일관되게 AI 혁신을 강조해왔으며, 올해 신년사에서 AI를 "금융시장의 판을 바꾸는 큰 파도"로 규정하며 그룹 차원의 AI 전환(AX)을 주요 경영 과제로 제시했다. 수익성 둔화 압력이 커지는 환경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높이고, 영업 및 리스크 관리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양 회장은 그룹 전반에 AI 도입을 확대해 업무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자산관리·기업금융·리스크 관리 등 핵심 영역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AI 중심의 사업 구조로 전환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KB with AI' 전략을 기반으로 그룹 전반의 AX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최초로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 'KB GenAI 포털'을 구축해 9개 계열사 간 협업 기반을 마련해 업무 혁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를 도입해 영업과 고객 서비스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AI 도입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체계도 병행 구축했다. 'AI 윤리위원회'를 중심으로 고위험 서비스 사전 승인 체계를 운영하고, 별도 조직을 통해 데이터 편향과 모델 공정성 등을 관리하고 있다. 외부 대형언어모델(LLM)과 내부 모델을 업무 특성에 따라 병행 활용하면서 보안 통제도 강화했다.
KB금융이 비은행 부문 확대와 AI 전환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해당 전략이 중장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금리 환경 변화와 대출 규제 기조 속에서 양종희 회장이 제시한 '생산적 금융'과 디지털 전환 전략의 성과가 향후 그룹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