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엔비디아가 택한 CCL에 실트론 안고 '반도체 거인' 초읽기

김민우 기자 2026. 4. 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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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BG 가치만 19조 육박… SK실트론 인수 본계약 임박
'웨이퍼-CCL-테스트' 잇는 반도체 삼각편대 완성
증권가, 목표주가 200만원 제시…'지주사 할인' 옛말
박정원(가운데)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2월 12일 충북 증평 ㈜두산 전자BG 사업장을 방문해 CCL 제품 라인업을 살펴보고 있다.


과거 '중공업'의 상징이었던 ㈜두산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축을 장악하며 '반도체 황제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우군으로 확보한 전자BG(비즈니스그룹) 사업부의 폭발적 성장세에 세계 3위 웨이퍼 업체인 SK실트론 인수까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그룹 변신의 중심에는 박정원 회장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3개월 사이 목표가를 2배 가까이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두산의 성장세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전자BG가 꼽힌다. 김인욱 두산 전자BG 사장은 지난달 비전 선포식에서 "단순 소재 기업을 넘어 미래 기술이 개발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기업"이라며 AI·반도체 산업 전반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엔비디아'라는 거물급 파트너가 있다. 전자BG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블랙웰'에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독점 공급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1조 8757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CCL은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소재로 수지와 유리섬유, 충진재, 기타화학물질로 구성된 절연층에 동박을 적층한 제품이다. ㈜두산은 고사양 CCL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맞춤형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 경쟁사의 퀄(품질) 테스트 탈락으로 독점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진 가운데, 향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루빈'향 공급까지 가시화되면서 실적 모멘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의 평가도 뜨겁다. 증권가에서는 전자BG의 적정 기업가치를 19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가동률이 100%를 돌파한 충북 증평 공장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전자BG에 약 531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예고되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의 유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 본토 최대급 운용사 30여 곳이 두산 투자자 설명회(IR)에 몰린 점은 두산이 이미 '글로벌 AI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산은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공격적인 투자로 반도체 밸류체인 완성을 노리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이달 중 SK그룹과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대상은 SK가 보유한 지분 70.6%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 초반대에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29.4%)을 제외하더라도 경영권 확보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두산은 이를 위해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일부 매각해 9477억원 규모의 현금 실탄을 미리 확보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두산은 반도체의 도화지 격인 '웨이퍼(SK실트론)'부터 기판 소재인 'CCL(전자BG)', 그리고 후공정 '웨이퍼 테스트(두산테스나)'까지 이어지는 전·후 공정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자회사인 두산테스나가 일시적인 전방 산업 둔화로 지난해 영업손실 약 9억원이라는 실적 쇼크를 겪기도 했으나, 시장은 이를 성장을 위한 진통으로 보고 있다. 흥국증권 등은 두산테스나가 모바일 중심에서 AI와 오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내년도 영업이익 800억원 시대를 열 것으로 내다봤다.

AI 반도체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발맞춰 변신하는 그룹의 역동적 변화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일 년 전 30만원 대에 머물던 두산의 주가는 이달 중순 140만원을 넘어섰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5000원(0.37%) 하락한 133만원이다.

최근 DS투자증권은 ㈜두산의 목표주가를 200만원으로 제시하며 "모멘텀, 실적, 밸류에이션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지주사라는 이유로 받아왔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치 절하)를 해소하고, 고성장 반도체 기업으로서 리레이팅(재평가)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김민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