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왜곡해 ‘교육감 경쟁력’ 둔갑...후보는 “노 코멘트”

6.3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통계 수치를 왜곡해 특정 후보의 경쟁력으로 포장한 사례가 적발된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며 유권자들의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지난 10일 제주도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공표한 혐의로 A씨 등 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A씨가 SNS 등을 통해 게재한 홍보물은 '송문석 선거대책본부-열린캠프' 꼬리표를 달고, '교육감 후보 적합도 조사 세부 항목'을 소개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지난달 16일과 17일 실시된 제주지역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행정운영 능력, 도덕성과 책임성, 정당 및 지역기여도, 후보경쟁력 등 4개 항목에 대한 후보별 수치를 표기했다.
이 표에는 네 가지 항목에서 송문석 예비후보가 타 후보들과 대등하거나 우위에 있는 것처럼 묘사됐다.
행정운영 능력은 김광수 42.9, 송문석 41.3, 고의숙 41.2라 썼고, 도덕성과 책임성은 김광수 33.4, 송문석 32.9, 고의숙 28.9로 기록했다. 정당 및 지역기여도는 김광수 9.6, 고의숙 15.0, 송문석 10.9 순이었고, 후보 경쟁력은 송문석 11.7, 고의숙 11.7, 김광수 10.4로 명시했다.
특히 A씨는 이 표를 근거로 송 예비후보의 도덕성·책임성이 '오차범위 초접전'에 있다거나, 후보 경쟁력이 '공동 최고' 수준으로 실행력이 이미 검증됐다는 표현까지 끌어다 썼다.
하지만, 해당 항목들은 실제 교육감 후보의 역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문항이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표 원본을 들여다보면 이 홍보물은 '여론조사 교차분석'을 오역하는 과정에서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JIBS제주방송, 제민일보, 뉴스1제주본부, 미디어제주 등 제주지역 언론4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해당 여론조사는 교육감 후보 선호도를 비롯해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에 대한 질문이 포함됐다.

문제의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다음 기준들 가운데 어느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이었다. 즉, 유권자들이 도지사 후보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또는 성향을 묻는 질문이 포함돼 있다.
이 문항의 교차분석표를 살펴보면 문제의 홍보물과 똑같은 숫자가 등장한다. A씨가 인용한 수치는 도지사 경선에 대한 응답자의 선호 기준을 묻는 질문이었을 뿐, 교육감 후보 개인의 자질과는 무관한 통계였던 셈이다.
가령 행정운영 능력 항목에서 김광수 42.9, 송문석 41.3, 고의숙 41.2가 매겨진 것은 이 여론조사에서 김광수 교육감을 지지한다고 답한 39.0%의 응답자 중 42.9%가 민주당 도지사 후보를 선출하는데 있어 행정운영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송 예비후보에게 같은 기준을 대입할 시 송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9.5% 중 41.3%가 민주당 도지사 후보의 행정운영 능력을 중시한다는 뜻으로 해석돼야 한다.
후보경쟁력 항목 역시 당사자의 후보 경쟁력이 아닌 '민주당 도지사 후보 경선' 참여자에 대한 후보 경쟁력을 물은 것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캠프 측은 "도덕성·책임성 오차범위 초접전", "후보경쟁력 공동 최고 수준" 등의 문구를 넣어 마치 후보 개인의 역량 평가 결과인 것처럼 홍보물을 꾸몄다.
명백한 정황과 선관위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송 예비후보는 즉답을 회피했다.
송 예비후보는 지난 13일 열린 정책 발표 기자회견 자리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오늘은 정책 관련 질문만 받겠다"고 답했다. 나흘 뒤인 16일 유선 상의 질문에도 "그 내용은 일단 노코멘트 하겠다"고 일축했다.
송 예비후보는 캠프 내부에서 발생한 일인데 입장이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선 입장이 없다. 그건 선관위에서 (고발)한 일이니 선관위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잘못이 아니라 생각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잘못에 관한 것은 법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해당 논란은 공직선거법 제96조(허위논평·보도 등 금지)에 저촉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 법에는 '누구든지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하거나 보도하면 최대 징역 5년, 300만~2000만원 사이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조항이 쓰였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왜곡된 결과를 공표하는 행위가 발생함에 따라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위법행위를 집중 단속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JIBS제주방송, 제민일보, 뉴스1제주본부, 미디어제주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16~17일 실시한 것으로, 도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100%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을 적용했다.
무선전화 가상번호로 성·연령대·권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른 비례할당추출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7.0%,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여론조사와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