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에도 환율이 오르네···“민간 해외 자산 증가”

수출 증가 등으로 벌어들인 외화가 늘면 자국 통화 가치가 상승한다는 전통적인 환율 공식이 한국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민간의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이 구조적으로 민감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2015년 전후까지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지면 실질환율이 하락(원화 절상)했으나 이후로는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해도 실질환율이 상승(원화 절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경상수지 흑자는 자국 재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여겨지는데, 한국은 최근 10년간 경상수지 흑자와 실질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민간의 해외 자산 확대에서 찾았다. 한국은 2014년 외국에 가진 자산이 빚보다 많은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한 이후 대외 자산의 중심이 준비 자산에서 민간 자산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 부분이 중앙은행의 준비 자산 증가로 이어졌으나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주식이나 채권 같은 직접 투자를 통한 자본 유출이 크게 확대돼 외환시장에 충격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기준 전체 대외 자산 중 준비 자산은 14.9%, 증권투자는 44.1%였다.
보고서는 “한국은 2024년 기준 전체 대외 증권투자 중 63.4%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 평균(25.3%)보다 매우 높다”며 “특히 대외 자산의 미국 자산 집중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확대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내 외환시장이 자본 유출에 따른 금융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도 원화 절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금융 충격에 따른 한국의 환율 반응 계수는 0.65로 일본(0.38), 미국(0.07), 영국(0.56), 스위스(0.11), 호주(0.36) 등보다 훨씬 높았다. 달러 자산 수요 증가와 국내 투자 부진에 따른 저축 수요 확대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지현 한은 과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및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통한 자본유입 기반 확충과 투자자 다변화로 외환시장 심도를 강화하면 단기적 수급 불균형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완충하고 외환시장의 민감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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