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계엄 당일, 국회 헬기 보고 ‘윤석열 미쳤구나’ 생각했다”

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의 내란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과 헬기를 보고 “이 계엄은 잘못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쳤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는 1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추 의원의 2차 공판을 열고 김 의원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의원은 계엄 당일 추 의원과 함께 원내대표실에 있다가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표결에 참여했다. 당시 원내대표실에는 김 의원 외에도 추 의원과 송언석·신동욱 의원 등 9명이 머물렀는데, 이들 중 본회의장으로 가서 계엄해제요구안 표결에 참석한 건 김 의원뿐이었다.
김 의원은 2024년 12월3일 경기 포천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하던 중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하고 국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 도착해 경찰들을 봤을 때만 해도 ‘질서유지 차원에서 병력을 보냈다’고 짐작했는데, 국회 상공에 진입한 헬기를 보고 “계엄이 잘못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쳤다고 생각했다”며 “국회에 군대를 오게 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반헌법적이라고 생각했고,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가 의원들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며 “계엄군이 헬기에서 내리면 국회 이동 통로가 봉쇄될 수 있겠다 생각해 빠르게 이동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당사에 모여있던 다른 의원들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쏟아내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었다고 증언했다. 김 의원은 ‘계엄군이 국회 본관에 들어왔을 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떤 판단을 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대통령이 미쳤거나 잘못된 판단을 한 거다” “계엄을 빠르게 해제해야 한다”는 대화가 오갔다고 답했다. 이어 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본회의장 내에서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았던 우재준 의원과 “대통령이 미쳐서 본회의장에 박격포를 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진술했다.
김 의원은 추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을 막으려 한 적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의원은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소집한 장소가 달라 의원들이 어수선해진 상황은 맞다”면서도 “그런 상황이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못 들어가도록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의원들은 모두 헌법기관이고 바보가 아니고, 위급하고 엄중한 상황에서 각자 판단하는 건데 그게 (본회의장에 표결을 하러) 못 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재판이 시작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계엄은 최악이고 무모했던 선택이었다”며 “그날의 일들을 소상히 말씀드려 국민들께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던 신동욱 의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추 의원은 계엄이 선포된 이후 국민의힘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3차례 바꿔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는데,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은 불참했다. 내란 특검팀은 추 의원이 표결 직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고 일부러 표결을 방해했다고 본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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