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동 부모 3명 중 1명 정신건강 위험…“가족 단위 지원책 필요”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 3명 중 1명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일반 성인의 정신질환 유병률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여서, 자폐 아동과 부모까지 포함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 송다예 연구원 연구팀은 자폐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의 정신건강 실태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자폐 및 발달장애 저널(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에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진은 자폐 아동 232명과 그들의 부모 46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와 심리학적 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부모의 정신건강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주로 반복적이고 제한된 행동에만 흥미를 보이거나 의사소통·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복합적 신경발달 장애다. 최근 이 장애는 개인의 질환을 넘어 가족 공동체 안에서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진은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스트레스 원인이 단순히 양육 부담 때문만이 아니라 부모가 본래 가지고 있는 신경 발달적 특성에도 영향을 받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연구 참여 부모 중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수면 문제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비율은 29.1%에 달했다. 이는 일반 성인의 정신건강 유병률인 8.5%(2021년 국민건강조사실태)보다 3배 이상 높다.
자폐 아동의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는 주요 원인 중 아동의 증상과 행동 문제보다는 부모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향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아동의 자폐적 행동은 부모의 정신건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지만, 부모의 ‘광의의 자폐 성향’이란 변수를 추가하자 이 요인이 가장 높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광의의 자폐 성향에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흥미는 낮은 반면 개인활동을 선호하는 성향, 변화보다는 일정한 규칙을 선호하는 경향, 대화의 맥락 파악이나 사회적으로 적절한 언어 사용에 있어 어려워하는 등의 특징이 포함된다.
특히 이 연구에선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언어를 상황에 맞게 사용하기 어려운 의사소통 문제가 정신건강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특성을 가진 부모는 자폐 아동과의 상호작용에서 비언어적 신호를 이해하거나 대화의 맥락을 다양하게 살피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폐 아동 부모의 정신건강 유병률은 남성(22.8%)보다 여성(35.3%)에게 더 높게 나타났다. 아동의 어머니는 불안과 우울, PTSD 등의 유병률이 비교적 높고, 아버지는 중독 유병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스트레스 원인도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 아버지는 아동의 공격성·충동성 등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주로 스트레스를 받은 반면, 어머니는 아동의 우울, 정서 조절의 어려움 등 심리적 문제로 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연구진은 부모에게 광의의 자폐 성향이 있으면 양육 부담에 더해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므로 현재 자폐 아동에게만 집중된 지원 프로그램을 부모에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희정 교수는 “그동안 자폐스펙트럼 장애 관련 정책과 지원 계획에서 부모 자신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은 너무 간과됐다”며 “부모의 심리적 안정은 아동의 정서·행동 발달에 중요한 만큼 자폐스펙트럼 장애 지원 계획은 반드시 가족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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