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최대 90%? ‘맨발 걷기’ 열풍 속 숨은 불청객[안경진의 약이야기]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6. 4. 17. 14: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맨발 걷기’ 전국적 열풍에 파상풍 예방접종 문의 늘어
영유아 시기 기초접종 이후 10년마다 추가 접종 권고
파상풍, 영유아나 고령층엔 치명적…치사율 90% 이상
클립아트코리아

‘반짝 유행’에 그칠 줄 알았던 맨발 걷기, 이른바 어싱(Earthing·접지) 열풍이 거셉니다. 맨발 걷기는 말 그대로 숲길이나 산책로를 맨발로 걸으며 땅의 에너지로 체험하는 건데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근육량 증가, 면역력 향상, 통증 감소 등을 유도할 뿐 아니라 고혈압·당뇨 같은 각종 성인병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인근 야산에는 신발을 신은 사람보다 벗은 이들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죠. 지자체들도 앞다퉈 황톳길을 조성하며

마니아층 확산에 힘을 싣는 모양샙니다.

그러나 맨발 걷기의 효능을 둘러싼 의학계의 갑론을박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신발을 착용했을 때 잘 쓰이지 않는 발가락 사이, 발등, 발날 근육이 활성화되면서 균형 감각이 향상되고 자세 개선에 도움을 줄 순 있어도, 무조건적인 맹신은 금물이란 거죠. 발바닥에 닿는 시원한 흙의 감촉 이면에는 불청객도 숨어 있습니다. 바로 파상풍균입니다. 파상풍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는 흙이나 먼지, 동물의 분변 등에 널리 분포하거든요. 평소에는 포자 상태로 휴면하다가, 상처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면 활동을 시작합니다. 아무리 부드러운 흙길이라도 맨발로 걷다 보면 나뭇가지나 돌멩이, 흙 속에 묻혀있던 녹슨 못 등에 미세한 상처가 나기 쉽죠. 이 틈이 파상풍균의 침입로가 될 수 있는 겁니다. 파상풍은 파상풍균 독소가 신경계를 침범해 근육 경직과 경력을 일으키는 3급 법정 감염병입니다. 근육 수축 증상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부정맥, 혈압 상승, 흡인성 폐렴과 같은 중증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연령과 건강 상태, 치료 시기 등에 따라 치사율도 크게 갈립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15% 정도의 사망률을 보이고 신생아나 고령자, 면역력이 떨어진 고위험군의 경우 사망률이 90%가 넘는 것으로 보고되죠.

파상풍 예방접종 일정 및 방법. 사진 제공=질병관리청

다행히 파상풍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입니다. 실제 맨발걷기 열풍이 노년층을 넘어 중장년층으로 확산되면서 일선 병원과 보건소에는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아야 할지 문의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해요. 평소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배우 윤세아는 몇 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맨발 걷기를 하려고 파상풍 주사까지 맞았다”고 밝혀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 필수 예방접종 사업(NIP) 등을 통해 영유아 시기의 예방접종 관리가 잘 이뤄지는 편입니다. 파상풍 예방을 위해선 생후 2, 4, 6개월에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을 통해 총 3회 기초 접종을 하고, 생후 15~18개월 및 만 4~6세에 2회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 원칙이죠. 이후 면역 유지를 위해 만 11~12세에 6차 접종을 권장하는데, 이때부터는 백일해 성분이 빠진 Td(파상풍·디프테리아) 또는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을 사용합니다. 성인용 Tdap은 영유아용 백신보다 디프테리아와 백일해 항원량을 줄여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죠. 우리나라는 10년마다 추가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파상풍 백신은 한 번 접종으로 평생 면역을 제공하지 않거든요. 그러나 대다수 성인이 마지막 접종 시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다 질환 자체가 드물다는 인식 때문에 추가 접종을 놓치기 쉽습니다. 중장년 이후 파상풍 예방접종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배경이죠. 파상풍 예방주사를 언제 맞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Tdap 또는 Td 백신은 사노피파스퇴르, GSK가 공급하는 외산부터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등 국산 제품까지 다양합니다. 이들 백신은 영유아에 흔한 백일해 예방 효과도 있습니다. 영유아를 자주 접하거나 가족 중 임신부가 있다면 더더욱 예방접종을 고려해보는 게 좋겠죠? 접종 이력은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도우미’ 홈페이지나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모바일 앱 ‘나의 건강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