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워치]"27억이 658억으로"...성호전자의 기막힌 메자닌 활용법

박수현 2026. 4. 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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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션으로 되사온 BW, 에이디에스테크 인수 잔금 납입에 투입
주가급등으로 BW 가치↑…인수비용 낮추고 매도자 엑시트 길 터줘

코스닥 상장사 성호전자에이디에스테크(ADS테크) 인수가 마무리됐다. 인수대금의 상당 부분을 현금이 아닌 메자닌 대용납입으로 처리한 점이 특징이다. 성호전자는 과거 콜옵션으로 재취득해 보유 중이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해 잔금을 치렀다.

M&A 과정에서 급등한 주가가 인수대금을 해결해줬다. 취득 원가 27억원의 BW가 주가급등으로 658억원의 공정가치를 인정받으며 잔금 전액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에이디에스테크 인수 기대감이 성호전자 주가를 끌어올렸고, 주가 급등으로 높아진 BW 가치가 다시 인수 비용을 줄이는 데 쓰인 것이다.SPC 앞세워 2800억 조달…매도자도 자금 댔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필름콘덴서 제조 기업 성호전자는 광통신 장비 기업 에이디에스테크 인수를 완료했다. 이번 거래는 특수목적법인(SPC) 어매이징홀딩스를 통해 이뤄졌다. 성호전자는 에이디에스테크의 최대주주가 된 어매이징홀딩스의 지분 100%를 확보하면서 지배구조를 수직 계열화하는데 성공했다.

거래 규모는 총 280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성호전자의 현금성자산 296억원 대비 10배에 달한다. 보유 현금만으로는 인수대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조달이 불가피했다. 이를 인수금융만으로 메울 경우 인수 이후 과도한 이자비용이 실적과 재무를 짓누를 가능성이 컸다.

이에 성호전자는 SPC를 전면에 내세워 자금조달 구조를 설계했다. 매도자가 인수자 측 SPC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을 통해 자금 공백을 메웠다. 실제로 전체 인수대금 중 840억원은 매도자 측 자금으로 충당했다.

통상 매도자는 매각 대금을 받고 떠나지만, 이번 거래에서는 매도자가 다시 자금을 대는 방식이었다.▷관련기사: [에이디에스테크 M&A]①매도자, 주식도 팔고 자금도 댄다...색다른 해법(2025년12월22일).

구체적으로 성호전자는 지난 1월 전환사채(CB) 500억원BW 300억원을 발행했고, 이 중 200억원은 매도자들이 부담했다. 이후 성호전자는 해당 자금 중 700억원을 출자해 어매이징홀딩스를 설립했다. 곧바로 매도자 측은 어매이징홀딩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300억원상환우선주(RPS) 340억원을 인수했다.

이렇게 어매이징홀딩스는 성호전자의 출자금 700억원과 매도자 측 투자금 640억원 등 총 1340억원을 확보했다. 추가로 약 1460억원의 인수금융을 더해 총 2800억원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에이디에스테크 지분 87.5%(자사주 제외 100%)를 취득했다.

2월 13일 에이디에스테크의 최대주주가 어매이징홀딩스로 변경됐다./사진=에이디에스테크 감사보고서

SPC 우선주→성호전자 BW 로 교환

문제는 이로 인해 매도자 자금 640억원이 우선주 형태로 SPC에 묶이게 됐다는 점이었다. 어매이징홀딩스는 별도 사업이나 자체 현금흐름이 없는 껍데기 회사에 가까워서 이 회사가 발행한 RCPS와 RPS만으로는 투자금 회수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사실상 성호전자가 후속 거래나 자금 보강 등을 통해 엑시트를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성호전자는 이 단계에서 다시 메자닌을 활용했다. 과거 콜옵션으로 재취득한 14회차 BW를 매도자 측이 보유한 RCPS·RPS와 교환하는 방식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회수 경로가 불투명한 SPC 우선주를 성호전자라는 상장사의 메자닌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해당 BW는 2024년 10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한 물량이다. 발행 당시 콜옵션 한도를 100%로 설정해 전량 회수가 가능했다. 성호전자는 에이디에스테크 주식양수도계약(SPA) 체결 직전 콜옵션을 행사해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BW를 되사왔다. 미리 되사온 BW를 잔금 지급 수단으로 다시 꺼내든 셈이다.

성호전자가 지난해 10월 14회차 BW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교환 과정에서 사용된 BW는 전체 110억원 중 27억원 규모에 불과했지만, 맞교환된 RCPS·RPS의 가치는 658억원으로 평가됐다. 원가 기준 25배에 달하는 가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일반적인 시장 논리로는 납득이 어려운 거래다.

주가가 띄운 BW 가치…잔금 부담 낮췄다

공교롭게도 성호전자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 같은 거래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2000원대에서 거래되던 회사의 주가는 인수 추진 이후 한 달 만에 4배 이상 상승해 연말 9240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고, 최근에는 5만원대에 안착했다. 1400억원대였던 회사의 시가총액 또한 3조7000억원까지 늘어나 코스닥 2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0원대였던 성호전자의 주가가 5만원대까지 치솟았다./사진=네이버증권

이같은 주가 상승은 역설적이게도 에이디에스테크 M&A의 영향이다. 에이디에스테크가 엔비디아 자회사 멜라녹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는 점, AI 인프라와 연결되는 사업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관련 기대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됐다.

지난해 매출 527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을 기록한 실적도 이런 기대를 키우는 재료로 작용했다. 성호전자가 기존 필름콘덴서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광통신·반도체 장비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단기간 주가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14회차 BW의 행사가액은 1696원이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봤을 때 행사 시 약 30배 수준의 차익이 가능하다. 결국 에이디에스테크 인수 이슈가 성호전자 주가를 끌어올렸고, 그 주가 상승이 다시 BW 가치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인수대금 부담을 낮추는 재원이 된 모양새다. M&A 기대감이 역설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데 쓰인 셈이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상당한 자본 이득을 거둘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당초 640억원을 SPC에 재투자하며 회수 지연 리스크를 부담했지만, BW를 통해 이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권면총액 27억원 기준으로 확보 가능한 신주는 약 160만주 수준이다.

이를 17일 종가(4만9850원)에 적용하면 평가액은 약 800억원에 달한다. 신주인수권 행사 비용을 차감해도 순자산 가치는 773억원이다. 결과적으로 매도자들은 투자원금(640억원) 대비 약 133억원의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수현 (clapno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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