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일으키고 원유·LNG 수출 대박 난 미국
미국 향하는 대형 원유 운반선 지난해의 2.6배
호르무즈 봉쇄 뒤 미국 LNG 수출도 크게 늘어
트럼프 “석유 탱커들 미국으로 몰려온다” 자랑
LNG 2027년까지 작년보다 20% 증가 예상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이 파괴된 뒤 미국의 원유·LNG 수출이 급증하고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17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대폭 차단되면서 미국산 원유 쟁탈전이 시작됐다면서,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남부 멕시코만 산유지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들이 평소의 2배가 넘는 70척에 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으로 가는 VLCC 지난해의 2.6배

호르무즈 봉쇄 뒤 미국산 LNG 수출도 급증
닛케이는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직후인 3월 6일, 세계 LNG 공급의 20%를 차지하는 카타르의 LNG 생산수출 기지 파괴로 카타르가 LNG 공급의무를 면제받는 '불가항력 선언'을 한 뒤 미국산 LNG 수출도 크게 늘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당시 닛케이는 평소 '에너지 지배(패권)'를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일으킨 중동정세(변동)에 따른 LNG 공급망 혼란에 편승해 미국기업들이 우위를 차지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란 침공뒤 아시아의 미국산 원유수요 82% 증가
VLCC는 원래 중동산 원유를 주로 아시아 나라들에 운반하기 위해 개발된 배로, 적재량이 20만~30만 톤에 이르는데, 지금 약 1000척에 이르는 세계 VLCC의 약 10%가 미국산 원유를 싣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케플러의 애널리스트 맷 스미스는 "미국으로 가고 있는 VLCC 행렬 규모는 사상최대"라며 "이는 그만큼 원유 수급 사정이 절박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원유의 90%는 아시아 나라들로 가는 것인데, 해협의 봉쇄로 중동산 원유의 아시아 고객들의 원유구입 주문이 미국으로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케플러는 3월에 미국산 원유의 아시아 수요는 82% 늘어난 250만 배럴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선박정보 사이트 '마린 트래픽'을 통해 세계의 VLCC 동향을 조사해 본 결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싱가포르 앞바다의 말래카 해협,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미국 멕시코만까지 짐칸을 비운 30만 톤급 VLCC를 비롯한 초대형 유조선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멕시코만에서 원유를 싣고 동아시아로 오는 또 다른 루트인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태평양으로 빠져나오는 상대적 단거리 루트에도 4월 들어 하루 평균 8.7척의 유조선들이 몰리고 있는데, 이는 3월보다 70% 이상 늘어난 것이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유조선들은 5만~8만 톤의 '파나맥스 Panamax'급(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박 규격)인데, 이들 유조선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VLCC의 60일이나 걸리는 장거리 운송기간 중의 원유 부족분을 메워주는 셔틀운항을 한다.
트럼프 "석유 탱커들 미국으로 몰려온다" 자랑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량의 석유 탱커들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며, 미국이 호르무즈 봉쇄로 차단당한 중동산 원유 대체 공급지가 되고 있다고 자랑했는데, 이는 케플러나 마린 트래픽을 통해 알려진 추산치들을 뒷받침한다.
백악관도 14일 167척의 원유 운반선들이 미국으로 가고 있다고 신고했다면서, 그 중에서 103척은 미국산 원유를 싣기 위해 짐칸을 비운 채 오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 배들 중에서 54척이 VLCC다.

미국산 LNG 2027년까지 작년비 20% 증가 예상
미국산 LNG 수출량도 늘고 있다. 미국산 LNG 수출량은 2027년까지 2025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착공 중인 5곳의 LNG 수출기지가 가동 대기 중인데, 올해는 미국의 이란 침공 덕에 수출기지 가동률이 2025년에 비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원유 일부를 수입해 온 미국은 호르무즈 봉쇄 이후 자국산 원유 수출량이 수입량을 초과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원유 순수출국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 생산 세계 1위인 미국은 수출 증대라는 '뜻밖의 횡재'까지 얻게 됐으나 국내 휘발유값과 운송 요금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 불만 때문에 수출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고, 일손 부족과 강관 등 설비자재 조달 문제 등으로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도 어렵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형 석유업체 콘티넨탈 리소시즈의 창업자 해럴드 햄의 증산계획 발언을 보도했으나, '셰일혁명'으로 인한 거품 때문에 손실을 본 기억을 지니고 있는 대형 석유업체들이 증산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일으키고 더 큰 이익 챙기는 트럼프
한편 LNG도 호르무즈 봉쇄로 유럽의 수입업자들과 아시아의 매수자들 사이에 경쟁이 격화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닛케이에 따르면, 동아시아 LNG 지표인 '재팬/코리아 메이커'(JKM)는 미국의 이란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27일 100만BTU(British Thermal Unit, 영국 열량 단위)당 11달러였으나 이란 침공 사흘 뒤인 3월 3일에는 21달러로 크게 올랐다. 주로 카타르의 LNG 수출기지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가동할 수 없게 된 탓이다.
미국산 LNG는 유럽에서 대부분을 수입했으나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산 LNG를 수입하기 어려워진 아시아 지역의 미국산으로의 대체수요가 커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고, 이 때문에 유럽으로 가던 미국산 LNG 운반선의 상당부분이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아시아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미국 LNG 수출 대기업 벤처 글로벌의 주가는 미국의 이란 침공 닷새 뒤인 지난 5일 공격 직전보다 25%나 오른 1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LNG 수출국이 됐으며, 2023년부터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유럽 등에 러시아산 LNG 수입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한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요구해 왔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LNG 수입량 중에서 카타르산은 약 4%였고, 대만은 수입량의 약 3분의 1, 한국은 약 20%가 카타르산이었다. 카타르가 '불가항력'을 선언한 데다 호르무즈까지 봉쇄된 이상 이들 나라는 미국산 등으로 LNG 수입을 대체할 수밖에 없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수출을 통해 동맹국들에 영향력을 키우는 '에너지 지배'를 공언해 왔다며, "자신이 일으킨 중동정세(변동)로 인한 LNG 공급망 혼란에 편승해 미국기업들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