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바꾼 에너지 지도…청정전력 시대 더 빨라진다

신석주 기자 2026. 4.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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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배터리·빅테크, 청정에너지 3대 축 부상
가스·석유 가격 급등에 저탄소 투자 활성화 가속

[수소신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과 화석연료 가격 급등이 오히려 글로벌 청정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NEF(BNEF)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와 석유가격 상승 및 공급망 불안이 세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저탄소 에너지 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포함한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기업 주도의 재생에너지 수요 확대가 향후 시장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지난해 청정전력 구매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과 화석연료 가격 급등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태양광+저장 시스템, 중동 에너지 전략의 핵심으로

BloombergNEF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태양광 발전과 ESS를 결합한 '태양광+저장(Solar-plus-storage)' 시스템이 가스 발전을 위협할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하며 주목받고 있다.

BNEF 분석 결과, 이 시스템은 연간 가동 시간의 최대 65% 동안 복합가스터빈 발전보다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단가는 메가와트시(MWh)당 45달러 이하 수준이다. 또한 해당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경우, 전체 전력 수요의 대부분을 MWh당 약 70달러 수준에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사우디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 빅테크 기업, 청정전력 시장 성장 견인

글로벌 기업들의 청정에너지 구매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은 총 56GW 규모의 청정전력 구매 계약 중 약 절반을 체결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전체 계약의 76%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이러한 기업 수요는 지열, 원자력, 태양광+저장 등 이른바 '무탄소 상시 전원(Firm Clean Power)' 확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이집트 알루미늄, 리오틴토 등 제조·소재 기업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반면 독일과 스페인 등 성숙 시장에서는 전력 가격의 변동성과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거래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 대규모 배터리 확산, 전력시장 판도 바꾼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대규모 배터리 설비 확충이 전력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2025년 신규 가동된 유틸리티 규모의 배터리는 3.1GW(7.7GWh)로, 전년 대비 5배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들 배터리는 과거 가스 발전이 담당하던 피크 시간대 수요를 대체하며 전력 가격을 낮추고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4분기 기준 호주 전력시장(NEM)에서 저녁 시간대 전력 수요의 4.4%를 배터리가 공급했다. 이는 2021년 0.2%에 불과했던 비중이 불과 수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