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표류하는 대구 신공항, 지역 민심 폭발 직전!
2030년. 대구 K-2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예정 개항일입니다. 하지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은 사업비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연 중입니다. 올해는 국비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공항 예정지 주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 "공항 사업 시작될까 봐"… 말라 죽어가는 사과나무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대구시 군위군 한 과수원.
밑동만 남았거나 말라 죽어가는 사과나무들이 즐비합니다. 공항 사업 터로 확정되기 전까지 이 과수원에는 사과나무 3천 그루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매년 생산하던 사과는 5천 상자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체 사과나무 중 30%는 고사했고, 지난해 수확량은 딱 반토막이 났습니다.
사과나무는 수령이 15년이 넘으면 수확량이 줄어들어, 뽑아내고 새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수종 갱신 시기를 놓쳤습니다. 2020년 통합 신공항 사업 예정지로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이 확정돼, 나무를 갈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당초 사업 계획대로라면 토지 보상과 이주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김기수 /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 내의2리 이장
"수종 갱신을 하게 되면 한 그루, 한 그루 심어서 될 일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해야 하거든요. 돈이 엄청나게 들어요. 1년 동안 땅을 뒤집어 놓고 묵히는 기간도 필요하고요. 그러고 나서 나무를 새로 심게 되면 최소한 4~5년은 기다려야지 수확할 수 있는데, 나무를 새로 심어 놓고 4~5년 뒤에 공항이 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수확 하나 못하고 돈만 들어가고 끝나버리잖아요.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 고갈된 식수…공항 곧 짓는다고 상수도·도로 공사도 못해
더 큰 문제는 식수입니다. 지난해 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쓰던 지하수가 고갈됐습니다. 공항 사업이 언제 추진될지도 모르는 상황. 대구시 군위군은 새 상수도 사업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임시 방편으로 제시된 건 농업용수. 마을 언덕에 농업용 물탱크를 놓고, 급하게 수질 검사를 거쳐 농업용 지하수 관정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0 톤짜리 물탱크는 반도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서 언제 가뭄이 들어 고갈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마실 물도 모자랄 상황이라 농사는 오롯이 "하늘만 바라보고 지어야" 하는 상황. 임시 물탱크 옆에 간이 소독 장치를 붙여 두고 쓰고 있어, 식수 안전도 걱정입니다.

■ 수입 반토박인데 농업직불금 수백만 원 환수…"생계 위협"
사과 수확량이 줄어 수입은 반토막이 났는데,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업 직불금 수백만 원을 환수당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농업 직불금은 농가 소득을 안정화하기 위해 농사 짓는 사람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입니다.
2018년 신재생 에너지 열풍이 불면서,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해 개발 행위를 허가받은 뒤 농지 전용을 신청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당시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농민은 농지 전용비 50% 감면과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 설비를 짓기도 전인 2020년 8월 통합 신공항 예정지로 확정되면서, 주민들은 태양광을 포기하고 사과 농사를 계속 이어왔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주민들은 급작스러운 농업 직불금 환수 통보를 받았습니다. 농지 전용을 신청했던 농지는 농업 직불금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농사를 지었던 주민들은 억울했지만, 5년 치 농업 직불금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용우/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
"공항이 진행되는 줄 알고 태양광을 포기하고 계속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공항은 진행되지를 않고, 농사를 짓다 보니 수년이 지났어요. 그런데 공익직불금을 부당하게 받았다고 환수를 당했습니다. 저희는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농사를 했는데, 억울합니다. 이런 피해를 구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신공항 예정지인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은 2020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개발행위허가도 제한돼 있습니다.
신공항 사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는 물론 생계와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증개축을 못 해 방치된 집, 농사 계획을 세우지 못해 버려둔 논밭도 문제지만, 먹는 물 문제와 직결된 상수도, 무너져 내린 마을 진입로 등 기본적인 인프라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 "당을 떠나서 신공항 해결해 줄 후보 뽑겠다"
결국 신공항 사업 지연의 여파는 지역 민심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사업비 확보가 가장 큰 난관인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신공항 사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신공항 관련 특별법 개정과 사업비 확보 문제, 대구시장 공석 여파 등 사업 지연 책임을 둘러싸고, 지역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홍창모 / 군위군 소보면
"하도 시간이 오래 지체되다 보니까 주민들은 빨리 보상되기를 바라요. 이제 지쳤어요. 여기 있는 분들은 정치권을 다 불신합니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사업을) 끌고 오면서 사실 이루어진 게 한 개도 없잖아요. 사업비 측정이 안 돼있으니까. 그래서 누구든지 공항(사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찍으려 그래요, 당을 떠나서. 그게 지배적이라는 거죠."
공항 예정지는 주민 연령대도 높고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입니다. 신공항 사업 표류로, 이른바 '콘크리트'로 불리던 보수 지역 민심까지 요동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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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현 기자 (shinjou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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