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리커머스Re-commerce’ 소비의 확대 충분히 경험하고 다시 되파는 시대

이 물건 때문에 종종 리셀 시장을 둘러본다. 200만 원 초반의 카메라가 낮게는 240만 원에서 높게는 300만 원까지 팔리고 있다. 물론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 기준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리셀, 파는 건 해봤지만, 웃돈을 얹어 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가지고 싶어서 웃돈을 지불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긴 한다. 그냥 내 기준이 그렇다는 뜻이다.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앞서 말한 리코의 인기 모델 중 하나인 GR3X 모델이 몇 대 입고되었고, 정가 판매를 한다고 했다. 이미 수차례 고민했던 모델이기에 전화를 한 통 걸고, 바로 구매하러 갔다. 현재 GR4 모델이 출시되어 살짝 빛을 바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30만 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리셀되는 제품이다. 성능 면에서 더 우위에 있어 보이는 카메라를 결재하고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생각을 해본다. 아내는 분명히 이 카메라를 왜 샀냐고 물어볼 것이다. 거기에 대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조금 사용하다가 중고로 팔아도 그리 손해 보지 않는 제품’이라는 게 그 답이다. 그러니까 투자 후 경험하고 다시 처분해도 감가상각 면에서 큰 낙폭을 겪지 않을 게 분명한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리커머스 시장의 주역들은 누구였을까? 의심의 여지 없이 밀레니얼과 젠지(Gen-Z)들이었다. 사실 리셀 시장이나, 중고 거래는 과거부터 활발했던 소비의 형태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커머스가 다시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이유는 MZ 특유의 방식을 벗어나, 전 세대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정가로, 공식 스토어 또는 온라인 숍에서 구매하는 전반적 행위를 일종의 ‘커머스(commerce)’라 칭한다. 과거의 물물 교환부터 현재의 소비행위에 이르기까지를 전부 커머스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러한 커머스를 바탕으로 ‘리커머스(Re-commerce)’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커머스에는 새 제품을 되파는 ‘리셀’과 사용하던 것을 되파는 ‘중고 거래’ 모두가 포함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리셀 플랫폼 크림이나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이 그 대표적 사례다. 네 번째는 리커머스 시장이 가치 소비와 지속가능성 사이에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니커즈와 같은 특정 아이템에서 시작되었던 리셀 및 중고 거래가 럭셔리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범주로 확산되었다는 것에서 이유를 도출할 수 있다.
이제 리커머스는 단순 리셀, 중고 거래를 뛰어넘어 전문화되었고 정교해졌다. 과거에는 ‘나이키 마니아’라는 카페가 나이키를 포함한 한정판 스니커즈의 리커머스를 위한 주요 창구였다. 물론 여기에 또 다른 카페 중고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운동화 리셀 하면 플랫폼 크림을 떠올리게 되었다. 여기에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의 중고 거래 디지털 플랫폼이 고속 성장을 하게 되면서 리커머스 트렌드는 더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나도 한정판 스니커즈 추첨에서 운이 좋아 당첨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내 마음에 드는 제품은 실제 착용하기도 했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들을 리셀 플랫폼을 통해 팔아본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건 “이게 잘하면 좋은 수익 사업이 될 수도 있겠는데?”였다. 시쳇말로 본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되팔아 이윤을 남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리커머스 시장의 확대는 나와 같은 느낌을 가진 다수의 소비자가 존재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슈프림과 나이키, 아디다스 운동화가 그 출발점이었고, 럭셔리 브랜드로 넘어가 샤넬과 롤렉스가 불을 질렀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이키 조던 한정판을 하나 살 기회가 생겼다. 덥석 사버리는 시대는 지났다. 일단 리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시세를 알아보고, 이걸 지금 사도 추후에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 더 쉽게 지갑을 연다. 그러니까 현대의 소비자는 지금 당장의 가격도 중요시하지만, 리커머스를 고려하여 그 제품의 잔존가치까지도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다.
지금 내 책상 서랍과 신발장에는 과거에 사둔 카메라, IT 기계, 어렵게 구했지만 잘 신지 않는 운동화 등등으로 가득하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나는 어떤 물건을 사고, 쟁여두었다. 쉽게 말해 물건의 구입을 일종의 ‘소유 개념’에 더 방점을 두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현대에 있어 이 소유는 (내 기준으로 보자면) 그냥 철 지난 폐기물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어떤 제품이 출시되고 판매되는 회전율이 점차 짧아지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다시 카메라를 예를 들어보자. 필름을 사용하는 기계식 아날로그 카메라가 어느 순간 디지털카메라에 빌려 방구석에 처박힌 유물이 되었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조차도 다시금 필름 카메라 시절의 아날로그 이미지를 재현하려 애쓰면서 구시대의 유물은 지금 다시 고가에 거래가 되는 희귀한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는 약 20년 전에 비싼 가격으로 들였던 콘탁스 G2라는 필름 카메라를 지금껏 소유하고 있다. 요즘 시세가 어떤지 봤더니 당시 내가 구매했던 가격의 2배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예전 제품들은 꽤 비싸게 팔리지만 디지털 및 IT 제품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새 제품이 나오면 지난 버전의 가격은 대부분 폭락하기 일쑤다. 그래서 리커머스 트렌드는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명품 패션 및 운동화의 유행도 마찬가지다. 이 탓에 소비자들은 단기 사용 후 자본을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소비한다.

특히 MZ세대는 그 누구보다도 모바일 기반 거래 환경에 익숙할 수밖에 없다. 익숙함 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신뢰도’가 됐다. 이 플랫폼을 통해서라면 안전하게 내가 욕망하는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는 그런 믿음 말이다. 이제 리커머스를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플랫폼들은 여기에 많이 집중한다. 아니 그렇게 보인다. 안전결제 시스템이 잘 구축되었는지, 내가 사려는 제품의 정품, 가품 검수를 믿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요소들이 준비되어야만 소비자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플랫폼에 부여된 신뢰가 높을수록 소비자의 구매 전환율 역시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소비자들은 이미 준비된 상태다. 어떤 준비냐고? 가지고 싶은 걸 꼭 사고, 더 좋은 가격에 되팔 준비다. 남이 쓰던 거라도 전혀 관계없다는 마음가짐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 소비자가 완전히 준비되어 있기에 리커머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더 성장할 것임이 틀림없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4호(26.04.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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