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에 주눅 들지 말자…우리말 자신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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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편집자가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을 클릭해 알아본 정답은 '마구간'.
그래서, '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를 읽을 때 이 대목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국립국어원은 현재 1991년 개설된 '가나다전화'를 비롯해 웹상에서 상담하는 '온라인 가나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말 365' 등의 국어상담 창구를 운영중이며 1년이면 상담건수가 20만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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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를 읽을 때 이 대목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이 여섯 개의 한자어를 제외하고는 한자어에는 사이 시옷을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서 종종 ‘감기 빨리 낳으세요’, ‘어의가 없다’ 같은 표현을 볼 때면 웃어넘기곤 하지만 한글 맞춤법이 어려운 것만은 분명하다. 띄어 쓰기는 너무 높은 산이다. 표기법은 우리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맺는 약속인데 때론 이 표기법이 사람 관계를 위축시키기도 한다.
국립국어원 상담실 이현영 연구원이 쓴 책은 맞춤법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언어 규범에 주눅들지 않으며 말하고 써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한 국어 안내서이자, 국어를 둘러싼 노동과 생활의 이야기까지 담은 에세이다.
국립국어원은 현재 1991년 개설된 ‘가나다전화’를 비롯해 웹상에서 상담하는 ‘온라인 가나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말 365’ 등의 국어상담 창구를 운영중이며 1년이면 상담건수가 20만건에 이른다.
‘우리말 365’ 상담원인 저자는 하루 평균 80~90건의 질문에 답하고 다른 사람의 답변까지 검토하는 일을 한다. 그는 주 이용자인 ‘탐구심 많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송국 자막 제작자, 정확한 답을 얻고 싶어하는 교사와 학원 강사 등 숱한 사람들의 질문을 받는다.

책에 등장하는 상담 관련 에피소드는 흥미롭다. 자장면과 함께 결국 자리를 차지한 ‘짜장면’의 표준어 등재는‘언어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인터넷에서 회자됐던 단어 ‘외않되’는 한국인이 유독 헷갈리는 ‘외’와 ‘왜’, ‘안’과 ‘않’, ‘되’와 ‘돼’의 표기와 띄어쓰기를 의도적으로 모두 틀리게 쓴 언어유희다.
상담사들은 하루에 한번은 ‘AI 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데, 한 상담사가 ‘고맙습니다’를 ‘고맙스빈다’로 쓴 화면이 유포되면서 ‘사람’임이 밝혀졌고, 담배를 빌려달라고 하는 게 인간관계의 시작인지 묻는 사람도 있다.
분기별로 특정 사안에 대한 논의를 펼치는 상담연구원들의 연찬회 이야기는 국어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오랫동안 논쟁을 이어온 ‘다시 한번’의 띄어쓰기 문제, ‘갈빗살’과 비교되는 ‘닭 다리 살’의 띄어쓰기, ‘늘이다’와 ‘늘리다’의 구분법 등이다.
저자는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소통은 얼굴 대신 글로 먼저 이뤄지다 보니 “문장이 곧 그 사람이며 맞춤법이 그 사람의 기본값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며 “글 너머에 있는 마음을 조금만 더 믿어 준다면, 맞춤법은 서로를 가르는 선이 아니라 이어주는 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겨레 출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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