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전쟁에도 오르는 코스피, 그 이유

이세영 2026. 4. 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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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6200선 넘긴 코스피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134.66포인트(2.21%) 오른 6226.05로 마감했다. 2026.4.16 ksm7976@yna.co.kr

금융시장에서 전쟁은 으레 공포의 상징으로 통한다. 올해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전쟁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코스피는 3월 내내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렸고, 외국인은 한 달 동안 반도체 업종에서만 27조 원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4월 들어 흐름이 바뀌었다. 종전 협상 기대감이 살아나고 반도체 실적 호조가 겹치면서 코스피는 14일 장중 6000선을 되찾았다. 4월 한 달 누적 상승률은 20%를 넘어선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증시가 오른다는 사실은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한국 산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쟁이 산업 수요를 키우는 역설

전쟁은 단기적으로 위험자산 회피를 부르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각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첨단 무기를 확보하려 경쟁에 나서기 때문이다. 유럽은 러시아발 위협에 대응해 이미 대폭적인 재무장 계획을 가동 중이고, 미·이란 전쟁은 중동 방공 수요까지 폭발시키고 있다.

한국 방산 산업은 이 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2025년 방산 수출액은 154억 달러(약 23조 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2026년에는 270억 달러 이상으로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전투기, 천무 다연장로켓, 천궁-Ⅱ 방공체계 등 검증된 무기 플랫폼이 유럽·중동·동남아 전역에서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다. 폴란드와는 K2 전차 2차 이행계약(180대, 약 8조8천억 원)을 체결하며 현지 생산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수출 모델을 만들어냈다. 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의 수주 잔고는 2026년 초 기준 130조 원에 달한다.

방산의 성장은 군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첨단 소재, 항공우주, AI 기반 무인 체계, 위성 기술 등으로 파급되면서 기술 산업 전반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코스피 상승의 진짜 축은 역시 반도체다. AI 데이터센터가 고성능 메모리와 연산 칩을 대량으로 삼키면서 반도체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국면에 있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40조 원에 육박한다는 소식은 시장의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14일 장중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삼성전자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사실상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글로벌 디지털 경제가 팽창할수록 한국 기업의 이익 기반도 함께 두터워지는 구조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기술 주권 경쟁이 격화되고, 이는 되려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가치를 끌어올린다. 전쟁이 벌어진다고 AI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특정 산업 하나에 기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조선 산업은 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독보적인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에너지 전환이 진행될수록 이 수요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와 함께 한국 기업들이 핵심 공급망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 역시 전동화와 미래 모빌리티 기술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러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 성장 구조에서는 외부 충격이 특정 부문에 가해지더라도 경제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상법 개정, '추진'이 아니라 '완료'된 변화

코스피 상승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기둥은 제도 혁신이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산업 경쟁력에 비해 낮은 값을 매겨 왔다.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선진국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는 대주주 편향 경영과 빈약한 주주환원이 꼽혀 왔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상법 개정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마무리됐다. 2025년 7월 1차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됐고, 같은 해 8월 2차 개정에서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확대됐다. 올해 2월에는 3차 개정으로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 의무까지 법제화됐다. '추진 중'이 아니라 '실행에 들어간' 변화다.

이 가운데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조항은 이미 2025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독립이사 제도와 3% 룰은 올해 7월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업 경영진이 주주가치를 외면하기 어려운 제도적 틀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이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복귀를 부추기는 촉매가 된다. 실제로 4월 들어 외국인은 5조 원 이상을 순매수로 전환했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배로, 세계 증시 평균 3.1배와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PBR 2배 수준인 코스피 7500까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증시는 산업 실력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해 왔다. 그러나 반도체·방산·배터리·조선·자동차가 동시에 호황을 맞이하고, 거기에 자본시장 제도 개혁까지 겹치는 상황은 흔치 않다. 이런 복합적인 조건을 놓고 보면, 코스피의 상승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구조적 재평가의 한 과정으로 읽힌다.

미·이란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시장을 짓누르는 힘을 가진 것은 맞다. 그러나 산업 경쟁력이 강한 국가에는 위기가 기회의 다른 이름이 되기도 한다. 4월의 증시 반등은 한국 경제가 바로 그런 위치에 서 있음을 시장 스스로가 확인하고 있는 과정인지 모른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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